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부정론은 특정 이익집단의 음모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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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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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방독면을 쓴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석연료업계, 막대한 자금 동원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공격
정치인·언론 추악한 커넥션 폭로
기후변화 부정 불편한 진실 고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서 파리협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미국이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그 파장은 당연히 미국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때부터 예견된 바였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엑손모빌 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대표적 기후변화 부정론자 중 한 명인 스콧 프루잇을 환경보호청(EPA)의 수장에 앉힘으로써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환경 정책을 무위로 돌려놓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 뒤에 공화당을 필두로 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과 그들을 적극 후원·조종해온 제조업·에너지 재벌들의 강고한 커넥션이 도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6년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이러한 반동적 획책에 맞서 기후변화 부정론을 과학적으로 논파하고 그들의 추악한 커넥션을 폭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기후변화에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과학자들을 공격하며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고 심지어 기후변화는 음모라고까지 주장하는 특정 이익집단들과 정치인, 언론의 행태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헤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기후과학의 기본 개념은 아주 간단한 사실을 바탕으로 삼는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둔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대기 중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잔가지들이다. 그럼에도 논쟁 과정에서 사이비과학 또는 반과학이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거나 부정론이 회의론 행세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자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6단계 부정론’으로 요약하고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나간다.

마이클 만·톰 톨스 지음/ 정태영 옮김/ 미래인/ 244쪽/ 1만3천원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압도적 다수의 지구촌 과학자들이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데도 그 파국을 막기 위한 정책적 실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실정이다. 왜일까? 저자들은 그 배후에 ‘과학과의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고 폭로한다. 과거 담배산업 및 화학산업이 유해성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쳤던 로비 활동 및 허위정보 유포작전이 이번에는 기후변화 논쟁의 장에서 화석연료산업계의 주도로 치밀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이익집단들은 각종 싱크탱크나 어용단체, 유력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한편 과학자 용병들을 고용하여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공격해왔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화석연료업계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기관 또는 어용단체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그들로부터 돈을 받는다. 저자들은 그 대표적 부정론자들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정치권과 언론계의 사정도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화석연료산업계와 과학자-정치인-언론의 커넥션으로 유지되는 부정론 진영의 집요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 규제와 청정·재생 에너지 경제로의 이동을 위한 행동은 국제적 차원에서 갈수록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명쾌한 과학적 해설과 촌철살인의 만평이 어우러진 이 책은 기후변화에 관심 많은 이들에겐 기후 행동에 대한 확신을, 둔감하거나 의구심을 품는 이들에겐 결정적인 생각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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