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3사 작년 신규 수주만 110조…전기차 배터리 시장 ‘제2의 반도체’ 노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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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07:37  |  수정 2019-03-14 07:37  |  발행일 2019-03-14 제19면
차세대 먹거리

전기차 대중화가 코앞에 다가왔다. 최근 자동차 업체가 순수 전기차에 쓰기 위해 개발한 플랫폼으로 만든 ‘3세대 전기차’가 나오면서다.

지금까지 나온 1~2세대 전기차는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 수준을 선보이는 ‘미래 차’ 성격이 강했다. 3세대 전기차는 양산에 초점을 맞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번의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이미 400㎞ 가까이 훌쩍 진화했고 가격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전기차의 생산·소비 시장이 본격 장을 서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배터리 산업 시장은 전기차의 대중화에 힘입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사용 제품이 많아지며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했듯 배터리 사용처 확대와 기술 진화가 이뤄지며 반도체에 버금가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90314

전기차 대중화…배터리산업 ‘주목’
올해 유럽서 신규車 20종 출시 예정
상당수가 국내 3사 제품 탑재할 듯

LG화학, 중국공장 1조2천억 투자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도 분주
미국·유럽 등 해외공장 신설·증설


◆배터리·충전기 발전 속도 빨라져

전기차는 배터리 산업 성장의 ‘촉매제’다.

최근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신차 ‘쏘울 부스터’ 전기차(EV)에는 64㎾h의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됐다. 1회 충전으로 386㎞까지 달릴 수 있다. 최근 주행 테스트를 공개한 폴크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차 ‘I.D.’는 최대 550㎞까지 달린다.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인 ‘재규어’가 처음 내놓은 스포츠실용(SUV) 전기차 ‘I-Pace’의 주행거리도 눈에 띈다. 독자 개발한 2개의 전기모터를 앞뒤 차축에 장착했다. 90㎾h 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와 조합돼 1회 충전으로 333㎞(국내 인증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 산업과 맞물리는 전기차 충전기의 기능성도 뛰어나다. 재규어의 순수 전기차 I-Pace는 국내 표준 규격인 콤보 타입 1 충전 규격으로, 급속 충전기(50㎾h 또는 100㎾h)와 7㎾h 가정용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 설치돼 있는 100㎾h 급속 충전기는 40분 만에 80%까지, 50㎾h 급속 충전기는 9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는 최근 전용 충전기 ‘슈퍼차저’의 3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신규 충전 시스템 V3 슈퍼차저는 1㎿급 전력공급장치로, 전기차 한 대당 최대 250㎾ 충전용량을 지원한다. 테슬라 모델3 기준으로 5분 충전 시 75마일(약 120㎞)을 달릴 수 있는 용량이다. 한 시간 충전으로 1천마일(약 1천600㎞)을 달릴 수 있다고 테슬라 측은 설명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신형 충전기 제원은 양산형 제품 중 최고 수준이다.

테슬라는 신형 충전기와 신규 배터리 워밍업 기술 등을 통해 평균 충전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차종과 충전 대수와 무관하게 최대 전력을 공급, 통상적인 수준의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약 15분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루트 배터리 웜업’이란 신기술을 통해 충전시간의 25%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충전하기 전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를 측정,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돈이 되는 배터리 시대

국내 배터리 산업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중국기업에 크게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통계에서 LG화학은 4위(8%), 삼성SDI는 6위(3.5%)를 차지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점유율 22.9%로 1위에 올랐다. 중국 CATL와 BYD는 각각 21%, 12.2%로 2위, 3위를 차지했다. 미국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손잡고 배터리를 생산·탑재하고 있는 데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CATL, BYD 등 자국 배터리 공급업체들에 물량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산업의 승부처는 유럽으로 꼽힌다. 올해 유럽에서 출시되는 신규 전기차 모델은 20종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LG화학과 삼성DS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제품을 탑재한다. 재규어의 I-Pace를 비롯해 아우디 e-Tron과 포르쉐의 타이칸(Taycan)이 대표적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수주의 대부분이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장기계약이어서 국내 기업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호재다.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일본에 밀렸지만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며 고속 성장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배터리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계약한 신규 수주 물량만 110조원에 달할 정도다.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G화학이다.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다임러, 아우디, 재규어, 현대·기아차 등이다. 대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2020년 이후에 3세대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가정하면 LG화학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대략 향후 5년간 공급계약)는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말 수주잔고(42조원)보다 18조원가량 늘었다. LG화학은 2020년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만 매출 8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올초 중국 배터리 공장에 1조2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이에 맞춰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분주하다. 삼성SDI의 경우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팩 공장 증설에 나선 데 이어 중국 시안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전 세계 시장 셋째 순위 진입을 목표로 헝가리와 미국,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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