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맛 지킴이 황풍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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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35면   |  수정 2017-12-08
순천서 태어나 서울 유학…91년 광주로
9년간 언론 생활 후 ‘전라도닷컴’ 발간
맛으로 전라도 고찰 ‘풍년식탐’ 등 출간
전라도 맛 지킴이 황풍년
2000년부터 전라도스러움의 원형을 찾기 위해 월간지 ‘전라도닷컴’을 발행하고 있는 황풍년 발행인.

토종 월간지 ‘전라도닷컴’. 북구의 한 주택가에 사무실이 있다. 현재 전라도스러움을 지키는 드문 잡지로 알려져 있다. 그 중심에 고집쟁이 황풍년 편집장 겸 발행인이 있다. 1964년 순천에서 태어나 한때 작가의 꿈을 키웠다. 고려대 불문과를 나온 그는 91년 광주로 내려온다. 고향으로 바로 가면 낙오자란 낙인이 찍힐 것 같았단다. 전남일보 기자와 광주드림 편집국장을 하면서 99년까지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모든 언론이 서울발 기사에 휘둘리고 있었다.

“왜 자기 고장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하는 걸까. 더이상 기존 언론에 만족해선 제 삶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99년 12월31일 사직서를 냈다. 그는 스스로를 ‘21세기 자발적 첫 실업자’라고 한다. 그해 2월22일 오마이뉴스가 탄생했다. 그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진월동의 한 할인마트 구석방에서 웹진 전라도닷컴을 론칭한다. 2002년 3월부터 타블로이드판 신문 형태로 발간했다. 현재까지 통권 188호.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은 두 권의 책 출간이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과 ‘풍년식탐’이다. 전라도정신의 본질을 탐색한 작업이다. 그는 있는 자의 역사보다 없는 자의 역사, 민초와 백성의 삶의 흔적을 더듬었다. 닷컴엔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일반식당 이야기는 적지 않는다는 것. 직접 남도의 손맛을 찾아 수년을 돌아다녔다. 홍어된장찜, 참게수제비, 곶감찰밥, 해우국, 홍애국, 정어리찜, 민물새비애호박돼지고기국 등 남도의 숨겨진 사철밥상을 연재했다. 2013년 그걸 풍년식탐으로 묶어낸다. 그가 찍은 숱한 사진은 남도순회사진전인‘촌스러움전’을 통해 소개됐다.

그는 전라도의 맛이 권역별로 각기 다르다는 걸 알았다. 영산강권은 홍어, 탐진강권인 여수·순천·광양권은 서대, 금강권은 박대가 힘을 발휘한다. 보성 장도에서는 참꼬막이지만 고창권 갯벌에선 ‘노랑조개(해방조개)’로 변형된다는 것도 알았다. 대수리(다슬기)도 고여있는 물에 자라는 놈은 나이테가 있는 ‘몰대수리’, 유속이 센 데선 반질반질한 ‘톳대수리’가 된다는 걸 현장을 밟지 않고선 알 수 없었다.

그는 전라도맛의 본질을 시달림의 미학(味學)으로 본다. 갯벌이 바로 그 첫단추란다.

“신안의 섬초(겨울시금치)는 해풍에 시달려야 되고 국내 최고 진도 독고산 미역도 밀물과 썰물에 시달려야 제맛이죠. 한겨울에 잡힌 숭어의 속을 보면 뻘밖에 보이지 않아요. 육지는 황토, 바다는 갯벌, 여기서 남도맛의 잉태되는 건지도 몰라요.”

그가 인터뷰 다음날 눈발 흩날리는 군산 유일의 5일장인 대야장과 씨나락을 손에 거머쥔 한 남도 할매의 고단한 손 사진을 전송해왔다

.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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