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죽음의 계곡을 넘어라” 정부 통큰 지원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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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3   |  발행일 2019-03-23 제12면   |  수정 2019-03-23
■ 제2의 벤처붐 조성 전략
20190323

정부가 ‘제2벤처붐 조성’을 위한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올해부터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기업의 폭발적 성장지원) 펀드조성 등을 포함해 2022년까지 총 52조원을 쏟아붓는다. 자금지원을 통해 이른바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을 무사히 넘기고 롱런하는데 공공부문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초기 창업벤처기업들이 아이디어 및 기술 사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자금부족으로 도산하는 현상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대구에는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내 혁신성장센터(사업비 890억원)가 들어서게 됐다. 대구시는 첨단벤처기업 입주는 물론 도시내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2022년까지 스케일업펀드 12조규모 조성
일반투자자 쉽게 스타트업 투자 참여 돕는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제 ‘BDC’ 도입
지분 적은 창업자 상대 적대적 M&A 방지
벤처특별법 개정 차등의결 주식 발행 검토
대구 율하 등 혁신성장센터 전국 4곳 건립
율하에 임대형 창업공간 54실 들어설 예정


◆신규벤처투자 규모 5조원으로 확대

정부의 제 2벤처붐 조성을 위한 전략 중에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 모태펀드와 성장지원펀드 등을 통해 운영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지원책은 많지만 그 이후의 기업지원은 적다는 벤처업계의 불만을 수용한 것이다. 일단 올해와 내년엔 스케일업 펀드가 각각 2조5천억원씩 조성되고, 2021~2022년엔 각각 3조5천억원으로 확대된다.

특히 정부는 신규 벤처투자액 규모를 지난해 3조4천억원에서 2022년까지 5조원대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는 3조8천억원이 투입된다.

일반 투자자가 편리하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지원모델을 벤치마킹한 것.

BDC는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서 그 자금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일반 투자자도 BDC를 통해 성장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정부는 BDC를 운영하는 벤처캐피털(VC)에도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이 엔젤(개인)투자를 유치하면 기술보증기금이 투자금액의 2배까지 보증해주는 ‘엔젤투자 특례보증 100억원’도 신설한다. 정부는 지난해 4천394억원인 엔젤투자규모를 2022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엔젤투자자의 투자지분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엔젤 세컨더리 전용펀드도 4년간 2천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의 엔젤투자자 보유지분 인수시 양도차익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준다. 엔젤투자자의 신속한 회수 및 재투자를 유도하는 차원에서다.

1조원 규모의 M&A전용펀드 신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기업 수를 2022년까지 최대 20개로 늘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올 초 미국의 시장조사리서치기관인 ‘CB insight’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유니콘 기업은 쿠팡(쇼핑몰),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 크래프톤(게임), 옐로모바일(블록체인기술 기반 서비스), L&P코스메틱(화장품),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앱 운영) 등 6곳뿐이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검토

또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정부가 벤처특별법을 개정,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점이다. 벤처기업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면서 경영권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차등의결권은 현행 상법상 1주1의결권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아 다소 논란은 있지만 정부가 벤처투자의 특수성을 감안,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하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의결권을 부여, 창업자 등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창업자가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에 자주 노출돼 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캐나다·영국 등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도입되지 않았다. 차등의결권 도입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줄곧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검토할 사안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민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고, 관계부처간 협업도 필요하다는 것.

우선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주주 동의가 있어야 하며, 상속과 증여가 불가능한 일신전속권을 가진 창업주로 제한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비상장기업에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벤처업계는 다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들도 이 제도가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된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구엔 율하혁신성장센터 건립

정부의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은 대구지역 창업부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혁신 창업거점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구도시첨단산업단지(동구 율하동·16만7천여㎡) 등 전국 4곳에 혁신성장센터를 건립키로 했기 때문이다. 대구(율하지구)는 인천·광주와 함께 2014년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첨단산단 시범단지로 지정됐었다. 사업시행자인 LH와 대구도시공사는 올해 토지편입 및 지장물조사(4월), 토지보상 착수(7월)를 거쳐 연말쯤 단지조성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2월 중 조성사업이 완료된다.

이 산단부지 내에 부지면적 9천600㎡, 연면적 4만9천920㎡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질 율하혁신성장센터(가칭) 건립에는 국비(19억원), LH사업비(871억원)가 투입된다. 올 하반기부터 1년간 기본·실시설계가 진행되고 2020년 11월 착공·2021년말 준공을 목표로 한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혁신성장센터에는 임대형 창업공간 54실이 마련된다. 더 솔깃한 점은 지역벤처기업 지원기관들이 쟁쟁하다는 것이다. 핀테크지원센터(금융), 한국정보화진흥원(ICT), 정보통신산업진흥원(사물인터넷), 항공안전기술원(드론),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의 첨단업종 벤처기업들의 육성 및 성장단계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는 기관들이다.

센터에는 상업(2천800㎡) 및 주거시설(창업지원주택·210실)과 북카페 등 문화·교류공간(8실)이 함께 들어선다. 정부는 이 센터가 완공되면 판교밸리의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를 탑재할 계획이다. 지역 스타트업, 청년층이 모여 교류하는 공간이 될 율하혁신성장센터는 향후 차별화된 스타트업지원 프로그램을 장착, 정부 벤처육성정책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대구시의 생각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진출을 찾는 지역 중견(중소)기업과 창의적 수익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기업합병 및 투자를 통해 지역 벤처기업을 스케일업시키는 대구형 창업모델운영 전략이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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