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 시절의 낭만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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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8 16:55  |  발행일 2026-07-09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나는 좋아하는 옛 노래를 들을 때면 음원보다 과거 콘서트 무대 영상을 먼저 찾아본다. 그 시절 공연장의 분위기가 음악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나 없이 무대에 온전히 집중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옆 사람과 기쁨을 나눈다. 같은 순간을 함께 즐기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나도 저 시절을 살아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90년대생인 나는 또래보다 조금 더 옛날 문화를 좋아한다. 소위 말하는 '8090 감성'이다. 종종 어른들에게 "몇 년생이냐" "그걸 어떻게 아냐"는 질문을 듣곤 하는데,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 곁에서 자란 덕분이다. 그들이 듣던 음악과 아끼던 물건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라서인지, 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절마저도 내게는 낯설지 않다. 불편한 것이 더 많았을지 몰라도, 사람과 음악, 물건 하나에도 온전히 마음을 쏟던 그 시절은 지금보다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어릴 적 나에게 문화는 손안의 화면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버스를 타고 음반 가게에 가서 CD를 고르고, 작은 서점에서 만화책 신간을 기다리던 시간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비디오 가게에서는 빽빽하게 꽂힌 테이프 사이를 오가며 영화를 골랐고, 마음에 드는 책과 음반은 하나둘 모아 오래 아꼈다. 문화는 흘러가는 정보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은 음악도 영화도 책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선택지는 훨씬 많아졌고, 원하는 것은 언제든 손 안에 들어온다. 편리해진 만큼 하나에 오래 머무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반면 그 시절에는 좋아하는 것을 만나기까지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CD 한 장도, 책 한 권도, 비디오 한 편도 오래 곁에 두고 아끼게 됐던 것 같다. 쉽게 얻을 수 없었기에 더 오래 사랑할 수 있었고, 쉽게 만날 수 없었기에 그만큼 더 소중했다.


아날로그가 그리운 이유는 단순히 옛날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시절의 물건들은 단순한 소장품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향해 기꺼이 시간을 들였던 마음의 기록이었다. 비록 내가 완전한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는 아니지만, 그 온기를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원하는 것을 훨씬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럴수록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편리해진 만큼 우리는 과연 좋아하는 것들을 예전만큼 오래 아끼고, 깊이 들여다보고 있을까. 좋아하는 것 하나에 온전히 마음을 쏟던 그 시절의 낭만만큼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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