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12] 엄마와 함께 달리고 싶은 고모령 자전거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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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6   |  발행일 2015-06-26 제40면   |  수정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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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라이딩을 마치고 모봉을 향해 갈 때 동대사 앞 저수지 못둑길 위를 줄지어 가는 라이딩 장면을 놓치면 하루 농사 허탕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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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비 앞에서 요양원의 어머니를 그리며 셀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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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다운힐을 할 수 있는 모봉(3㎞여 구간)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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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서지 않는 고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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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비 앞에서 요양원의 어머니를 그리며 셀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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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딩 중 가끔 구경하게 되는 익스트림 점프 라이딩 장면.(풀샥 자전거가 아니면 착지할 때 위험하니 도전하지 마시길)


자전거로 라이딩할 때 무엇보다 즐겁고 안전하게 라이딩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가 좋으려면 출발이 좋아야 하는 법. 그 출발을 자전거 랜드마크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호텔인터불고 옆에 있는 만촌자전거경기장은 수성구, 동구 지역을 주로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광장이다. 여기서 자전거는 만나고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망우공원 내 만촌 자전거경기장으로 가기 전 네거리 한 모퉁이에서 만나게 되는 ‘비내리는 고모령’ 노래비. 1991년 10월, 수성구의회 의원들은 지방의회 개원을 기념하여 직접 모금한 돈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새긴 노래비를 만촌체육공원 입구에 세웠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건립된 이 노래비는 이후 대구를 상징하는 기념비로 자리 매김한다. 그렇지만 먼저 세우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성급하게 만든 이 노래비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고모령’에 대해 고정관념을 강제하는 쇠말뚝 구실을 하고 있어 아쉽다.

고모령은 어디인가. 물론 각자의 마음속에 각인된 어머니와 함께한 추억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모(顧母)에 대해 가장 오래된 정보는 경산문화대사전에 나온다. “경산군 당시 고산면의 한 리(里)로 이 마을은 원래 이곳의 모습이 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형제봉을 돌아보는 형국이라고 하여 고모리(顧母里, 顧母村)라고 불렀다. 1914년에 현재의 이 지역을 고모동이라 하였고.”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고모(顧母)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상하는 대명사로 떠오르는 것은 대중가요 ‘비내리는 고모령’ 때문이었다. 어머니 랜드마크가 된 ‘고모령’의 창작 배경에 대한 이해로부터 고모를 찾아가자.

대중가요‘비내리는 고모령’으로
고모령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대명사
형제봉∼모봉 라이딩 코스는
도심 부근인데다 산악코스도 가미
싱글라이딩 연수 코스로 각광


48년 봄, 작곡가 박시춘이 경영하던 럭키레코드의 문예부장 작사가 유호씨는 가사 독촉에 시달리던 중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모자가 심하게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 작사가 정두수씨가 가요100년 ‘비내리는 고모령’ 사연에서 전해준 작사 후일담은 다음과 같다. ‘이들의 싸움을 이별의 노래로 승화시키자. 시골을 배경으로 아들을 멀리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아들의 심정을 그리는 거다. 이별의 정감을 살리기 위해 분위기를 비 오는 날로 하고… 어머니를 돌아본다는 뜻으로 고개 이름은 고모령(顧母嶺)이라고 하자.’( 동아일보 1991.9.6)

어머니와 아들의 싸움 장면이 모자지간의 애틋한 이별 장면을 그림 그리듯 그린 노랫말로 승화된 것이다. 작사가는 훗날 우연한 기회에 지도를 펼치다가 실제로 대구에 고모령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약간 오락가락하는 작사가의 말을 종합해보면, 고모령이라는 실제 지명이 노랫말의 모티브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호는 박시춘으로부터 작사 부탁을 받고 서울중앙방송국 도서관으로 갔다.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한국 전도(全圖)를 보니 동대구역 옆에 급행열차도 서지 않는 고모역(顧母驛)이 눈에 띄었다. 顧母驛이라는 한자가 무슨 사연을 간직한 것 같았다. 그는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오동룡, 월간조선, 2003년 5월호)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비내리는 고모령’ 탄생 동기와 관련해 ‘고모(顧母)’라는 단어를 소재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훌륭하게 담아낸 이 노래로 인해 대구의 작은 고개, 고모령은 일약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났다고 했다. 작사가의 상상력과 실제 지명이 만나 불세출의 명곡이 된 것이다. ‘비내리는 고모령’은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알리가 힙합 버전으로 리바이벌해 대를 이어부르는 명곡이다.

