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근대국가가 강요한 산물"

  • 입력 2009-02-14   |  발행일 2009-02-14 제14면   |  수정 2009-02-14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지음/심성은 옮김/동녘/416쪽/1만6천원

모성애는 본능이다? 일반의 믿음대로 모성애가 여성의 본성에 깊이 새겨진 것이라면, 아기를 유기하거나 심지어 살해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만들어진 모성'의 저자 엘리자베트 바댕테르(Elisabeth Badinter)의 대답은 명료하다. '모성애는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바댕테르는 모성애가 당연한 상식이 아니었던 중세를 거쳐 모성애가 당연한 상식이 되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17~20세기 프랑스 사회사를 통해 여성들의 모성적 행동의 경향을 분석하는 수고를 기꺼이 했다. 신학 및 성경에 나타난 여성의 열악한 지위, 아이들에 관한 철학적 담론들, 옛 문헌과 문학 작품, 통계에 나타난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와 무관심의 증거들, 아이들의 경제적 가치가 중시되면서 시작된 사회적 모성애 강요의 사례들, 사랑의 표시로 부각되는 모유 수유의 예 등을 통해 바댕테르는 '모성애'라는 개념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를 사회적·역사적으로 분석했다. 모성신화(myth of motherhood)를 반박하는 이러한 자료들은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근대가 발명한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바댕테르는 모성애라는 개념이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8세기 말에 들어서야 생긴 매우 '근대적' 사건이라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자식에 대해 무관심이 만연했지만, 19세기 들면서 중상주의 정책으로 노동력이 중요하게 되자 국가는 모성애를 여성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 본연의 임무로 여겨지는 한, 여성은 정치나 기술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의 우월성에 대해 남자들과 논쟁을 벌일 생각조차 못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부아르의 이같은 사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바댕테르는 오늘날 여성이 자식을 낳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낳은 자식을 어머니가 사랑하는 일 역시 누구로부터 강요받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모성애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어머니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아버지까지 포함해서)도 자식을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모성감정이 다시 쇠퇴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사랑의 징후, 부성애가 그 단적인 예다. 모성애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자식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더는 차이가 없으며, 남성과 여성이 점점 동일해져 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바댕테르는 말한다. 유니섹스의 담론으로 연결되는 이러한 징후에서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창조하는 새로운 낙원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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