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가 있는 단상 .16]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

  • 입력 2006-01-18   |  발행일 2006-01-18 제18면   |  수정 2006-01-18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색과 여백
이보다 격조높은 畵境 있을까
[도자기가 있는 단상 .16]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

철화(鐵畵) 백자는 성형된 백토 면 위에 철분이 많은 안료인 철사로 문양을 그린 후 투명한 백자유를 씌워 굽는다. 가마에서 나오면 문양은 적갈색 계통의 색을 띤다. 철화문은 고려 청자에도 사용된 도자기 장식법으로, 특히 분청사기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철화백자는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17세기에 크게 유행했다. 임진왜란 이후 나라의 사정이 어려워 값비싼 청화 안료 대신에 구하기 쉬운 철사 안료가 전국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 백자철화포도문항아리(白磁鐵畵葡萄文壺)는 높이가 53.8㎝나 되는 보기 드문 대형 항아리이다. 조선 백자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 항아리는 국보 107호로 지정돼 있다. 제작 시기는 18세기 전반. 철사로 그려진 포도문이 특히 눈길을 끈다. 포도문은 입구 부분 바로 아래에서부터 몸체의 상반부까지에만 그려져 있고, 하반부는 완전히 비워져 있다. 여백을 시원하게 살리면서 전체 항아리 모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구도가 일품이다.

게다가 철사의 농담(濃淡)을 적절히 조절해 잎과 가지, 포도송이를 능란한 필치로 그려낸 솜씨 또한 탁월하다. 당대의 유능한 화원이 회심의 필력을 발휘한 것이 분명하다. 포도문은 조선 전기부터 말기까지 도화(陶畵)로 애용되었지만, 청화·철화·진사를 통틀어 이 작품의 포도문이 가장 격조 높은 화경(畵境)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작품은 키 큰 항아리 형태의 하반부와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상반부를 따로 만들어 접합한 것으로, 가운데에 수평으로 그 흔적이 보인다. 팽만한 상부는 다소 좁아보이는 하반부로 인해 볼륨이 더욱 강조돼 전체적으로 웅장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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