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대구·경북 국회의원에게 지역의 미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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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9   |  발행일 2018-11-09 제22면   |  수정 2018-11-09
대구 통합공항, 취수원 이전…
지역최대 현안들에 대해서
국감때 시원한 답은 못얻어
지역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끝까지 문제 챙기는 자세를
[최철영의 시중세론] 대구·경북 국회의원에게 지역의 미래를 묻는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어수선하던 2018년 국정감사가 시나브로 끝이 났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의 업무를 자세히 살펴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눈과 입이 되어 정부를 견제한다. 당연히 국회가 가장 진지하게 수행해야 되는 무거운 책무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모습을 보면 가볍고 뒷맛이 씁쓸하다.

매년 반복되는 맹탕국감, 보여주기국감, 수박겉핥기국감, 호통국감, 대책 없는 폭로국감 때문이다. 올해도 벵갈 고양이, 한복, K-11 복합소총 등이 등장해서 국회의원들의 말릴 수 없는 ‘튀어야 산다’는 전략을 보여줬다. 국감기간 20일 중에서 휴일을 빼고 현장 시찰하는 날을 제외하면 몇 날 되지도 않는데 750개 넘는 기관을 감사하겠다는 게 수상했다. 결국은 하루에 32개 기관을 불러서 3개 기관 감사하고는 나머지 29개 기관을 질문 한번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일이 생긴다. 해외 공관감사를 위해 12시간30분을 비행하는 수고를 하면서 정작 국정감사는 2시간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심지어 여야 국회의원 간에 “쳐봐” “너, 죽을래”라는 발언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쏟아진다. 구태국감이다. 눈에 띄는 성과는 사립유치원의 묵은 회계비리와 공공기관의 숨어있던 고용세습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제시한 정도다. 그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대구·경북의 현안문제와 위기에 대한 점검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실망이 크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 대구 수돗물 취수원 이전문제, 그리고 경북원전 조기폐쇄와 건설계획 백지화 등은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는 지역 최대현안이다. 하지만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답은 없었다. 확인된 건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국방부가 미적지근하다는 사실과 대구 취수원 이전에 대한 환경부의 시간 끌기 입장뿐이다. 지역의 일자리, 그리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전문제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진심을 가지고 성심성의껏 국감준비를 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지역과 관련해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대구·경북의 국비예산이 급격하게 축소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국가예산은 사상최대인 470조원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경북의 내년도 예산은 2017년 대비 37.3%나 줄었고 대구도 4.3% 줄었다. 예산의 더 커진 덩어리뿐만 아니라 원래 우리 몫도 남의 집에 빼앗긴 꼴이니 맘이 편치 않다. 경북 새마을세계화재단이 방만하게 예산집행을 해왔다는 사실도 밝혀내고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을 약속받았다. 또한 경북도청 신도시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표면으로 올라온 것도 성과다. 그동안 경북도와 지역민들이 내심 공감하면서도 쉽게 공개적으로 꺼내 놓지 못한 문제였던 만큼 이 기회에 지역의 지혜를 모아 다시 그림을 그려봐야 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에 있는 공기업의 지역무관심을 넘은 지역무시도 지적되었다. 규모가 커서 맏형역할을 하는 한국가스공사가 지역과 함께하겠다는 말은 번드르르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은 대구·경북의 혁신도시에 입주한 다른 공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행태는 문재인정부가 정부혁신의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면도전이거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결과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여전히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경기침체와 추운 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라는 점을 마음에 두고 지역의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과정에서 지적한 문제를 끝까지 챙기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지적사항을 개선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무기력한 지방 국회의원과 뻔뻔한 정부와 공공기관이라는 도식화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 국회의원 무용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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