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콘서트하우스 내홍 사태를 보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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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  수정 2020-06-29 08:17  |  발행일 2020-06-29 제21면

김봉규
김봉규 전문기자

코로나19로 썰렁하던 대구콘서트하우스 건물 외벽에 최근 새로운 현수막들이 나붙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좋아할 콘서트 내용을 안내하는 것들이 아니다.

'특정인에 대한 특혜를 반대하는 단원들에게 징계 협박하는 관장은 퇴진하라!' '독선과 아집으로 수십 년 전통을 무너뜨리는 관장은 콘서트하우스 발전의 걸림돌!' '단원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관장은 물러나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구시립예술단지회 명의로 지난 26일 내걸렸다.

이 사태는 공석인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선임을 위한 객원지휘자 선정을 둘러싸고 합창단원들이 소속된 노조와 관장이 대립하면서 초래됐다. 10여 개월 동안 공석인 합창단 상임지휘자 선임은 지난 2월 취임한 이철우 관장이 빨리 마무리해야 할 과제였다. 대구시가 '적임자 없음' 과정을 거치며 두 번째 공모 절차를 거쳐 어렵게 선임된 이 관장이 난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몇 명의 지휘자를 객원지휘자로 위촉해 지휘하게 하고, 그 지휘자 중에서 상임지휘자를 선임하는 준공채 방식을 적용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해 공석 후 2명이 객원지휘를 했고, 이철우 관장은 취임 후 세 사람의 객원지휘 무대를 가질 예정이었다. 코로나19로 연주회를 못 하다가 지난 25일 첫 객원지휘 무대를 가지고 7월23일 또 객원지휘 연주회를 열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7월23일 객원지휘자로 예정된 L지휘자를 합창단원들(노조)이 반대하면서 관장과 노조가 충돌하게 되었다. 노조는 L지휘자의 상임지휘자 후보자격 배제, 상임지휘자의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을 위해 노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 등을 요구하는 합의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했고, 관장이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관장이 개인의 호불호나 객원지휘의 기회 부여 여부를 묻는 행동은 위법성이 있으므로 행동을 삼갈 것을 지시했으나, 합창단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투표를 실시해 L지휘자의 객원지휘와 상임지휘자 후보군에서 제외할 것을 절대 다수 찬성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L지휘자가 객원지휘를 철회해 객원지휘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노조는 '공모' 방식을 통해 같은 지휘자에게 응모 기회를 주려 한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관장은 L지휘자에 대한 거부는 불합리하고 객관적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27일에는 성명서를 통해 관장의 공개 사과, 대구시의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관장은 "정의와 순리가 배척당하지 않도록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로의 생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한 형국으로 다가온다. 이 관장이 단원들과 소통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사태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대구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오래갈수록 더 그럴 것이다. 양쪽 모두 개인적 감정이나 욕심, 집단 이기심을 떠난 공심(公心)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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