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30년 만의 울릉도 여행

  • 정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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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03 15:53  |  발행일 2026-06-04
정혜진 변호사

정혜진 변호사

지난주 연휴에 대학 동기들과 울릉도를 다녀왔다. 동기들 중 시간 맞는 삼삼오오가 모여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는 가끔 갔어도 울릉도는 다들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동기 상당수가 수도권에 살다 보니, 울릉도가 동남아보다 접근성 면에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동기 중 하나가 조기 은퇴를 하고 울릉도에 내려가 살기 시작한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995년 여름 이후 30여 년 만의 방문이라, 섬을 처음 찾는 친구들 못지않게 내 마음도 들떴다.


포항 영일만항에서 밤 11시에 출발한 크루즈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사동항에 닿았다. 선실 침대에서 파도의 울렁임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30년 전 쾌속선에서 뱃멀미로 고생했던 기억에 비하면 시간은 더 걸려도 훨씬 편안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일주도로였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도로는 길이가 44㎞에 불과하지만, 일주도로 사업 확정 이후 55년 만에야 완전 개통되었다. 마지막으로 개통된 '내수전-섬목' 사이 4.4㎞는 수직 암벽과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난공사여서 2001년 이후 한동안 중단되었다고 하니 그 구간만 무려 18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울릉순환로' 덕분에 섬 동쪽 관음도와 바다 위에 솟은 삼선암의 비경을 편하게 마주할 수 있었고, 일몰 풍경이 장관인 석포 해변도 쉽게 갈 수 있었다. 울릉해담길 1코스(행남해안길)에서 본 에메랄드빛 바다는 탄성을 자아냈고, 북서쪽 대풍감에서 바라본 해변 절벽은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타이틀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나리분지의 울창한 원시림은 여전했다.


이십대 시절 첫 울릉도 여행은 자연에 압도당하는 경험이었다면, 삼십 년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지금, 신비한 자연만큼 그 거친 자연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아찔한 급경사의 땅에 기초를 닦아 집을 짓고, 도로가 없어 산길을 매일 같이 몇 시간씩 오르내리며, 겨울이면 폭설로 온 섬이 마비되는 모진 환경을 묵묵히 견뎌온 사람들. 일주도로는 개통되었지만, 현실은 다른 의미에서 쉽지 않았다. 섬의 주 소득이었던 오징어잡이가 기후변화와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급감해 시름이 깊은 데다, 이를 상쇄해 줄 관광업마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크루즈로 조금 관광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후 사태 직후인 2022년 46만 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어 지난해는 34만 명에 머물렀다.


사실 울릉도 여행은 비용 면에서는 저렴하지는 않다. 모든 자재를 육지에서 실어 와야 하는 섬 특유의 사정상 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겨울이면 혹독한 날씨로 크루즈마저 운항 못 하는 날이 많아, 일 년 중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8~9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정까지 더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울릉도는 기꺼이 그 비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 화산섬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광과 육지와 비교할 수 없는 맑은 공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에 역사적 가치까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아쉽게 발길을 돌렸지만, 우리 땅 독도를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모항이 아닌가.


이 거친 땅을 지켜온 이들이 앞으로도 묵묵히 터전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포항행 크루즈에 올랐다. 가방엔 울릉도 특산품인 호박엿과 명이나물, 삼나물과 부지깽이, 그리고 이제는 귀해진 반건조 오징어까지 가득 담고 "다음엔 꼭 독도도 가보자"고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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