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으로 다진 60년 전통 ‘송정떡갈비’와 별미 ‘상추튀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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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35면   |  수정 2017-12-08
■ 푸드로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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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식과 다른 송정식 떡갈비. 소고기에 돼지고기를 섞은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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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별미 분식의 대명사가 된 상추튀김.

1970년대 광주 한정식 상차림은 30여 종류의 반찬과 술안주로 가득채운 ‘교자상 백반’이었다. 이게 서민버전으로 간략화된 게 가정식백반이다.

광주백반은 60년대 순천과 구례에서 먼저 유행했다. 해남 대흥사 등 관광지에서 흉내내다가 오늘날은 강진·장흥·순창백반 등으로 분파됐다. 하지만 한 상에 1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 서민밥집과는 거리가 있다.

오리탕은 70년대 시작된 음식이다. 나주 금천에서 오리농장을 하던 나씨 청년이 보급한 음식이다. 그는 광주 음식점을 찾아 다니면서 오리로스를 권장하다가 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영광출신 주인을 만나 미나리와 들깻가루를 넣어 끓여내는 오리탕 보급에 나섰다. 중앙고속터미널 뒤쪽 유동·신안동 일대에 30여 집이 생겨 80년대말 오리탕 전성시대를 연다.

치아 약한 시댁 어른 위해 만든 떡갈비
소고기만 다져서 만든 담양식과 달리
소고기와 돼지고기 섞은 후 갖은 양념

1913송정역 골목 300m 별별 먹거리
밥 부족해 상추에 튀김 싸 먹은 게 시초
느끼한 맛 없는 ‘상추튀김’도 명물급


떡갈비도 광주 송정식과 담양식이 좀 다르다. 담양식 떡갈비는 소고기만 다져낸 것이고 소고기에 돼지고기를 섞고 파·마늘 등을 다져 갈비에 붙여내는 게 송정식이다. 송정떡갈비는 50년대 송정리 5일장 주변에서 친정 어머니와 밥집을 하던 최 모 할매가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광주와 나주·영광을 잇는 길목에 자리잡은 송정리는 송정역이 생긴 1913년부터 큰 장이 섰다. 이때 최 할머니는 치아가 튼튼하지 않은 시댁 어르신용으로 떡갈비를 개발했다. 송정떡갈비는 소고기를 다진 뒤 갖은 양념과 섞어서 연탄불에 구워냈다. 하지만 현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7 대 3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 돼지고기를 섞은 현재 송정떡갈비가 등장한 것은 IMF외환위기 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인상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광주보리밥은 증심사 위 ‘팽나무집’ 등이 무등산 등산객을 상대로 막걸리와 보리밥 쌈을 팔아 인기를 끌면서 점차 유행했다. 팽나무집 보리밥이 재미를 보자 절 밑 길가에 100명 이상씩을 수용하는 전북식당, 대지식당 등이 가세한다. 이후 지산동유원지 입구인 무등파크호텔 주변의 식당들이 보리밥과 산채나물 비빔밥을 팔면서 라인을 형성한다.

◆광주김치

왜 광주김치가 광주5미에 선정됐을까.

이유가 있었다. 90년대는 일본과 김치논쟁을 계속했다. 기무치가 김치를 압도하고 있었다. 2001년 한국김치가 국제식품규격에 등록된다. 국제적인 공인을 받은 것이다. 2013년 12월 한국의 김장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다.

광주의 김치 현대화는 94년부터. 이때 처음 김치축제를 시작한다. 타 지자체는 나름의 축제를 기획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었으나 광주는 내세울 만한 축제가 없었다. 남도음식축제를 생각했으나 이미 전남도가 ‘낙안음식축제’를 계속해오고 있어 주도권 잡기가 어려웠다. 광주비엔날레를 시작하면서 김치축제는 부대행사로 기획된다.

2012년에는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로 이름이 바뀐다. 연이어 세워진 광주 김치타운에 자리한 세계김치연구소가 2012년 준공된다.

광주김치의 한 특징은 고춧가루가 유별나게 많다. 어느 정도 많은 게 아니라 고춧가루가 범벅된 것 같다. 하지만 경상도권에선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배추김치에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했다.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전라도식 배추김치는 역사가 채 100년이 안된다. 어떤 전문가는 50~60년대에는 그런 스타일은 전라도 밥상에선 보기 힘들었다고 증언한다.

