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샐러드·이유식까지 정기 배송 서비스…고객은 ‘소확행’

  • 서민지 수습
  • |
  • 입력 2019-05-18 07:42  |  수정 2019-05-19 10:45  |  발행일 2019-05-18 제5면
대구의 ‘구독경제’ 어디까지 왔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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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셰프’를 운영하는 조태호·곽혜진 사장 부부가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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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카페 ‘오늘’의 사장 유인권씨가 새벽에 배송할 샐러드를 용기에 담고 있다. <‘오늘’ 제공>


매달 구독료를 내고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구독경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와 대세인 유튜브도 구독경제에 기반한 서비스다. 과거 방문판매와 우편, 전화 등 오프라인 기반의 멤버십 모델이 모바일로 바뀌면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외연이 질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부터 책과 음악, 영화, 법률 서비스, 자동차(현대차·BMW)와 침대(코웨이)도 디지털이 가미되면서 구독하는 시대가 됐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문화에 따라 비즈니스도 변모하는 것이다. 이 변화에 앞장선 사람들을 만났다.


샐러드카페 ‘오늘’
매일 만든 신선 샐러드 새벽배송
사장·팀원이 고객 집 직접 방문
매월 취향·요구 반영 식단표 짜

이유식 전문 ‘마더셰프’
영아 발육에 따라 맞춤 서비스
입소문 타고 손님 꾸준히 늘어
맞벌이 가정 등이 주요 고객층


플라워 스튜디오 ‘플린’
올 2월 시작…고객 3배나 늘어
장식용 꽃 경산지역까지 배송
카페·음식점서도 요청 들어와


◆요식업계에 스며든 구독경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골목에서 자그마한 규모의 샐러드 카페 ‘오늘’을 운영하는 유인권씨(36)의 새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5시가 되기 전에 달서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당일 만든 샐러드를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물류센터에서 신선·가공식품을 새벽배송하는 대형 e커머스 업체와 달리 유씨는 팀원 몇명과 함께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창업한 지 2년이 지난 유씨가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한달여 전부터다. 처음엔 샐러드를 아침에 배송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에 서비스 차원으로 시작했다. 매일 만든 샐러드를 받게 된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다. 며칠 분을 한꺼번에 배송하는 온라인 쇼핑에 비해 신선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고객 수는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유씨는 “진공 포장하고, 냉장 보관해도 샐러드를 오랫동안 놔두면 신선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당일 배송을 하게 됐다. 시간대는 배달 동선을 확보하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고객들을 위해 새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씨의 하루는 길다. 매일 자정 전후로는 새벽에 배송할 샐러드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구입한 식재료를 분류해 보기 좋게 포장한다. 배송은 교통정체가 적은 버스 운행 시작 전 수성구를 비롯해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중구 등 6개지역 권역별로 이뤄진다.

‘오늘’에서 배송하는 샐러드는 5종이다. 매월 식단표를 짜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다. 고객이 꺼려하는 재료를 파악해 표시해두고 샐러드를 포장한다. 특정 샐러드 자체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 샐러드를 만든 날은 배송을 하지 않고 구독일을 하루씩 연장해주기도 한다.

샐러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집에서 챙겨 먹기 힘들다. 온라인 쇼핑이나 마트 등에서 채소를 사면 혼자 먹을 분량만 조금씩 사기 어렵다. 그렇다고 많은 분량의 채소나 과일을 사 놓으면 보관도 힘들고 미처 다 먹기도 전에 상할 수 있다. 유씨는 이를 겨냥해 샐러드 새벽배송에 나선 것이다. 그는 “한끼 식사로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매일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배송지역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위치한 ‘마더셰프’는 아기 이유식과 아이 반찬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가게다. 조태호(38)·곽혜진씨(39) 부부가 운영한 지 두 달째를 맞았다. 고객이 월 패키지로 주문하면 이유식을 주 2회에서 3회 배송해준다.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주 고객층은 맞벌이 가정이나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엄마들이다.

곽씨 부부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만 가게를 연다. 다른 날은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든다. 영유아 음식인 만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아들은 소화기관 발달 시기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와 형태가 다르다. 모유나 분유를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초·초중·중·후·완료기로 이유식 종류가 나뉜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이유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식단을 짤 때는 영양을 고려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보다는 건강을 우선한다. 또 소비자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재료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일일이 정리해놓고 배송할 때 선별해서 보낸다.

곽씨는 “창업을 하기 전에는 4세, 8세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였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일 때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았는데 다른 엄마들도 그럴 것 같았다. 위생사,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특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된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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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가 엄선한 ‘꽃구독’

화훼업계에서도 구독경제를 활용한 업체가 등장했다. 수성구 신매동에 위치한 플라워 스튜디오 ‘플린’은 지난 2월부터 장식용 꽃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로리스트인 조성흔씨(26)가 직접 꽃다발을 꾸민다. 구독 시기는 2·4·6·12개월로 나뉘며, 배송 빈도는 2주나 한달 중 선택할 수 있다. 배송 범위는 대구 전역과 경산까지다.

꽃 구독 서비스는 시작부터 인기를 끌었다. 고객 수는 현재 3배나 늘었고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도 정기적으로 가게 콘셉트에 어울리는 꽃을 배송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조씨는 이용 고객들이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용도가 아닌, 나를 위한 선물로서 꽃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가장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는 “꽃을 사고 싶어도 잘 몰라서 못 사는 고객이 많은데 정기구독 서비스는 플로리스트가 엄선한 꽃을 설명과 함께 보내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서민지 수습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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