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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운암고, ‘도전 골든벨’ 630일 정적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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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설기자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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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면 찾아보는 습관과 책 3천권 읽은 게 도움됐어요”

■ ‘125대 우승자’ 2학년 송명 학생

대구 운암고 김동호 교장, 송명 학생, 강현수 교감(왼쪽부터)이 골든벨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호 교장은 “운암고를 수성구 어느 학교에도 안 밀리는 학교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운암고 제공>
대구 운암고 송명 학생(왼쪽)과 수능 만점 졸업생인 강현규씨. 강씨는 방송을 위해 모교를 방문, 후배 송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구 운암고 제공>

대구 운암고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구 칠곡3지구에 위치해 201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만점자인 강현규 학생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엔 KBS 1TV 도전골든벨에서 2학년 송명 학생이 골든벨 우승자(125대)로 등극해 학교 이름을 날렸다.

송군은 마지막 50번 문제 ‘메멘토 모리’를 가볍게 맞췄다. ‘삶 안에 들어와 있는 죽음을 알고, 주어진 생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으라’는 라틴어다.

퇴직 교사인 송군의 아버지 송재문씨는 “명이가 어릴 때 3천권의 책을 읽었다. 폭넓은 독서의 결과”라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운암고를 찾아 송군을 만났다.

내신 3점대 중반에 역사 좋아하며
만화·그림 많은 책 읽기를 즐기고 
모르는 건 인터넷·도서관서 해결
평소 친구들로부터‘상식박사’評

▶골든벨 우승을 축하한다. 무려 630일 동안 우승자가 없었다던데 대단하다. 비결이 뭔가.

“아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 운이 좋았다. 어릴 때 책을 가까이 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을 활용해 찾아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모든 문제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에 웬만한 건 다 배운 것 같다.”

송군은 인터넷을 잘 활용했다. 그는 “인터넷이 단편 지식뿐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궁금해하는 대부분의 개념, 지식은 모두 들어있다. 예를 들면, 거리를 지나다가 ‘광주비엔날레’ 포스터를 보고 비엔날레가 무엇인지 궁금하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찾아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송군은 평소 친구들에게 ‘상식이 풍부하다’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라고 했다. 과학보다는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이번에 사회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이 출제된 것도 골든벨을 울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학교 도서관을 그때그때 찾아 궁금한 것을 찾아보길 좋아한다고도 덧붙였다.

▶골든벨에 출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방송 전날, 중학교 역사·사회 교과서를 한번 훑어봤다. 예상문제도 참고했다.”

▶자신만의 독서방법이 궁금하다.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할 게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만화, 그림이 많은 책을 주로 읽었다.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솔직히 책을 거의 못 읽었다.”

송군의 내신은 3점대 중반. 성적 우수 학생이라 보긴 어렵다. 수학, 과학이 어렵다는 송군은 이번에 2학년에 올라와 과감히 이과계열을 선택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역사이며,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고민이 많을 시기다. 왜 이과계열을 선택했나.

“이제 막 선택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문과가 내게 맞는 것 같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이과가 나을 것 같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얘길 자주 듣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이 끝나고 뭔가 새로운 사회에서 살 게 될 것 같은데, 막연히 결정하는 것 같아 두렵다. 공무원, 교사를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점점 안 뽑는다고 하니 꺼려졌다.”

골든벨 우승자도 성적 고민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1학년 때 공부 안하고 너무 놀았다”며 아쉬워하던 송군은 “2학년 때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대구 운암고 학생들이 자투리 시간에 학교도서관에서 신문 기사를 필사하고 있다. <대구 운암고 제공>
점심·쉬는 시간엔 도서관
따뜻한 바닥 앉고 엎드려
신문으로 ‘1.2.3 독서운동’
(매일·20분씩·3분 동안 글쓰기)


대구 운암고 학교도서관은 이 학교 학생들의 자투리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송명 학생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들러 짬짬이 독서를 한다”며 도서관을 자랑했다. 교실 3개 반 정도 크기며 바닥이 따뜻해 학생들이 편안히 앉거나 누워 책을 볼 수 있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도서관에는 다른 학교도서관엔 없는 게 있다. 바로 신문이다. 지역 일간지들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일간지, 시사잡지들이 정기 간행물 코너에 빼곡하게 마련돼 있다.

도서관은 1.2.3 독서운동(매일, 20분씩, 3분 동안 글쓰기)을 운영해 학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점심 때 신문을 펼쳐 읽고 싶은 기사 2꼭지를 읽는다. 그리고 기사의 핵심적 내용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세줄 정도 필사한다. 이어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을 세줄로 요약한다.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교육적 효과는 크다. 이수진 운암고 사서는 “3개월만 꾸준히 하면 읽고 쓰는 속도에 탄력이 붙고, 어휘력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 이 시간을 통해 진로탐색을 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TED 상영 프로그램도 5년째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매년 10월마다 2주에 걸쳐 오전 7시30분부터 20분 동안 다양한 분야의 TED를 상영한다. 학생들은 이를 감상한 후 각자 자신만의 발제를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한다. 이후 게시된 발제 중 1개를 정해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는데, 다른 친구의 의견을 돌려보며 진로 탐색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받는 학생이 많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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