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넘는 거인 ‘문명에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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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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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갤러리, 정병국 작가 개인전

“뒷 모습이 인간 본질에 가까워

익숙·고정화된 시선 깨고 싶어”

정병국 작
대구 남구 고미술거리에 위치한 을갤러리에는 2m가 넘는 거인의 그림이 걸려 있다. 압도적이다. 거인은 공중에 떠있다. 남자의 뒷모습이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하늘로 뛰어올라가는 것인지 애매하다. 영남대 회화과 교수를 지낸 정병국 작가가 그렸다.

작가는 “보는 사람 마음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작가는 층고가 높은 을갤러리를 염두에 두고 공중에 떠있는 거인을 그렸다고 밝혔다. 직접 공간을 연출한 셈이다.

정병국 작가의 개인전이 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메인 전시장에서 공중에 떠있는 거인을 포함해 3명의 남자 뒷모습과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한명의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공간이 너무 긴장돼 있는 것 같아 예전에 그렸던 여자의 그림을 함께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작가의 의무라고 했다.

왜 뒷모습일까. 작가는 “앞모습은 인간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기가 복잡하다. 앞모습은 때로 위선적이고, 장식적이다. 뒷모습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가깝다”고 했다.

작가의 화두는 ‘인간’이다. 작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 적이 있는데, 히말라야의 풍경보다 내 가방을 들어주는 포터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고 했다. 기억이나 자료를 조합한다. 작가는 “기억이나 자료를 그대로 화면에 옮기지 않는다. 시간과 또 다른 시간의 만남, 공간과 또 다른 공간의 만남을 상상해 그린다”고 했다.

모델은 주변 인물이나 자기 자신이다. 작가에게 모델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문제를 다루지만, 인물화를 그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메인 전시장의 수영복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나오는데, 인공갤러리를 운영했던 고(故) 황현욱 대표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 황 대표와 오대산에 같이 간 적이 있다. 당시 황 대표의 모습을 수성못 가로수를 배경으로 그렸다”고 했다. ‘발톱’도 인상적이다. 푸른 색을 배경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나오는데 제목이 ‘발톱’이다.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의 만남을 연출하다보니 그림이 초현실적이다. 작가는 “인간의 관습을 깨고 싶었다. 상식적이고 습관화된 만남보다 느닷없고 어울리지 않는 것을 갖다 놓는 방식으로 그렸다”고 했다. 생뚱맞은 사물이나 이미지라도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익숙하고 고정화된 시선을 각성시킨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다. 초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은 신(神)에 가깝다. 작가는 니체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언급하며 “문명과 사회가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오늘날의 신은 나이고, 우리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6월8일까지. (053)474-488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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