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위에 구멍을 뚫은 뜻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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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9   |  발행일 2015-05-29 제33면   |  수정 2015-05-29
달성군 논공읍 금포2리 지석묘 상석에서 대구지역 최다 性穴 발견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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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금포시장 내 굴참나무 아래 고인돌 상석에 성혈로 추정되는 30여개의 알 구멍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 구멍을 발견한 심후섭 전 달성교육장이 구멍에 물을 붓고 형체를 드러나게 한 다음 성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사시대 지석묘 상석(덮개돌)에 성혈(性穴)로 보이는 알 구멍 수십 개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금포2리(1805-11) 금포시장 내 굴참나무 아래 고인돌 상석에 원추형으로 된, 1~1.5㎝ 깊이에 지름 2~5㎝의 크고 작은 홈 30여개가 발견됐다. 상석의 모서리 한 부분에만 20여개의 홈이 밀집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가운데 각 모서리가 둥근 사각 홈 중간에 따로 홈이 파인 것도 있다. 나머지 10여개의 홈은 상석 반대편에 흩어져 있다. 홈에는 흙과 모래가 덮여 있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았다.

성혈이 있는 세로 2.5m, 가로 1.2m의 길이에 두께 20㎝ 정도의 퇴적암은 350년 수령의 굴참나무 뿌리의 힘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 수액주사기가 꽂혀있는 굴참나무는 1982년 달성군이 보호수로 지정한 노거수다. 이 나무는 배씨 성을 가진 한 주민이 홍수방지를 위해 심은 것이라고 전해지는데, 100여년 전 마을에 대홍수가 나 마을사람들이 이 나무에 밧줄을 매 큰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피신한 다음부터 매년 정월대보름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덮개돌은 이때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이 시멘트로 덮개돌을 접합한 흔적이 보이지만 깨진 돌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어 파손될 위험이 있다.

민속에서 알 구멍, 알 바위, 알 뫼 등으로 불리는 성혈은 일반적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와 별자리 등을 상징한다. 성혈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유럽,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시대에 걸쳐 나타나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성혈로 추정되는 홈을 발견한 아동문학가 심후섭 전 달성교육장은 2007년 달성의 옛이야기를 찾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 바위가 예사롭지 않아 세밀히 살피던 중 성혈이란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심 전 교육장은 “선사시대 사람, 특히 여성들이 덮개돌보다 더 날카로운 손도끼 등을 이용해 홈을 돌려 파면서 전쟁이나 먹이사냥에 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거나 아이를 많이 낳게 해 달라고 빌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무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참나무는 물을 좋아해 산에서 자랐으면 이만큼 거대한 나무가 되기도 전에 말라죽었을 것”이라며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굴참나무”라고 말했다. 굴참나무 옆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 김광산씨(70)는 “어릴 때 어른들이 정월대보름날 너럭바위 위에 제물을 놓고 제사를 지냈다”며 “굴참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라고 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바위가 온전했으나 뿌리가 자라 바위가 깨졌다”고 했다.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장은 “성혈은 고인돌 덮개돌에서 종종 발견된다. 한 바위에 서너 개에서부터 수십 개까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2003년 경산시 남천면 삼성리 지석묘군 발굴조사 때도 고인돌 상석에서 수십 개의 성혈이 발견된 적이 있다. 다만 하나의 바위에 암각화와 성혈이 동시에 발견되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달성군에서는 화원읍 천내리, 가창면 냉천리·대일리, 논공읍 금포리, 구지면 고봉리 등지에서 청동기 시대 지석묘가 발굴됐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는 대구지역 선사시대 성혈과 선돌을 비롯해 달서구의 ‘선사시대로(路)’를 소개한다. 또 향토의 역사와 지리를 연구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심후섭씨를 인터뷰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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