◆이젠 추억식이 된 용봉탕과 애저찜

광주의 대표적 영양식은 ‘용봉탕’이다. 용봉탕은 광주에서 영광 가는 길목 송산교 곁의 별미였다. 서해정식당 등이 인기였다. 용봉탕은 잉어와 닭을 결부시킨 것인데 광주 용봉탕은 잉어 대신 자라를 넣는 게 특징. 자라는 강물에서 자라지만 맛은 생선이 아니라 닭고기 맛이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 봉강리 자라농장에서 사육한 고기를 갖고 요리를 하는 ‘봉강별곡’은 요즘 네티즌에게 가장 주목받는다. 여긴 일반 닭 대신 오골계를 사용한다. 새끼 자라 한 마리는 5천원, 4년 키우면 ㎏당 6만원, 그래서 용봉탕은 비쌀 수밖에 없다. 현재 자라탕은 16만원, 용봉탕은 14만원.

향토사학자 김정호는 ‘광주 육미(肉味)’를 제안한다. 애저와 육회가 그 대표 메뉴랄 수 있다. 광주는 옛날부터 소고기를 육회로 먹던 전통이 있었다. 70년대 광주에서 수육점을 하던 길 모씨가 소고기 값싼 부위인 대접살을 생으로 숭숭 썰어 상추와 된장, 생고추, 마늘 등을 곁들여 싸먹도록 손님들에게 팔았다. 소문이 나자 붐비기 시작했다. 그는 광주고속터미널 곁 2층집을 얻어 ‘광주회관’이란 상호를 내걸었다. 한때 광주시는 ‘빛고을 생고기’라는 이름으로 광주 생고기 식단을 명품화하려고 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래정, 또순이식당 등에서 ‘애저(돼지새끼)’를 팔았다. 요즘은 진안이 애저요리의 1번지지만 예전엔 광주가 더 성했다. 빙허각 이씨(1759~1826)가 쓴 ‘규합총서’라는 책에 애저 이야기가 나온다. 본디 애저는 새끼 밴 어미돼지를 잡았을 때 새끼집에 들어있는 새끼를 정히 씻어 뱃속에 양념해 찜을 한다고 했다. 냉혹한 짓이었다. 그래서 낳아 기르던 새끼돼지를 잡아 큰 솥에 삶아 요리했다. ‘광주의 애저는 일제시대 구역전통인 구서방네(성북관)의 특품음식이었다’고 박선홍씨가 ‘광주 1백년’이란 책에서 밝혔다.

◆광주 별미 이야기

임방울 생가 터 근처 관광시장 1913송정역엔 별별 먹거리가 분출한다. 송정역에 KTX가 정차하게 되면서 상전벽해가 된 탓이다. 이 시장은 300여m에 달하는 직선골목으로 되어있다. 업종도 무척 다양하다. 특허를 직접 냈다고 하는 ‘삼뚱이(삼겹살+야채+김치)’, 세계의 라면 가게인 ‘한끼라면’도 맛집으로 격상됐다.

광주 별미분식 중 하나인 ‘상추튀김’. 다들 상추를 기름에 튀긴 건 줄 안다. 상추튀김은 그 이름이 풍기는 늬앙스와 전혀 다르다. 상추를 기름에 튀겨내는 것이 아니라 오징어나 새우, 감자, 고구마, 채소 등의 식재료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다. 이렇게 튀겨낸 튀김은 상추에 싸 먹는다. 이른바 ‘튀김 상추쌈’이다. 이때 청양고추와 양파 등을 채 썰어 넣은 간장에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광주시가 원조를 찾아냈다. 75년 광주시 동구 충장로 2가 옛 광주우체국 뒤편의 한 튀김집. 우체국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점심때가 되면 그 튀김집에 모여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어느 날, 한 아저씨가 도시락 반찬으로 상추를 가지고 왔는데 밥이 부족해서 밥 대신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었다. 이때 상추가 튀김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고 맛이 좋아 그때부터 그 튀김집에서 튀김과 함께 상추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것이 메뉴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 튀김집 때문에 튀김거리까지 조성된다.

양동시장도 광주 맛의 원천. 양동시장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러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웠다는 국밥집이 있다. 시장 초입의 ‘하나분식’이다.

육전도 광주 별미다. 충장로의 ‘대광식당’과 상무지구의 ‘육전명가’가 대표급. 여긴 재밌게도 식탁에서 한복 차림의 여직원이 직접 전을 부쳐준다. 소고기 아롱사태 얇게 저민 것을 찹쌀가루에 묻혀선 달걀옷을 입혀 기름 두른 팬에 지져낸다.

40년 역사의 궁전제과는 나비파이와 공룡알빵으로 유명하다. 공룡알빵은 바게트의 속을 파낸 뒤 감자 달걀 등이 버무려진 샐러드를 꽉 채워놓은 빵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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