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빠르고 값싼 신제품 개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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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4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였지만 정부 전체 예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2014년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바로 연구개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 대비 30%를 밑도는 사업화 성공률이 주범이다. 거기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 중소기업 연구개발 과제 2만8천815건에 4조8천127억원을 지원했지만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은 고작 48.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가 악화될수록 신제품 개발에 의한 시장다변화가 중요하다는 경영의 경험칙이 분명히 작동하지만 투자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낮은 투자효율성과 턱없는 사업화 성공률은 넘지 못할 벽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인력수준과 정보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낮은 신제품개발 성공률은 경기가 침체될수록 더욱 피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의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는 최근 몇 년간 세계 산업의 변화양상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현재 산업과 업종을 넘어서서 혁신의 과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품은 보다 좋고 보다 싸며 거의 모든 사용자에게 맞춤형이고, 무엇보다 제품개발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개발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싸졌다는 것이다.

다용도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ies)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되고 높은 수준의 품질이 표준화되어 시장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모듈화되어 유통되는 기술을 말한다. 대부분 다용도기술로 이미 모듈화되어 있는 컴퓨터 분야 외에 인간 게놈, 광섬유, LED, 로봇공학, 재료과학에서 물 분해, 슈퍼 커패시터(충전이 신속하고 수명이 매우 긴 전지), 포토닉스(빛을 사용한 정보전달), 열전기학(열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 분야), ESS(에너지저장 시스템) 등은 잠재적인 다용도기술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 투자분야이다.

이 시간 현재도 전 세계의 기술 관련 기업의 엔지니어와 제품개발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장에 널리 깔린 다용도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를 조합해서 새로운 어떤 제품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있을 것이다. 어떤 제품에 대한 개념만 머릿속에 그리면 이미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용도기술 기반 부품이나 모듈의 결합이 실제로 구현해준다. 바로 이렇게 탄생한 트위터는 해커톤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그 뒤 사용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오늘날 이 회사는 2억명이 넘는 활발한 사용자와 하루 5억건의 트윗을 자랑한다. 트위터와 같은 시장파괴자들은 흔히 비용은 과거에 비해 아주 조금밖에 들지 않으면서 사용자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현재 10억대가 넘을 정도로 확산된 스마트폰의 극적인 성공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센서 등을 포함하는 값싼 부품들이 거래되는 튼튼한 2차 시장을 창출했다. 애초에 스마트폰에 사용하기 위해 설계된 부품들이 개인용 건강모니터링 장치, 개인용 저가 드론 등 처음 목적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품들에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시장파괴자들은 과거처럼 개발목적 제품을 위한 부품을 새롭게 설계하기보다는 기존의 부품을 사용하는, 보다 싸고 또 보다 덜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며, 흔히 이 과정에서 단지 몇 개의 특화된 제품이나 서비스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신제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또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설정하는 리드타임(개발단계에서 완성품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적어 시장파괴자는 기업만이 아니라 가진 것 없는 개인에게서도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 추세대로라면 미래에 가장 성공한 혁신가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가장 멋지게 결합하는 사람이 차지할 것이다. 관건은 업종이나 투자자금이 아니라 창의력을 뽑아내는 집중력과 의지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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