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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공예 담화(談話)] 공예품의 또다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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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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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

2015년 동성로 축제때 아트마켓에서 구입한 고양이 머그컵(작가 이동민).
대구금속공예스튜디오 크리몽의 ‘시크릿 반지’는 원하는 메시지를 각인하여 주문 제작되는 반지다. 열고 닫을 수 있으며, 팬던트로도 사용 가능하다.
국내 핸드메이드 유통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이디어스(Idus) 광고 화면 캡처.
최근 한 광고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광고는 집들이 선물의 포장을 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첫 선물을 개봉하며 “디퓨저네!”라고 하며 환한 표정으로 만족하는 호스트(배우 정려원)는 이후 또 다른 선물 상자들을 열며 곧 시무룩해진다. 다른 선물들도 모두 디퓨저이기 때문이다. 이어 “똑같은 선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핸드메이드”라는 내레이션으로 광고는 끝난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집안일도 술술 잘 풀리기를 바라는 의미와 함께, 어느 가정에나 휴지는 필요하다는 이유로 생필품은 우리의 단골 집들이 선물이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기분 좋은, 일종의 작은 사치 같은 디퓨저는 화장지보다 분명 로맨틱한 선물이다. 이 광고는 집들이 선물의 단골 아이템이 휴지와 세탁 세제에서 디퓨저로 바뀐 시대상을 보여주며, 동시에 보다 정교해지고 섬세해진 현재의 한국 사회 소비문화에서 디퓨저 다음 단계가 ‘핸드메이드’라고 이야기한다.

세제·휴지로 대표되는 집들이 선물
남들과 조금 다른 향초·디퓨저 변화
천편일률적인 공장대량생산품 한계

손맛·유일무이함·고유성·독특함…
마음 표현하는 특별한 문구, 진심 전달
희소가치 더한 핸드메이드 공예품 각광


광고 속 설정은 휴지를 받으며 실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디퓨저를 선물 받고 난 이후의 반응이다. 천편일률적인 식도구가 아니라 기능에도 충실하면서 식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감각과 독특한 개성의 식도구들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비추어지고 있는 2019년의 대한민국. 우리는 더 이상 ‘밥을 굶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어떤 그릇에 음식을 플레이팅 하느냐’의 문제를 고민한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어떻게 나의 삶의 질을 높이며 잘 살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는 사이, 우리의 문화 안에 향초와 디퓨저라는 낯선 물건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개성은 종종 무시되고 획일화된다. 광고 속 똑같은 선물인 디퓨저는 마치 ‘잇-백(it-bag)’이란 용어를 연상시킨다. 요즘 젊은 세대 용어로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가 되기 위해 트렌드를 읽고 그 흐름을 따라가면, 디퓨저가 잇-백과 같은 인싸 아이템이다. 공통성이 주는 소속감, 그리고 그 소속감이 주는 나름의 안정감은 반대로 흔하고 진부하며, 창의적인 즐거움이 없기에 쉽게 무력화된다. 무엇보다 ‘나’란 주체와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서글픈 면모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된 디퓨저는 받는 이와 주는 이의 취향과 개성 등이 반영된 선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소비문화 분석가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높은 성능’이라는 ‘가성비’의 기준이 더 진화되어, 현재는 가격 대비 객관적 품질과 주관적 마음을 모두 충족하는 ‘가심비’ 높은 제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 시대라고 한다. 소비의 취향은 보다 정교화되고, 주관적 만족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성향으로 들어서면서 지금 우리 시대 공예품을 표현하는 ‘손맛’과 ‘유일무이함’ ‘고유성’ ‘독특함’ 등의 가치는 대중에게 공예를 재평가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공장에서 익명으로 대량 생산된 물건보다 핸드메이드 공예품이 ‘특별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핀란드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공예품은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구입되며 선물로서의 공예의 가치와 의미를 분석한 한 연구는 ‘공예의 독특함, 정교함, 소중함, 표현적 특성이 공예를 최고의 선물로 만들어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선물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방 안 서랍장 위에 어느새 쌓인 선물 포장들에 눈길이 간다. 외국인 남편을 둔 나는 가까이에서 챙기지 못했던 시부모님의 생신, 서양의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의 선물들을 준비하여 방학이 되면 시댁에 다녀온다. 내가 드리는 어떤 선물이든 언제나 기분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이지만 몇 해 전 시부모님을 위해 구입한 도자기 머그컵은 내가 드린 다른 선물보다 특히 좋아하셔서 기억에 남는다. 졸업생이 동성로 축제 때 판매한 머그컵인데, 덮개가 있어서 티백의 차를 우리는 동안이나 잠시 마시지 않는 동안 뚜껑을 덮어 둘 수 있는 컵이었다. 내가 이 컵을 구입한 이유는 뚜껑 위에 놓인 고양이 때문이었다. 시부모님이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자마자 구입을 했지만, 차를 우리는 동안 “야옹~” 소리를 내시면서 서로의 뚜껑 위 고양이를 쓰다듬으실 것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만약 당시 이 머그컵에 ‘사랑해요!’ 정도의 문구와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면 사실 더 특별했을 것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감사하는 마음과 축하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잘 담아 표현할 수 있는 선물이 공예품이라는 공식은 핸드메이드이기에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더욱 확실히 성립된다. 또한 색상과 사이즈 등 다양한 옵션의 선택이 가능하다 보니 개인의 감성과 취향을 더 섬세하게 반영할 수 있다. 숨겨진 메시지가 각인되어 있는 반지나 원하는 문구를 적을 수 있는 도자기류 등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선물로 인기가 좋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로서의 공예품은 희소가치가 있고 분명 특별한 선물이 된다. 여기 그 선물이 ‘(특별히) 당신만을 위해’ 제작된 것이라면? 받는 이로 하여금 주는 이의 마음과 특별함이 더욱 느껴지는,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계명대 공예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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