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vs 전기차 미래車 패권 경쟁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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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6 08:18  |  수정 2019-01-26 08:19  |  발행일 2019-01-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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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엔진의 경쟁처럼 수소차와 전기차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후년이면 미래차의 발전방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친환경차가 대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친환경차가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선뜻 전기차를 사기는 꺼려진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과 긴 충전시간 때문이다. 수소차는 더욱 그렇다. 전기차보다 비싸고 수소로 충전한다는 점이 아직은 생소하다. 차종도 적어 구미에 맞는 차를 고르기도 힘들다.

하지만 몇년 뒤에는 친환경차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내는 이는 적다. 1900년대 초 마차가 달리던 도로를 내연기관차가 점령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연기관차가 무려 100년 넘게 지배해 온 전 세계 도로를 미래차로 꼽히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차지할 날은 머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이들은 전기차는 수소차와 뭐가 다른지,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정말 나오지 않는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이다. 친환경차의 ‘양대 라이벌’인 전기차와 수소차는 뭐가 다를까.

수소차는 연료전지가 핵심부품
수소 태워 전기 만들고 물 배출
1회 충전후 주행거리 전기차 2배
충전시간 2∼3분… 비싼 게 ‘흠’

전기차는 2차전지 배터리가 좌우
㎞당 연료비 수소차의 3분의 1
급속 충전해도 1시간 걸리지만
가격은 수소차보다 훨씬 저렴해

수소차, 전기차比 기술장벽 높아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로선
수소차가 차세대車 되는게 유리

판매량에서 전기차 한참 앞서
휘발유·경유처럼 공존 예측도


◆환경규제가 만든 친환경차 경쟁

수소차의 정식 명칭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다. 이걸 줄여 수소전기차로 부른다.

수소차는 전기차의 한 종류인데 전기차와는 구동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EV)는 배터리에서 전기를 얻어 구동모터를 움직이고,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에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한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하는 전지의 구조다. 전기차에는 전기를 공급해 충전하는 2차전지가 쓰이지만, 수소차에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연료 전지가 쓰인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수소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차(Hydrogen Fueled Car)’로 방향을 잡았다. 이 방식은 수소를 엔진에서 직접 연소해 생기는 열로 모터를 구동하는데, 열을 역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 전지’를 자동차에 탑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수소차의 핵심 부품은 바로 이 연료 전지다. 연료 전지는 두 개의 전극과 그 사이에 수소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 막으로 구성된다. 한 전극에는 수소를, 다른 전극에는 산소를 각각 공급한다. 수소 측 전극에서는 수소분자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수소이온은 전해질 속으로 이동해 산소 측 전극으로 전달된다. 산소 측 전극에서는 수소이온과 산소가 결합하면서 물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전극 사이에 약 0.7 볼트(V)의 전압이 발생한다. 수소의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 것이다. 이를 여러 개의 직렬로 연결하면 원하는 전압을 만들 수 있다. 수소차 동력원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여러 개의 연료 전지를 한데 묶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을 낼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수소차다. 연료 전지와 수소 공급 장치, 공기 공급 장치, 열 관리 장치 등이 하나의 소형 발전기처럼 기능한다.

우선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때 불순물을 제거하는 에어필터로 공기가 여과되고 수소 탱크에 있던 수소와 산소가 연료 전지에서 만나 화학 반응을 한다. 수소(H2)와 산소(O2)가 백금촉매를 거치며 이온으로 분리되고, 분리된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생산된 전기는 모터를 구동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물은 차 밖으로 배출된다.

결국 수소차는 전기모터로 구동하지만 수소를 태워 전기를 만들어 배출가스는 물(수증기)만 발생한다. 친환경차 대명사로 알려진 전기차는 가동하려면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가 필요하다. 엄격한 기준에선 친환경차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적인 구동 방식 탓에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연료 전지의 성능은 수소 분자를 이온 상태로 분해하고, 분해된 수소이온을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제로는 현재까지는 백금(2019년 1월23일 기준 1온스당 792달러)이 가장 합리적인 물질로 꼽힌다. 수소차 한 대당 백금이 70g(2.5온스)이나 필요한 탓에 가격이 비싸다. 고가의 백금을 대체할 촉매 물질이 나온다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미래 자동차의 대결

전기와 수소차 중 어떤 것이 미래차의 표준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국은 전기차를 선호하지만, 유럽에선 수소차가 앞서가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짧다는 점이 강점이다. 수소만 공급하면 연료 전지를 재충전할 수 있어 충전 시간이 2~3분에 불과하다. 급속충전도 1시간가량 걸리는 전기차와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1회 충전후 주행거리는 500~700㎞로 전기차의 2배가량 길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냉·난방을 사용하면 20∼30%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전기 소모량은 더 많아진다. 이런 점에서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유리하다. 다만 전기차의 배터리 기술도 개선되고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당 연료비 면에서는 전기차가 월등하다. KTB 투자증권의 ‘수소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비는 ㎞당 73원이다. 반면 테슬라의 모델3 전기차의 연료비는 ㎞당 25원이다. 또 연료로 쓰이는 수소가 폭발성이 강해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거나 확대하는데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수소의 폭발 위험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조언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산업적인 차이는 또 다르다. 전기차는 부품 구조가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다. 완성차 업체가 아니더라도 쉽게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계)을 생산할 수 있다. 차의 성능은 자동차 업체의 기술력이 아닌 2차전지 업체가 공급하는 배터리가 좌우한다. 중국에 10개 넘는 전기차 업체가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내연기관 양산 기술은 100여년 동안 쌓여왔는데 이에 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신기술은 진입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자동차부품사들이 전기차 생산 대열에 합류하면 그간 쌓아온 유산을 깎아먹게 된다.

반면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다. 엔진은 사라지지만 수소공급장치와 흡배기계열 부품이 필요해 수년간 형성된 부품 생태계도 유산을 잃지 않는다. 현대차로선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차세대 주력 차종이 되는 것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가격 측면에서는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순수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3는 3만5천달러(3천927만원) 정도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6천890만원에 달한다. 국가 보조금을 받아도 4천600만원대로 고가다. 아직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모델3를 구입하고 보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천7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구매 결정을 좌우할 만한 차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각각의 단점과 장점이 달라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쉽지 않다.

현재의 장단점만으로는 전기차와 수소차 중 무엇이 차세대 주력 차종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판매량을 보면 전기차가 한참 앞선다. 하지만 정부가 수소차 지원에 나선 터라 장담할 수는 없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경쟁은 휘발유와 경유 엔진처럼 공존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 발전방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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