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호수 만들고 강변 랜드마크…‘자연과 공존 지향’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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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  발행일 2019-06-21 제3면   |  수정 2019-06-21
해외사례로 본 ‘K2 現부지 수변도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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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트라자야는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들어 수변개발을 통해 신도시를 조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반면 싱가포르 리버사이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돼 자연친화적이면서도 편의성을 갖춰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물은 도시에 생동감을 줍니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는 400만㎡(약 120만평)에 달하는 인공호수를 만들고 계획적인 수변개발을 실시해 말레이시아 최대 행정복합 신도시를 지향합니다.”(다툭 닥터 아미누딘 빈 하심 푸트라자야 시장)

“수변도시를 조성하려면 우선 개발 콘셉트부터 정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주거·산업·상업 등의 도시구성 요소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어떤 비전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적용할 것인지 등에 관한 비전을 설정해야 합니다.”(캐들린 서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산업개발과장)

말레이시아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와 세계적인 금융·관광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수변개발을 통해 성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대구시 역시 K2(군공항)가 이전하면, 후적지 690만㎡(200만평)를 첨단산업과 문화예술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미래형 수변도시로 개발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공식석상에서 “K2가 옮겨간 종전부지에 거대한 인공호수 2개를 조성하고 이를 연결하는 운하를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클락키 개발 사례를 모델로 삼아 지역의 랜드마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현지에서 수변개발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대구시가 K2 후적지 개발에 본격 나설 경우 벤치마킹할 것이 어떤 게 있는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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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 도심 전경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 말레이시아 수변도시
정부부처 25곳 중 22곳 이전 신행정수도
인공호수에서 해양스포츠…도시 활력소
상류 인공습지는 2급수로 정화 필터 역할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25㎞ 거리에 위치한 푸트라자야. 마히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2020년까지 농업중심국가에서 탈피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1991년 수립한 ‘비전 2020’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한 신행정수도다. 현재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던 정부부처 25곳 중 22곳이 이곳 푸트라자야 신행정수도로 이전한 상태다. 국내에선 세종시를 건설하기에 앞서 벤치마킹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푸트라자야는 수변도시로도 유명하다.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들고 주변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한 것. 호수 크기는 자그마치 396만7천㎡(120만평)에 달한다. K2 후적지 전체 60%를 차지하는 면적이다. 이렇게 많은 물을 어떻게 관리할까. 개발주체인 푸트라자야 홀딩스는 인공호수 상류에 인공습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호수의 원천인 북쪽 추하·바사강과 인공호수 사이 200만㎡(60만평)에 걸쳐 24개의 인공습지를 조성한 것이다. 인공습지는 추하·바사강에서 인공호수로 흘러들어가는 물을 정화시키는 일종의 자연필터 역할을 한다는 것. 아미누딘 빈 하심 푸트라자야 시장은 “습지엔 1천633종의 수생식물과 53종의 물고기가 산다. 추하·바사강의 수질은 4급수이지만 인공습지를 지나 자연적으로 정화되면서 2급수로 맑아진다”고 설명했다.

인공습지 24곳마다 물을 가두는 ‘보’도 설치했다. 당초엔 보를 생각하지 못했으나 가뭄을 겪으면서 필요성을 인식했고, 이를 통해 호수의 수위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건기와 우기에 상관 없이 일정하게 호수의 수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00만㎡에 달하는 도심의 젖줄인 2급수 호수를 푸트라자야시가 가만히 놔둘 리 없다. 푸트라자야시는 이 거대한 인공호수에서 수영은 물론 카약·카누·요트 등 각종 해양스포츠 대회를 열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경제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아미누딘 빈 하심 푸트라자야 시장은 “물은 생동감을 의미한다. 신도시를 조성하는 데 수변도시라는 콘셉트를 잡은 건 물이 주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 강변 재개발
강 양쪽 둔치 빌딩·주상복합·카페 즐비
낮에는 휴식처 역할…밤엔 亞최고 야경
마리나베이 샌즈 연간 11조원 관광수입


◆싱가포르 클락키

푸트라자야가 낙동강이라면 싱가포르 클락키는 대구 신천쯤 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신천을 닮았지만 클락키 양쪽 강변엔 초고층 빌딩, 주상복합건물, 카페 등이 즐비하다. 신천둔치와 신천대로, 혹은 신천동로 자리에 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이 만든 문명을 의도적으로 물과 최대한 가까이 갖다 놓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클락키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낮 시간대 클락키는 평온함을 선사하는 휴식처이지만, 밤이 되면 물과 어우러진 휘황찬란한 건물 조명으로 아시아 최고의 도시 야경을 자랑한다.

클락키는 싱가포르강(江)에 위치한 세 곳의 ‘키(Quay·부두)’ 중 하나다. 싱가포르 리버사이드는 로버트슨키~클락키~보트키~마리나베이로 이어진다. 이들 키는 각각 호텔·상업·빌딩으로 집약돼 싱가포르강을 휩싸고 있다. 절정은 마리나베이다. 360만㎡(108만평)의 바다를 매립해 새로운 수변공간으로 조성했다.

마리나베이의 꽃은 단연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리는 마리나베이 샌즈다. 200m 높이의 빌딩 3개 위에 배 모양의 수영장을 얹어 놓은 5성급 호텔을 낀 복합리조트 건물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리조트 운영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9천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완공했다. 시공사는 대한민국 쌍용건설. 카지노 업체가 주인인 만큼 빌딩 외관은 카드를 섞기 위해 구부린 모양새다. ‘피사의 사탑’(5.5도)보다 10배 더 기울어진 최고 52도의 경사도를 유지해 건축의 기적이라 불린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 샌즈 오픈 이후 연간 11조원의 관광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싱가포르강 재개발 계획은 1985년 수립됐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건축물과 조화를 추구하는 콘셉트로 싱가포르강 유역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바로 로버트슨키~클락키~보트키~마리나베이로 이어지는 싱가포르 리버사이드다.

캐들린 서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산업개발과장은 “싱가포르강 재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척도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었다. 자연을 벗삼아 사람끼리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 싱가포르강은 편의성과 청정함을 동시에 갖춘 공간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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