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한 대구 도시공간 재창조 .1]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 이창호
  • |
  • 입력 2015-11-17   |  발행일 2015-11-17 제5면   |  수정 2015-11-17
“무분별한 도시 개발은 그만” 기존 공간에 새로운 맥박 뛰게 한다
20151117
도시재생사업이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구시의 전경. 도시의 팽창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공간 등의 기능을 되살려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도시재생사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의 재창조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20151117
옛 도심지역은 신도시 위주의 개발정책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시 북구 고성동의 노후화된 주택 지역. <대구시 제공>



“이제 도시는 ‘개발’이 아니라 ‘재생’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압축성장의 시대가 지나면서 대구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도시의 외연이 확대돼 기존 도시공간이 쇠퇴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기존 공간의 재생과 효율적 활용이 시대적 과제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개발→재생’이라는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는 미국과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일찍이 선행된 것으로 이제 우리 도시의 성장과 변화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됐다. 서구의 경우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해 종합 계획 수립을 통한 합리적 도시관리를 본격화한 데 이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적투자를 통해 바람직한 성장을 이끄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개발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던 시대가 가고 지역 특성에 맞는 ‘콤팩트 성장’ ‘스마트 성장’의 도시정책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서구 국가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센티브와 규제의 조화 등을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의 시대’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의 앞선 경험과 교훈 속에 일관되게 자리하고 있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다.

경제·사회적 침체로 위기에…
도시재생이 심폐소생술 기능
대구, 사람중심 도시로 향해
지속가능형의 모델 개발 박차

◆쇠퇴도시에 숨결 불어넣는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산업구조의 급변과 무분별한 도시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의 길을 걷고 있는 기존 도시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활성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기존 도시공간의 경제·사회적 침체가 더 이상 시장의 힘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를 총체적으로 극복하려는 과정으로서 도시재생이 도입된 것이다.

도시재생은 과거 단순 철거위주의 도시재개발과 달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목표 아래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낙후된 도시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종합·통합적인 비전과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쇠퇴하는 도시를 살린 대표적 예로 스페인 북부 비스카야주의 주도인 빌바오를 꼽을 수 있다. 빌바오는 1970년대까지 철강·조선산업의 중심지로 스페인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70년대 말 유럽의 산업위기가 닥치자 중공업과 관련 산업에 이어 서비스업까지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경제성장이 멈춰 버렸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의 고용이 25% 감소하자 실업률이 30% 증가하는 등 각종 사회문제가 터져 나왔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빌바오가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다소 의외였다. 이는 바로‘문화와 예술에 바탕을 둔 도시재생’사업이었다. △1991년 ‘빌바오 메트로폴리탄 30’ △1992년 ‘빌바오리아 2000’ △1995년 ‘메트로폴리탄 빌바오계획’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착착 진행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신공항·외부 항구·트램 등 주요 기간시설이 자연스럽게 정비됐으며, 마침내 1997년 빌바오의 얼굴격 건축물인 ‘구겐하임 미술관’이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이 미술관은 쇠퇴하던 빌바오가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게 됐음을 스페인 전역과 지구촌에 알리는 랜드마크가 됐다.

◆대구 도시재생, 변화위한 출발 시작

대한민국의 도시를 보자. 우리 도시는 그동안 신도시 개발 위주의 정책을 통해 주택·산업용지난을 해소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구도심은 오히려 쇠퇴했으며 도시외곽개발로 인한 교통·물류비용의 상승, 도시주변 녹지감소로 인한 환경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또 노후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된 기존 정비사업은 원 주민의 재정착과 민생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

이에 정부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한국형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존 토지·건물 소유자 중심의 도시정비 방식에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거주자 중심의 자력기반 확보’로 방향타를 바꾼 것이다. 사업지도 수도권은 물론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확대했으며, 사업방식도 주택·기반시설 위주의 환경정비에서 사회·경제·문화 등 종합적인 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맞췄다.

국내도시의 도시재생 내용과 방법은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 부분 규격화돼 있지만 재생에 대한 전략은 도시의 특수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접근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시에 대한 시각이 ‘다양성과 융통성’ ‘시민적 거버넌스’로 옮겨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요구되는 마인드다.

따라서 대구의 도시재생도 ‘사람과 공동체 중심 도시로의 복원과 재창조’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 중심의 도시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도시재생의 대상·범주·방식 등을 새롭게 규정하고 실천하는 데서 대구의 도시재생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김수경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도시재생은 성장과 개발에 올인했던 도시를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도시’로 어떻게 재창조하느냐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대구의 도시재생은 이제 변화의 시작을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