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대변 세균총 이식술’로 치료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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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07:54  |  수정 2018-10-01 14:03  |  발행일 2018-07-10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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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건강한 사람의 장내에는 약 500~1천 종류의 세균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 상태는 인체 내에서 소화기능, 면역기능, 감염에 대한 저항성 확보, 비타민 합성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항생제, 화학적 독성물질, 병원균 감염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질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다제 내성균 감염, 염증성 장질환, 대사증후군, 비만, 당뇨, 아토피, 대장암, 간질환과 여러 자가면역 질환 등의 발생과 연관된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장염은 주로 항생제 사용과 관련된 질환으로 병원에서 발생하는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를 유발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이 우리 몸에서 장염을 유발하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년 인구가 많아지고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발생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은 항생제의 중단만으로 호전되는 경한 정도에서부터 장맛비, 독성 거대결장, 장천공, 쇼크 등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은 6.9%로 보고됐다. 표준 치료는 특정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표준치료 후에도 35% 정도에서 재발한다. 특히 고령이나 면역저하 환자에서는 재발률이 60%까지 높게 보고되고 있으며 사망률도 일반 환자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이 시행되고 있다.

대변 세균총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FMT)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게 주입해 환자의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를 회복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것은 서구에서 1958년 처음 사용된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재발성 또는 기존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치료에 높은 안정성과 90% 이상의 효용성을 보였다.

미국 소화기학회 진료지침에서는 표준 치료 후 3회 이상 클로스트리디움 장염이 재발할 경우 대변 이식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경증과 중증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장염 환자에서 대변이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6월 대변 세균총 이식술이 새 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으나 아직은 널리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변 세균총 이식술은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는 달리 항생제 내성 발생 등의 부작용이 없고 안정성을 인정받은 시술이지만 보편화를 저해하는 요인들로 인해 아직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적합한 대상 환자의 선정, 건강한 대변 기증자의 엄선, 대변의 특수처리 과정에서 철저한 주의와 전문성 필요, 대변에 대한 심미적인 거부감, 그리고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부담금이 높은 편이라는 점 등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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