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름다운 죽음 맞이하겠다...확실한 건 지금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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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1 15:18  |  수정 2021-11-22 07:24  |  발행일 2021-11-22 제1면
대구 고산노인복지관 귀천준비학교 '웰다잉' 수업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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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노인복지관의 '제2기 귀천 준비학교' 수료식 이후 참가한 어르신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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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수성구 고산노인복지관에서 '귀천준비학교 2기'의 마지막 수업. 한국싸나톨로지협회 대구지부의 안영숙 연구위원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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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노인복지관 '제2기 귀천준비학교' 수료식에서 고영희, 박재학 어르신이 수료증을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간 떠나가죠. 한계 있는 삶에서 더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로 이 시간을 채우는 게 중요합니다. 삶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지만, 살아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나에게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바겐세일'할 수 있습니다." 한국싸나톨로지협회 대구지부 안영숙 연구위원이 지난 19일 대구 수성구 고산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제2기 귀천 준비학교' 수업에서 어르신들을 격려했다.


고산노인복지관은 지난 9월부터 관내 60세 이상 어르신들 30명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생애 마침표를 위한 '웰다잉 교육'을 진행해왔다. 이날은 마지막 수업이자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다.
한 어르신은 "좋은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봉사도 많이 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다. 즐겁고 행복하게 끝낼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톨릭군위묘원을 다녀오고 며칠 밤을 지새웠다는 또다른 어르신은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꽃 같은 인생을 잠깐 살다 간다는 게 맞는 말인가 싶다. 아직 마음의 정리 못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지금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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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이후 영정사진을 찍는 박정희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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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이후 영정사진을 찍는 송옥란 어르신의 모습
영정사진 촬영도 이뤄졌다. 어르신들은 사진 촬영에 담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일부 어르신들은 미리 준비한 옷을 차려 입으며 꽃단장을 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송옥란(여·77)씨는 "영정사진을 찍었지만 감정의 동요가 생기진 않았다. 사는 것에서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야겠다는 마음일 뿐이다"라고 평온하게 말했다. 양복을 차려입고 나비넥타이를 멘 박정희(68)씨는 "성당 위령회에서도 봉사하고 있어서 이번 교육에도 참여하게 됐다. 사진을 찍고 보니 누구나 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최고령 참가자로서 수료증도 참가자들을 대표해 받은 박재학(80)씨는 "아주 좋은 날씨에 아주 행복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우수 교육생' 고영희(여·73)씨는 미리 써둔 유언장을 내보였다. "돈독한 형제애로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세상만사 다 변해도 변함없는 우애를 간직해주길 당부한다. 엄마는 맡은 일을 최선을 다 했지만 너희에게는 늘 부족한 엄마임이 틀림없구나. 사람들을 좋아하다 간 우리 엄마라고 기억해주려무나"


품위있게 생을 마감하는 의미를 지닌 '웰다잉 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좋은 죽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 세대는 웰다잉에 대해 높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0.6%(복수응답)가 좋은 죽음에 대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라고는 밝혔다.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90.5%),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89.0%),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이하는 것(86.9%)으로 답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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