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에 이어 상용차도 ‘전기 동력’ 열풍이 거세다. 여전히 디젤 엔진이 주력이지만 전기 상용차를 개발하지 않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독일 하노버시에서 개최된 ‘2018 하노버국제상용차박람회’와 지난달 30일부터 2일(현지시각)까지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19 국제 상용차 박람회(Commercial Vehicle Show 2019)’에선 전기 트럭 등 친환경 상용차가 대거 등장했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이 환경 문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전동화(Electrification)가 자동차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어젠다가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완성차와 현대차는 친환경 상용차 생산에 초점을 맞춰 운송체계 전환에 나섰다.
1회 충전때 짐 싣고 200㎞ 주행
보조금 결정 후 2∼3월 판매 예상
지난해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서
상용차 총괄브랜드 트라톤 출범
자율주행 등 SW 개발에도 열성
“유럽 내 도심형 전기상용차 비중
2026년에는 50%까지 성장할 것”
◆현대차,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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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올해 출시 예정인 수소전기트럭의 렌더링(컴퓨터그래픽) 이미지. <현대차 제공> |
현대차가 올초 발표한 수소전기차 중장기 계획은 트럭 등 친환경 상용차 개발이 골자였다.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디젤 엔진 차량은 도심 진입 자체가 금지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상용차의 필요성이 급속하게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독일 에센주는 유로 5 기준에 맞춘 차량이나 이보다 질소산화물을 많이 내뿜는 차량은 에센주 통과 고속도로 진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도심 진입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베이징 등 도심 핵심지역에는 디젤 엔진 트럭의 주행을 제한하거나 운행 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수소 트럭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전기차는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꼽혀 유해물질 발생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배터리로 주행하는 거리가 짧다는 게 한계로 지적돼왔다. 게다가 중량이 늘어나 많은 짐을 싣게 되면 주행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반면 수소차는 주행 중 필터 장치로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는 데다 수소 탱크 용량만 키우면 주행거리를 기존 내연기관 차량만큼 늘릴 수 있다.
트럭은 주행 목적상 장거리 주행이 대부분인데, 이러려면 배터리를 많이 실어야 하고, 무게가 늘어난다. 자연스레 짐 싣는 공간에 제약을 받는다.
반면 수소연료전기차는 탱크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면 주행거리 연장이 가능하다. 특히 배터리 가격과 탱크 가격을 비교하면 수소연료전지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벽이 낮지는 않다. 트럭 등은 승용차보다 내구성이 10배 가량 뛰어나야 하며, 다양한 용도에도 맞춰야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가 올 연말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기 트럭 포터 EV(프로젝트명 HR EV)는 국내 상용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포터 EV는 연내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회사가 생산 시점을 올해 12월 중순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판매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통상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차종은 1~2월 결정된다. 이에 앞서 양산 및 판매 준비를 마쳐 보조금 지급 대상에 누락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실제 판매는 2~3월 예정이다.
포터 EV의 정확한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아직 개발 중인 차종인 데다 출시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정보를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58.8㎾h로 전해졌다. 현재 시판 중인 코나 일렉트릭은 64㎾h 배터리를 적용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포터 EV는 300㎞ 이상 주행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건을 적재하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최장 200㎞까지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환경부 평가에서 국내 첫 1t급 전기상용차를 표방하는 ‘칼마토’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만 200㎞도 상용차의 운행 방식을 고려했을 때 주행거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6년 도심 상용차 절반이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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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상용차 제조업체 볼보트럭이 선보이는 새로운 운송 솔루션, 자율주행 전기트럭 베라. <볼보트럭 제공> |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본격적인 전기 상용차사업을 펼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새 상용차 총괄브랜드 트라톤(Traton)그룹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계열사 중 만(MAN), 스카니아, 폴크스바겐 커머셜 등 상용차 회사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여기에 미래 자율주행기술과 커넥티드카 등을 겨냥해 SW(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일원화 시킬 전망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하노버국제상용차박람회 (IAA CV 2018) 개막식’에 앞서 독일 하노버 메세박람회장에서 내외신 기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트라톤그룹 출범 공식행사를 열었다. 트라톤은 폴크스바겐그룹이 새로 만든 상용차 총괄브랜드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승용차 계열사와 만 등 상용차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약 3년 전부터 트라톤 설립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아스 렌슬러 트라톤 회장은 “전 세계의 운송수요는 늘고 있고 교통체계도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 신기술 개발, 새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등 곳곳에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톤을 ‘운송의 다음 단계(Next Level)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라톤의 뼈대는 간단하다. 만, 스카니아, 폴크스바겐 커머셜의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되 연구개발과 하드웨어 생산을 협업한다. 그리고 자동차의 ‘두뇌’가 될 SW는 하나로 통합한다. SW 통합의 중심이 바로 ‘리오(Rio)’라는 회사다.
리오는 2016년 무렵 폴크스바겐그룹이 만든 비상장 SW기업이다. 운송솔루션, 자율주행 등 자동차 SW와 관련된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앞으로 트라톤그룹으로 묶인 만, 스카니아, 폴크스바겐 커머셜의 모든 차량에는 리오의 SW가 탑재되는 것이다. 자동차 기술 진보로 기초적인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수준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넘어가면서 전장(전기장비)이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로 떠오른 데 따른 사업 전환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폴크스바겐그룹은 리오를 통해 자동차 간 브랜드, 기계가 달라도 SW를 하나로 통합하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통신하는 분야의 장벽 해체를 꿈꾼다. 삼성, 화웨이 등 서로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설치해 관리하는 식이다.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자동차끼리 통신하는 기술) 기술개발이 한결 수월해진다.
폴크스바겐그룹이 공개한 영상에는 만의 로고가 붙은 무인(無人) 특장차가 도로를 스스로 주행하며 도로 수선 임무를 수행한다.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지만 운전대는 스스로 움직인다.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초장거리 운송 트레일러가 100% 전기로 작동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전기트럭, 전기승합차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 같은 상용차의 전동화는 단거리 위주 도심형 상용차는 전기차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독일 만트럭버스는 2026년까지 유럽 내 도심형 전기 상용차 비중이 약 5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유럽 상용차 브랜드 만트럭버스는 지난해 전기 밴 모델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단거리 운송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도심형 전기차를 앞세워 현실적으로 상용차 전동화 시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밴 모델을 시작으로 단거리 비즈니스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상용차 라인업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장거리 운송용 전기 상용차의 경우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만트럭버스는 첫 양산 전기차 모델로 지난해 상용밴 ‘eTGE’를 출시했다. 배터리 1회 충전으로 주행가능한 거리는 최대 170㎞ 수준이지만 출시 2개월 만에 200대 이상 팔렸다. 전기 상용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 중인 추세로 목표판매 대수 설정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 밖에 연구개발(R&D) 차원에서 천연가스 모델과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검토 중이지만 전기차를 주요 차종으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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