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북한의 신년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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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4   |  발행일 2019-01-04 제22면   |  수정 2019-01-04
北신년사는 당해 연도 관통
정부와 주민생활 원칙 담아
이번에는 공격적 발언 없어
北을 적대적으로 보지 말고
우리도 포용하는 자세 필요
[최철영의 시중세론] 북한의 신년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황금돼지의 새해 벽두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인공이었다. 우리 국민은 새해 첫 아침을 TV뉴스 화면 가득한 북한 지도자의 서재 모습과 그의 연설로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로 심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다. 새해 첫날 아침부터 북한의 신년사 방송이 사실상 TV채널을 독점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여기에 전직 국회의원이 우리 대통령의 신년사는 관심 없고 북한 신년사는 생방송하는 언론이 한심하다고 비난하며 가세했다. 물론 대통령의 체면을 걱정해서 하는 말은 전혀 아니다. 북한 신년사의 내용을 두고도 평가는 상반된다. 여당과 정부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고 북미대화를 중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북한 신년사를 읽고 학습하는 주된 대상인 북한 주민에게 분명하게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야당은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과 관련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흉내를 내며 비핵화에는 의지가 없다는 불신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적폐라고 입을 모으는 남남갈등의 재발이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북한은 최우선의 관심사다. 진보적 언론은 물론 보수적인 신문과 TV에서도 북한 신년사를 첫 머리에 올리고 상세히 분석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욱이 북한은 언론이 좋아하는 코드인 ‘파격성’을 활용해서 신년사의 뉴스 가치와 언론 주목도를 극도로 끌어 올리고 있다.

북한의 신년사 발표는 1946년 김일성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공식적으로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이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노동신문 등의 언론 사설로 대체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중연설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국내적 그리고 국제적 메시지 전달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발표형식의 변화를 통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노련함도 보인다. 이번에도 노동당사의 서재에 앉아서 북한 주민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의 신년사로 전례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권위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신년사가 아니었다. 의자에 앉은 것은 북한 주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의미가 있다. 주민과 대화하듯 편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통상적으로 북한의 신년사는 전년도의 정부활동에 대한 총화, 신년도 각 분야 정부의 정책 가이드라인과 목표,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미국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로 구성된다. 이러한 형식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김정은 시대에는 과거와 달리 솔직한 자기 심정을 내용에서 드러내는가 하면, 북한 주민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포함하여 진정성을 높여왔다. 북한에서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는 당해 연도를 철저히 관통하는 정부와 주민생활의 원칙이며 목표다. 북한 주민은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단위별로 학습할 뿐만 아니라 신년사 전체의 암기경쟁에 나서기도 한다. 물론 암기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국방 등의 분야에 대하여 설정한 목표는 비록 날림이라고 할지라도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 작년에도 북한은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과 북한의 당창건 70주년이 갖는 의미를 언급하고 이를 위한 민족적 협력과제를 정확하게 실천했다. 대규모의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이 하늘과 육지 그리고 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또한 당창건 70주년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하고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에게 직접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에서 빠져 있는 중요한 부분도 있다. 늘 언급하던 “최후 발악하는 적대 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수고”라든지, “적들의 비열하고 악랄한 책동”과 같은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이 없어졌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집권하고 있는 이 시기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도 이제 북한을 적대적으로만 보지 말고 포용하는 합리성이 필요하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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