[CEO 칼럼] 메타폴리스 대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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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2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도시는 원래 성곽 안에서 형성된 위계적 공동체로 출발했다. 튼튼하게 쌓은 성벽과 주위에 해자를 두른 성곽도시는 중세 유럽에서 보편적인 형태였다. 이 도시들은 영주를 정점으로 하는 폐쇄적인 조직이며 형태 그대로 외부에 배타적이다. 하지만 18세기 말 프랑스 시민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성 밖에 살던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공장노동자로 변신하면서 성벽은 마침내 허물어지고 도시는 개방된 기회의 땅이 되어 성장과 팽창 패러다임에 던져지고 만다.

서양도시와는 태생의 근본부터 다른 우리나라 도시들이지만 땅을 거주지역, 산업용지, 상업지역 등 용도별로 나누고 기능의 극대화를 목표로 통제적 체계를 가지고 발전을 해왔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이는 어느 도시할 것 없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제조업 부가가치생산액 혹은 수출액이 도시 경영의 주요 성과지표가 되고 도시산업화와 이에 따른 도시 영향권역을 확대하려는 충동이 부추겨지는 배경이 된다. 오늘날 지역별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국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프랑수아 아쉐는 그의 저서 ‘도시의 미래, 메타폴리스’에서 끊임없이 도시의 경계를 허물고 팽창 일변도인 도시개념을 비판하고 새로운 도시개념을 제안한다. 그는 “닫힌 그들만의 성장과 팽창이 아니라 연계의 가치를 지향하는 메타폴리스가 새로운 시대의 도시개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타폴리스에서는 기능과 효율성의 극대화보다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중시되고 관계나 과정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접한 지역 간에도 경쟁보다는 기능의 분화에 의한 협력, 예컨대 건축가 승효상이 말하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종속적 관계가 아닌, 이 둘의 기능이 결합된 공동체에서 도시(Urban)와 농촌(Rural)을 합친 러반(Ruban) 라이프가 나타난다.

2016년 기준 대구지역의 1인당 GRDP는 1992년 이래 전국 최하위 수준인 반면 경제적 행복지수(EHI·Economic Happiness Index)는 전국 16개 시·도 중 대구가 46.7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현대경제연구원이 2007년 12월부터 반기별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개인이 경제적 요인과 관련해 느끼는 만족과 기쁨의 상태에 대한 평가다. 이 지수는 경제 상태, 의식, 외부 요건 등에 의해 변화될 수 있지만 전국 6위권의 1인당 개인소득과 개인소득 대비 타지로부터의 유입 근로소득 비율과 재산소득 유입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특이한 현상과도 관계가 없지 않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구는 교육과 의료 등 전통적으로 우수한 정주여건을 바탕으로 국가 기간제조업이 소재한 구미와 포항과 연계된 공동체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메타폴리스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전 비전 수립을 위한 ‘빅 디자인’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 특화산업의 경쟁력이 지역 간 국가 간 협력과 연대의 주된 연결고리가 되므로 지역의 자율성 강화는 메타폴리스로 가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둘째, 현재 대구에 소재한 26개 이상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분원과 산업별 연구개발 지원 기관은 타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타폴리스 대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셋째, 물 산업·미래형자동차·스마트에너지·의료·ICT융합·문화산업 등 대구의 8대 미래융합산업은 인근 지역과의 협력의 잠재력 및 광역권 수요가 큰 분야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친환경·지식기반 산업으로 대도시 환경에 적합한 4차 산업혁명 대응형 산업들이다. 넷째,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전방위적인 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하고 산업의 장기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체제의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 아니라 경제주체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동문화의 창출이다. 대학·연구소·기업·정부 간에 함께 발전하고 변화하는 공진화 의식이야말로 지역적 폐쇄성을 탈피하고 ‘얼굴 있는 공동체’로서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된다.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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