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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표성흠의 캄보디아 편지] ‘착한여행’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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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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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찍어준 사진…아이들은 난생 처음 자기 얼굴을 보고 즐거워한다

톤레삽의 수상가옥에 3천여명의 베트남 난민들이 부평초처럼 살고 있다.
착한여행자들이 준 선물을 들고 기뻐하는 어촌마을 아이들.
생전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학생들인데 뜻밖에도 그림을 잘 그렸다.
착한여행자들이 틈을 내어 시골학교에서 일일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캄보디아 여행패턴이 바뀌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착한여행(공정여행)’ 바람이 불어 현지인들의 웃음꽃을 피운다. 착한여행이란 여행자도 즐겁고 현지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쌍방통행여행’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현지인들이야 어찌되었든 막무가내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떠들고 활보하는 일방통행식의 여행이었지만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공평하게 이득을 나누자는 것이 착한여행이다. 주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후진국에서 행해지는 새로운 여행바람이다. 이미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착한여행이 아니면 입국할 수조차 없다. 약간의 기부를 생각하고 입국해야 한다는 뜻이다. 캄보디아에서 그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시엠립에 있는 ‘앙코리안(Angkorean)’이라는 손님방이다. 이 손님방 방주 강태욱씨는 고향에서부터 써오던 ‘죽림산방’이라는 닉네임으로 이미 IT상으로는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실제로 시엠립에 가서 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비록 흰 고무신을 끌고 다녀도 곰발바닥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쁘다. 그는 ‘앙코르 왓은 있어도 앙코르 와트는 없다. 앙코르 와트는 일본사람들이나 쓰는 말’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반일적이다.

앙코르라는 말과 코리안을 묘하게 합성시킨 앙코리안은 캄보디아와 한국을 엮은 조어이기도 하지만 이름자 그대로 그 옛날 ‘앙코르제국’을 뜻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고대역사를 부남시대(1세기~550년)·진랍시대(550~802년)·앙코르시대(802~1432년)로 나누는데 우리의 캄보디아 여행 목적은 대개가 이 앙코르 시대의 유적지를 보러 가는 것이다. 앙코르 유적지는 앙코르 왓과 앙크르 톰이 대표적이다. 이 두 곳을 보고 나무뿌리가 사원을 통째로 집어삼킨 타 프롬을 보고나면 대개가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든지 마사지를 받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이게 A라인 코스다. B라인은 좀 더 외곽지역을 둘러보는 것이고 C라인 정도 되면 보다 더 먼 지역까지를 둘러보는 답사가 된다.

유적만 보는 관광서 탈피
여행자들은 현지인들에게
문방구를 선물하기도 하고
한글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정글에서는 지금
전분 공급원 ‘남농미’재배
6㏊ 땅값 2500만원에 불과
땅을 사서
현지인에게 일자리 준다면
이또한 착한여행이 아닐까?

◆봉사하는 착한여행

착한여행팀은 그 어느 한 시간을 쪼개 시골학교를 찾아가 현장수업을 해보든지 보트피플로 떠다니는 유랑민들의 마을을 구경하고 오면서 사진을 찍어주든지 하는 일을 한다. 현지 학교들은 학습도구가 없다. 연필이며 공책도 없는데 크레용이며 그림 그릴 종이가 있을 턱이 없다. 크레용과 종이를 선물로 사 가 한 시간 정도 그림공부를 함께 하고 오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하니까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업방식이다. 아니면 악기를 가지고 가 음악공부를 시키는 것도 좋다. 학교 선생님 자신이 실로폰 같은 악기를 처음 보는 현실이니 미리 이런 악기를 선물로 준비해 올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몇 년 째 약 9천명의 어촌 사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직접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프린트 해 나눠준다. 이 사진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고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거울이 없어 평생 자기 얼굴을 본 일이 없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사진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니.

착한여행팀이 가면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을 왔다가 이 일에 동참을 하게 됐는데 무척 보람이 있어요.”

