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디테일이 명작을 만든다

  •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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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7 13:20  |  발행일 2026-09-08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작년 뮤지컬 극작에 참여해 창작진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고 있던 사실 하나를 다시 실감하게 됐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던 필자는 때때로 '이렇게까지 신경 쓴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품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 장면의 배치 하나, 대사의 단어 하나까지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래 가사였다.


관객으로 뮤지컬을 볼 때는 노래 가사가 대사보다 잘 들리지 않아 몇몇 문장을 놓칠 때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사의 단어 하나까지 그렇게 중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창작진에게 가사의 한마디, 단어 하나는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었다. 인물의 감정과 관계, 앞으로 벌어질 사건까지 담아내는 중요한 장치였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는 복선을 미리 심어놓고, 특정 장면에서 배우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소품 하나를 어디에 놓을지까지 세밀하게 고민한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관객들 가운데 누군가는 숨겨진 복선을 찾아내며 즐거워했고,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의 의미를 뒤늦게 발견하고 감동했다고 했다. 모든 관객이 모든 디테일을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작은 디테일 하나가 작품 전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다시 한번 깨닫고 나서는 나 역시 작가로서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작품을 발전시키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명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결국 이런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작품이 던지는 커다란 주제가 관객을 감동시킨다면, 그 감동을 오래 남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요소들이다. 영화의 한 장면에 놓인 소품, 소설 속 무심하게 지나간 한 문장, 음악의 짧은 프레이즈와 연주자의 호흡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디테일이 관객에게 발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디테일은 눈에 띄지 않은 채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관객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훗날 다시 작품을 만났을 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에서 디테일은 어쩌면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창작자의 태도에 가깝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고민하는 마음, '이 정도면 됐지'에서 멈추지 않는 집요함이 작품의 깊이를 만든다. 결국 명작을 만드는 것은 거대한 한 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쌓아 올린 수많은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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