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를 바라보는 ‘5人3色’ 전문가의 시선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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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5   |  발행일 2013-03-15 제35면   |  수정 2013-03-15
“미스코리아는 상품” “무슨 소리, 작품이다” “아니다, 진짜미인은 명품”
■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을 거부하다
■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에 참여하다
미인대회를 바라보는 ‘5人3色’ 전문가의 시선
밀로의 비너스

미인대회에 대한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크게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을 상품과 작품으로 보는 측면이 있는데, 출전하든 않든 스스로를 명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표병관 ‘몸과 문화’ 대표, 심현정 여성환경연대 대표, 화가 권유미, 신창규 정신과 전문의, 이미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등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

◆표병관 ‘몸과 문화’ 대표

남태평양 피지섬에 TV가 처음으로 보급된 뒤 소녀들은 다이어트열풍에 휩싸였다. 이곳에서 전통적으로 살쪘다는 말은 칭찬이었고, 날씬해졌다는 말은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늘씬한 몸매의 여성이 TV에 등장하면서 3년 만에 섭취장애 조짐을 보이는 소녀들이 이전보다 2배 수준으로 늘었으며, 74%의 소녀들은 자신이 너무 뚱뚱해졌다고 느끼게 됐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미인의 상징인 밀로의 비너스에 나타나는 허리는 요즘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인 개미허리가 아닌 굵고 두툼하다. 빌렌도르프 비너스 역시 뚱보에 가깝다.

이처럼 미의 기준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르다. 몸이 주목받은 이 시대 가수 이미자는 인기가수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거꾸로 가창력이 우선됐던 과거 라디오 시대 이효리는 인기가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심사위원으로 추천받은 적이 있으나 거부하고 구경삼아 가본 적은 있다.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은 기가 막히게도 얼굴과 코의 각도, 치아가 같았고, 쌍꺼풀이 있었다. 좋게 보면 미의 민주화·평준화로 해석될 수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모니터미인이었다. 비누회사 도브(Dove)의 광고 카피처럼 ‘우리가 미인이라 여기는 것은 왜곡된 것’이다. 요즘 미인대회에서는 학벌까지 본다. 미인대회 심사위원을 10~70대 나이로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성형외과 의사 대신 목욕탕때밀이, 철학자를 포함시켜야 한다. 에로스의 유효기간은 2년이라고 한다. 건강·자연미대회와 성형미인대회를 구분해 개최하자. 미스유니버스선발대회에 165㎝의 미인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편안하고 펑퍼짐 한 동네아줌마 같은 인상의 여성을 TV앵커로 발탁하는 것도 미의 민주화다.

미인대회를 바라보는 ‘5人3色’ 전문가의 시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심현정 여성환경연대 대표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은 적이 있는데, 거부했다. 미스터코리아선발대회였으면 응했을 것이다(웃음). 조선시대 같았으면 ‘미스조선’에 선발될 미모인데 억울하다.(웃음)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는 수영복심사 말고 맨얼굴심사가 있다. 화장을 하지 않고 하는 심사인데 아이라인, 눈썹·머리문신은 체크를 해도 성형유무는 보지 않는다. 성형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데 돈이 있다면 다 뜯어고칠 수 있는 게 아닌가. ‘인조미인’선발대회로 부르는 게 맞다.

생명력이 없는 아름다움은 죽은 미다. 친구 가운데 얼굴에 큰 점이 있어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안 보였다. 사랑을 하면 다 예뻐 보인다.

어릴 때 무용을 한 적이 있다. 청소년기에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계속할 걸 그랬다. 세계적인 무용가 중에 다리가 없는 무용가도 있더라.

오바마 대통령부인 미셸 오바마와 나오미 캠벨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블랙도 예쁘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 미의 기준이란 그 사회가 어떤 합의를 가지고 미를 바라보는가에 달렸다. 내가 보는 미의 기준은 신체의 제약을 극복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가 권유미

3년 전부터 대구·경북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사기준은 전체의 균형과 비례다. 얼굴이 작고, 어깨와 등이 곧으며 허리는 잘록하면서 다리는 길게 쭉 뻗은 몸을 가진 후보가 유리하다. 이후 1대 1 인터뷰를 통해 후보의 생각이나 말솜씨, 표정 등을 심사한다.

현대미술계에서 개성 있고 창의성 넘치는 작품이 인기몰이를 하듯 요즘 미인의 기준은 틀에 박힌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미, 개성미가 드러나야 한다.

개성 넘치는 외모에다 지성과 미소, 자신감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향기가 있는 꽃이 더 아름답듯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품격은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이력서에는 품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지혜로운 생각 등 대화를 해보면 후보자의 품성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책을 보는가. 즐겨보는 영화는 어떤 건가 등을 묻는 교양심사도 한다. 미인대회가 성을 상품화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 성형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형을 해서 오히려 외모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은 게 아닌가.

◆신창규 정신과 전문의

지난해 처음 정신과 전문의 자격으로 대구·경북미스코리아 심사에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 이런 선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병원을 찾는 치료환자 중 미인대회 입상자가 더러 있었다. 대개 불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찾아왔는데 일종의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젊을 때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난 뒤 인생후반이 좋지 않게 된 경우를 종종 봤다. 후보자에게 “만약 심사에 탈락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질문을 공통으로 던진 적이 있는데 미스대구 예선에선 2명, 미스경북 본선에선 1명이 울음을 터뜨리더라. 입상해야 한다는 지나친 스트레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감점요인이다.

얼굴과 몸매를 보는 것 외에 인터뷰를 통해 교양을 평가한다. 교양은 성숙적인 것과 미성숙적인 측면을 고려한다. 태도나 표정, 말을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의 몸을 종합예술품으로 본다. 상품이라기보다 신과 인간이 빚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원피스수영복보다 비키니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믿는다. 맨얼굴심사에는 서클렌즈, 눈썹, 머리문신 등 기본정보가 있지만 성형유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다.

미인대회는 이 시대 미용, 의료, 미디어산업과 연계돼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 정신과 측면에서 사람은 의외로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고교 때까지 비만인 줄 모르다가 대학생이 돼 뱃살로 정장을 못 입게 되자 비만임을 깨달았다는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그때부터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예쁜 몸매를 가졌다.

아름다움은 가꿔야 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꿔야 한다. 정신과의사가 심사위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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