H증권에서 올해의 헌신인상을 받고 포상휴가를 왔다는 최 지점장은 외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여행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음에는 꼭 자녀를 데리고 전 가족이 함께 와 공연도 하고 태권도시범도 보일 것”이라며 “이제는 여행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포항에서 온 여류 사진작가 두 사람도 베트남 난민 수상 가옥촌을 들러 촬영하고 나오는 길에 이 사진 찍어주기에 동참하고는 “이처럼 보람된 여행은 처음 있는 일”이라 했다. 자신이 원하는 곳을 보고 한두 시간 현지인들을 위해 땀을 흘려주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일 것인가?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지구촌 사람들이다. 물이 낮은 곳에서 차올라 평탄한 수평선을 이루듯 세상 모두가 평평할 때 행복이 온다고 가르친 이가 맹자던가?

이제는 깃발 들고 줄 서서 다니는 여행에서 동참하고 베푸는 여행으로 탈바꿈하는 시대가 왔다. 셀카봉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남을 찍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만큼 여유 있는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신혼여행 온 한 부부는 간밤에 싸웠다며 시무룩하니 앉아 있더니 현지 아이들을 보고나서 생각들이 바뀌었는지 둘이 합심해서 사진 찍기를 거들어주고 있다. 이게 여행의 매력이다.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관광은 그냥 보고 지나간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다. 설령 사진 한 장의 추억을 남겼다할 지라도 그것으로 그만이다. 여행은 철저히 계획하고 공부하고 확인하고 그걸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세상은 변화된 세상이다. 여행에는 며칠씩 하는 여행이 있고 인생전반을 통한 기나긴 여행이 있다.

◆180일을 맞는 캄보디아에서

나는 지금 캄보디아에 와서 180일을 맞고 있다. 기나긴 여행이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여섯 달 동안 ATM에서 빼낸 금액이 600달러밖에 안 된다. 한국에 있었으면 한 달 자동차기름 값에 해당된다. 그동안 캄보디아 일주, 베트남 남북 종단, 태국 일주, 라오스 종단…. 미얀마를 뺀 인도차이나 반도를 대충 다 돌았다. 아무리 환율이 낮은 나라들이라고 하지만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동안 고아원도 하나 짓고, 한글도 가르치고, 책 만들 사진도 수천 장을 찍고, 소설도 하나 구상하고…. 계획했던 일은 대충 끝냈다.

그런데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은 캄보디아의 황무지에 가까운 정글들이다. 이들은 지뢰를 제거하고 이 정글을 개간해 ‘남농미’라는 새로운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이제 5년째인데 전망이 아주 밝다. 남농미는 고구마 같은 감자로 빵과 과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분 공급원으로 전 세계가 눈독 들이는 새로운 식품가공원료다. 한국의 제과제빵 회사들이 앞다투어 이 남농미 사들이기에 뛰어들었다. 선금재배계약까지 한다.

크메르 루즈로 잘 알려진 폴포트 군대일원이 마지막 거점으로 삼았던 파일린 시는 이들에게 무상 지급(살 땅을 주고 총을 내려놓게 한)된 지역이다. 태국 국경지역 ‘푸른산’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사지에 산간평야가 자리한다. 여기 지뢰를 완전히 제거한 밭 6㏊가 매물로 나왔는데 2천500만원 정도라 한다. 이 땅을 사 남농미 농사를 지으면 당해에 본전 뽑고 남는단다. 이 일을 시작한다면 이것도 일종의 착한여행이 아닐까? 현지인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사업이다.

시엠립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이 누에를 키워 비단을 짜는 일터를 만들어 양로원에나 가야 할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비록 앙코르 왓을 앙코르 와트라 한다 해도 우리는 그를 비웃을 수 없다. 착한여행자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기나긴 여행의 연속이다. 어디에 어떻게 머물든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내게 땅을 사 남농미 농사를 지으라 권하는 동갑내기 농부는 “나이 칠십 그게 뭐라고. 절대 일을 겁내지 말라”면서 “한국의 경로당 문화를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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