고모령에 대한 설명은 크게 인터불고에서 팔현마을로 넘어가는 고개와 2군사령부 영내의 형봉과 제봉 사이로 난 고갯길로 나뉜다. 고개(嶺)는 산등성이 봉우리 사이의 낮은 부분을 뜻하는데, 인터불고 골프장 옆 언덕을 고개라 부르려니 주저하게 된다. 수성구의 ‘자연부락’ 편에서는 대구 수성구와 경산군의 고산면 경계 지점 곧 고모역 앞에 있는 고개를 ‘고모령’이라고 특정하고 있는데, 애매모호함만 가중시키는 설명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4년 11월 형제봉 동측의 공식 지명은 봉우리명이 아닌 고개명칭인 ‘고모령’이라면서, 봉우리의 높이 170.9m라고 확인을 해주었다. 제봉이 고모령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효자 효부들이 사는 자연부락이던 고모(顧母)가 이렇게 두루뭉술해진 까닭은 아마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아라는 만인의 다짐인가. 그렇다면 상상의 공간이 실재를 만나 어머니 신화가 된 고모령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짓일까.

비 내리지 않아야 타기 좋은 고모령자전거길은 고모령 노래비~경부선 만촌육교~형제봉 종합안내도(제봉)~6619부대 철책(업)~제봉건강쉼터(다운)~산아래 식당(다운)~들길(업)~고모건강쉼터(다운)~천태종 동대사(다운)~모봉~어부바 쉼터(업)~옹심이칼국수(다운)~고모역~고모상점(횡단)~고모길~서당지~동대사 구간까지로 정했다.

만촌경기장서 집결하여 망우공원을 빠져 나간 다음 경부선 만촌육교를 횡단하여 고모역 방향으로 가다가 첫째 횡단보도를 가로지르자마자 좌전방에 보이는 형제봉 종합안내판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는 코스다. 2시간여 산책을 겸한 운동코스로는 적당하여 대구시민이 즐겨 찾는 등산로인데, 산 맛을 본 자전거는 등산객이 닦아준 길을 최고로 안다.

형제봉은 김정호의 ‘대동지지’에 처음 등장하고, ‘교남지’(1937)에는 ‘형제산’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산길을 달릴 때면 늘 등산객에게 미안한 마음 반, 이해해줘서 고마운 마음 반. 형제봉을 등산 겸 산책하는 사람들은 산으로 오르는 자전거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해해 주었으며 대체로 환영 일색이었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된 밑바탕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상에 좋은 길이란 돈으로 닦는 게 아니라 서로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닦는 것임을 절감했다. 역시 산은 어머니의 품 같다. 형제봉에 가니 자전거를 타도 등산객과 한 형제가 되더라고 감회를 쓴다.

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은 참솔길이다. 형제봉에는 건강쉼터를 몇 군데 조성해 놓았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산 속의 헬스장을 방불케 했다.

형봉과 제봉 정상은 군부대 내에 있어 밟을 수 없는 땅으로 남아 있다. 2군사령부는 1994년 영내에 고모령 유래비를 건립했다. 제봉건강쉼터에 앉아 방촌동에서 운동하러 온 어르신과 고모령 이야기를 한참했다. 2군사령부에서 5월5일 어린이날에서 5월8일 어버이날까지만이라도 형제봉 정상을 개방하면 시민과 함께하는 군대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다. 고모령이 아니면 만고강산 군의 철책을 두르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어머니 품 속 같은 산을 느껴보고 싶어 2군사령부의 검토를 부탁드린다.

(형)제봉~모봉 라이딩 코스는 도심 가까운 곳에 위치해 산악코스가 약간 가미된 싱글라이딩 연수코스로 통한다. 짧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재미를 더해준다고. 자출사 대경스텝 김기영씨는 “고모동 경로당에서 출발하여 제봉 정상까지 무정차 업힐에 성공하면 중급 실력 싱글라이더 소릴 듣는다”고 이 코스를 설명했다.

149m밖에 되지 않는 모봉은 이름 없이 지내다 형제봉 옆에 있기 때문에 이름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모봉은 평이한 코스였지만 다운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시 휴식을 하고 나서 점프대에서 숙달된 라이더들이 보여주는 익스트림 점핑 장면은 나날이 자가발전하는 MTB문화였다. 모봉은 그 이름만으로도 휠체어 타는 어머니랑 함께 넘으며 추억을 남기고 싶은 아늑한 산길이었다. 엄마와 함께 타면 좋을 고모령자전거길, 그러나 나홀로 형제봉과 모봉을 달렸다.

2005년 영국문화원에서 전 세계 비영어권 국가 102개국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는 Mother(어머니)였다. 대구는 세계인이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 스토리를 갖고 있다. 고모령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차가 서지 않는 고모역, 고모령 어머니의 힘으로 다시 기차가 서게 하리니. 엄마랑 함께 자전거를 탈 만한 곳 넘버원 라이딩 명소로 다듬고 가꾸면 모명재길도 빛날 것이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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