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장 큰 브랜딩은 지속성이다

  •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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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3 15:15  |  발행일 2026-08-04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공연예술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수많은 시작과 끝을 목격하게 된다. 새로운 축제가 생겨나고, 음악단체가 창단되며, 전시와 공연이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기대 속에 출발하지만, 몇 년 뒤에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왜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지속되는가.


그 이유는 단순히 예산이나 규모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오랜 시간 살아남은 축제와 예술단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자신만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왜 존재하는지, 어떤 관객을 만나고 싶은지가 흔들리지 않는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색을 지키며 시간을 견뎌낸다.


물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을 지속한다는 것은 화려한 무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버티는 일이다. 관객이 적은 날도 있고, 예산이 부족한 해도 있으며,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다음 작품을 만들며, 다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예술은 바로 그런 반복 위에서 성장한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결과만 바라본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축제, 유명한 공연, 이름 있는 예술단체 등. 하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시간이 숨어 있다. 지금도 많은 예술가와 단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시간을 견디고 있다.


예술에는 지름길이 없다. 단기간의 화제성과 일시적인 관심만으로는 오랜 생명을 얻기 어렵다. 반짝이는 순간은 만들 수 있지만, 전통과 브랜드는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꾸준함 속에서 만들어진다. 오늘의 작은 공연이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어질 때 비로소 하나의 문화가 된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성대한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같은 철학으로 시민을 만나고, 지역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일이다. 음악단체 역시 화려한 데뷔보다 꾸준한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관객의 기억 속에 남는다.


인내와 고통 없는 문화예술은 없다. 오늘 우리가 오래된 전통이라 부르는 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오랜 버팀과 반복의 결과다. 지금 살아남아 있는 예술은 처음부터 특별해서 남은 것이 아니라,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것이다.


어쩌면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하게 시작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속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예술은 결국 가장 밝게 빛난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자신의 자리를 지킨 예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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