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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뭔데 절 가르치려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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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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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선배님, 저… 명퇴 해요.” 한창 학교일에 물이 올라 눈앞에 학교 일밖에 보이지 않았던 시절, 맡은 업무를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벌여 거침없이 처리하고 적극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후배였다. 자존심 세고 오지랖도 넓어 가끔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진정성 있는 헌신을 아끼지 않았는데…. “가르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끝도 없는 감정 소모, 완전 사춘기 돌봄 직이에요.” 마주친 곳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았는데도 손을 잡자 나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후배는 담담했다.

우리 아이가 중학생일 때, 나는 늦은 저녁 늘 일에 쫓겨 허겁지겁 집에 들어서면서, 내 아이는 대한민국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가장 뛰어난 소년의 모습으로 공부하길 바랐다. 그러나 환상은 번번이 깨어졌다. 그토록 타일렀건만 귀가 빨개진 채 몰두하고 있는 건 당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온라인게임 리니지였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컴퓨터 코드를 뽑았다. 아이에게 충격을 가할 목적으로 쏟아내었던 엄청난 잔소리는 아이를 질리게 하고 나중에는 엄마의 꽥꽥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순리를 떠올리며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아는 반열에까지 아이를 올려놓았다. 훗날 동료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부모가 모범적인(?) 교사이고, 덤으로 교회 장로 가정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있으면 아이에게 부모는 존재 자체가 폭탄이란다. 세월이 흐른 후, 상황이 역전된 뒤에야 의미심장한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는 초등학생인데도 크리에이터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1인 방송이 넘친다. 결점을 커버하는 화장법으로 인기를 끄는 꼬마는 말도 차지고 표정은 얼마나 완벽한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나온다. 그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쉽게 ‘꿀재미’를 선사하는 가르침인데 인기가 없을 리 없다. 아침마다 완벽한 화장을 하느라 지각을 하는 여중생에게 ‘화장이 얼마나 피부를 상하게 하는 줄 아느냐’부터 ‘이런 건 대학생 되어서 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꿈을 위해 공부할 시기지’라는 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공들인 관심사를 부정하는 이야기는 듣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밀려온다. “뭔데 절 가르치려 하세요?” 이를 꽉 물며 꿀꺽 삼키고 만다. ‘얘야, 내가 니 쌤이다.’

지난해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말한다. “누가 뭘 가르치려 든다면 가르친 사람이 아무래도 우위에 있게 되고,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아래에 있게 되니까 일종의 권력관계가 발생하죠. 그래서 거기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가르치겠다는 사람도 왜 굳이 그런 부담을 감수하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르치는 사람도 사실은 상당히 심리적인 부담이 있거든요.”

공동체가 지켜야 할 수칙은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부드러운 어투로, 그러나 표정은 단호하게. 처음은 단순한 지적, 다음은 주의 및 대안 제시, 셋째는 자리를 옮겨 따로 간결하게 다짐을 받고 적절한 조치를 행한다. 그리고 가끔 못 본 척하는 게 관계를 허물지 않고 교사로서의 정신 건강 유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와 생계를 포기하지 않는 비결이라고 한다. 때로 비열하게 때론 요령 있게 경계를 넘나든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도 사리분별이 부족한 학생에게 여러 가지 사례들이나 경우의 수를 일종의 참고 체계, 레퍼런스로 알려주는 정도가 가장 족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자기 입장만 고집하며 편협한 주장으로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피로사회’다. 그러다보니 공동체 문제에 귀를 열고 문제를 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를 하지 않고, 양심도 몸도 다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똑똑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부러워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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