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사교육 열풍?…입대 준비 학원까지 등장

  • 입력 2008-02-29   |  발행일 2008-02-29 제34면   |  수정 2008-02-29
달라진 신세대 입영문화
군대도 사교육 열풍?…입대 준비 학원까지 등장
젊은 남성들에게 군 입대는 '사상 최대의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제대 후 대안을 확실하게 모색하는 등 입대 전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고 있다.

군생활 2년2개월. 예나 지금이나 군 입대는 젊은 시간을 잠시 접는 만큼, 남성들에게 부수적인 고민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군입대를 앞둔 남성들에게 빠지지 않는 고민은 학업·직장 중단 및 여자친구와의 관계. 공부와 사랑만 하기에도 24시간이 모자라는 열혈커플들에게 군입대란 '사상 최대의 위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신세대들은 이 고민들에 대한 대안을 확실하게 모색한 뒤 군복을 입는다. 신세대 군입대 풍속도와 병영 문화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2년2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입대를 준비하는 똘똘한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군입대 트렌드를 살펴보자.


입대전 사설학원서 화생방·총검술 등 미리습득…대구엔 '군바리스쿨' 대표적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군생활에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당신의 앞날은 어둡습니다. 이제는 군생활도 대학수능시험처럼 철저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2001년 육군 소위로 임관, 지난해 6월 전역한 권기한씨(30). 대구에 사는 권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예비 군인들을 위해 사설 군입대준비학교를 운영해왔다. '군바리스쿨'이라는 이름의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매주 4회에 걸쳐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했다. 입대 전 확인사항에서부터 수류탄, 화생방, 총검술 등 군 기초지식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1박2일 코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전 훈련을 받은 젊은이는 모두 60여명. 이들은 교육을 통해 '군대'라는 공간이 주는 두려움과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교육을 받은 뒤 실제 군대에서 적응하기가 더 수월했다는 것이 수강생들의 반응.

지난 2월10일을 기점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한 권씨는 "과거에 비해 현명해진 예비 군인들이 군대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에 나와 필요한 지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좀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모색중"이라며 예비 군인들의 입대준비 당위성을 강조했다.


'고참과 친해지기' 등 군생활 책 보며 노하우 터득…헬스 다니며 체력도 다져

'군생활 노하우 책 읽으며 터득하죠.'

군 입대 예정자들이 달라진 병영생활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들이 최근 많이 출판되고 있다.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군생활이 주는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사람과 사회, 조국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너희가 카투사를 아느냐' '짬-솔직담백군대이야기'등 군대 문화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고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요령 등 군대기간을 잘 활용하면 인생투자의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 이러한 군대생활 백서를 통해 신세대들은 군대생활을 '인생의 투자기'로 삼을 수 있는 고효율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도 이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어려운 훈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혹은 비만관리 등을 목적으로 미리 헬스클럽 등에서 기초 체력을 키우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


"군대서 몸값 올려 놓고 오자"…경력 인정되는 '전산·통역병'지원 급증

대학 전공학과나 사회에서 습득한 전문성을 계속 개발하고 경력도 인정받기 위해 특정병과에 지원하는 신세대들도 늘고 있다. 최근들어 정보통신망운용정비병·레이더운용정비병 등 '인기병과'의 경쟁률은 10대 1을 넘고 있으며 군부대내 프로그램 개발 등에 참여하는 '전산병'은 최고 인기를 얻고 있다. 영어·러시아어·아랍어·일본어·중국어 등 통역병과 역시 전산병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중 '일본어 통역병'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 대학전공이나 특성과 관련된 분야에 지원해 군복무를 할 경우, 제대후 경력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속셈이다. 최근의 취업난을 반영하는 트렌드다.

일과 외 시간에 영어공부와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 계획도 철저히 세우고 있다. 입대하기 전, 일단 '군대생활 2년동안 뭔가를 얻고 오겠다'는 비전을 수립한다는 것이 과거와는 차별화된 입영문화로 볼 수 있다.


남자친구 군대 보낸 '곰신'들도 달라졌다…"군대 갔다와야 리더될 수 있다"

"기다려 달라" "너 떠나면 탈영할거야" 등 여자친구의 '고무신 거꾸로 신기'를 심각하게 우려했던 과거의 군인들. 이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연인에게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쉽게 요구하지 않는다. '군화'와 '이별'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또 예전에 비해 군 입대 후에도 손쉽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여건으로 인해 '헤어짐'에 대한 정서적인 두려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군대 간 남자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도 수십 개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돼 있어 여성들도 얼마든지 군 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요즘 여대생들은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며 이렇게 외친다. "군대 안 갔다오고서 사회의 리더될 생각 절대 마라. 열심히 자기계발하고 돌아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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