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계 오피니언 리더 27인 그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 입력 2010-12-10   |  발행일 2010-12-10 제35면   |  수정 2010-12-10
창단 1주년 맞는 대구기독CEO클럽
"침체된 대구 기지개 펼 수 있게"
법조·軍·대학·언론·기업인 등 각계 CEO 동참 지역발전 모색
현장 발로 뛰며 어려운 이웃 돕고 신공항 유치 등 주요현안도 공유
"대구는 특유의 응집력 있어 희망적"
대구 경제계 오피니언 리더 27인 그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지난 6일 오후 3시쯤, 대구기독CEO클럽 회원들이 연탄나눔봉사를 끝내고 경상감영공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언휘 박언휘내과 원장은 진료를 하다 말고 부랴부랴 봉사현장으로 달려오느라 가운을 입은 채 나타났다. 모두들 바쁜 시간을 쪼개 지역사회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강흥식 극동방송 대구지사장, 신선우 경북과학대 교수, 박 원장, 이영상 경북외국어대 총장,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황교안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정태일 한국 OSG 회장, 이무철 금룡기계 사장, 박덕상 대경티엠에스 대표이사.


2009년, 새해를 나흘 앞두고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황교안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등 지역 CEO 7명이 만남을 가졌다. 의례적인 기관장 모임이었다. 이 모임에서 서울 사람, 황 고검장이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대구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시민들이 점점 위축되는 것 같아요. 대구에서 1년 넘도록 있으면서 대구 사람들만의 특유의 온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정이 움츠러들고, 각박함이 지역사회 저변에 깔리는 것을 보니 안타깝더군요. 기관장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어떻게 하면 대구가 기지개를 펼지 중지를 모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구 토박이 기관장들은 즉석에서 동의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모임 신설은 급물살을 탔다. 박덕상 대경티엠에스 대표이사(전 대구은행 부행장)가 키를 쥐고 발로 뛰었다. 각계각층의 CEO가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그만큼 지역사회 발전 모색에 목말라 있었던 것.

이 모임에는 황 고검장, 구 회장, 박 대표를 비롯해 이철휘 제2군작전사령관, 이중근 청도군수, 김신길 대신대학 이사장, 정태일 한국 OSG 회장, 신철원 협성재단 이사장, 이병찬 계명대 대학원장, 홍덕률 대구대 총장, 이영상 경북외국어대 총장, 성희구 인터불고호텔 회장, 박영환 대구CBS 본부장, 공원식 경북도 정무부지사, 김창한 기무사 대구부대장, 이무철 금룡기계 사장, 박우귀 방송통신위원회 대구소장, 석정달 명진섬유 사장, 김병철 경북지방경찰청장, 김난희 예수의원 의무원장, 박언휘 박언휘내과원장, 신선우 경북과학대 교수, 이성월 한국물산 사장,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조주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강흥식 극동방송 대구지사장, 김일억 대구CBS 보도국장 등 27명이 포진돼 있다.

정기모임은 매월 넷째주 화요일 오전 6시40분에 갖고 있다. 지역사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 지 이달로 꼭 1년째다. 책상머리에 앉아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드림팀'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지난 8월부터는 거리로 박차고 나왔다.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위해서다.

지난 6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그들을 만났다. 영남일보가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부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연탄나눔캠페인 현장에서. 이날 인터뷰는 기관장들의 빠듯한 일정 탓에 연탄을 함께 배달하며 진행됐고, 배달이 끝나고 다방에 앉아 20분가량 이어갔다. 기자가 물으면 주로 박덕상 대표가 답하고, 이어 황교안 고검장이 설명을 보태는 식이었다. 나머지 8명에게도 한 마디씩 해달라고 주문하자, 주저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나같이 달변이었다. 괜스레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었다.


-어떤 모임인가.

(박덕상 대표) "기독교 기관 단체장 및 기독교 CEO 등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모임이다."

-홀리클럽(Holyclub)과 같은가.

(박덕상 대표) "홀리클럽과는 성격이 다르다."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황교안 고검장) "홀리클럽은 분야별 기독교 인사들 모임이지만, 우리 모임은 다양한 분야의 기독교인 기관장 모임이다."

-모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황교안 고검장) "모두들 하나님을 모시고 있으니, 예배를 한다. 대구 발전을 위해 기도한다. 기독교인들이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 모인 것이니 다른 오해는 말아달라."

이영상 경북외대 총장은 이 모임 참석을 놓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다고 했다. 종교색을 띠고 있어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간 정기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가입하기를 잘했다는 데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모임을 고검장이 제안했다고 들었다.

(황교안 고검장) "침체된 지역사회의 모습이 타지에서 온 내 눈에 안타까웠다. 나는 대구 사람들은 보수적이라고 해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특유의 정이 넘쳐나더라. 그런데 지역경기가 어려우니 자꾸만 움츠러드는 것 같아 작은 힘이나마 보탰으면 좋겠다 싶어 '기독CEO클럽' 신설을 제안한 것이다."

-효과가 있나.

(박덕상 대표) "왜 없겠나. 우선 각계각층의 CEO가 모여 다양한 정보가 오간다. 그 정보를 공유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작은 재물이라도 나누기 위해 무기명으로 헌금을 받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환원하나.

(정태일 한국 OSG 회장) "어느 한쪽을 돕는 것보다 다양하게 돕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어려운 지역민의 다양한 고충을 잘 알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조찬기도와 식사만 했는데 8월부터는 몸으로 부대끼며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연탄캠페인 참가도 그 일환이다."

대구기독CEO클럽은 지난 8월29일 동대구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시작으로 매달 한번씩 모은 돈으로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방범대 출범소식을 접하고 방한복, 목도리, 가죽장갑 등 겨울용품 21세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니, 나눔과 배려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외국인 근로자 방범대에게 겨울용품을 전달한 것은 이영상 총장의 제안 때문이 아니었나.

(박덕상 대표) "(웃음) 맞다."

경북외대는 다문화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장은 이영상 총장의 첫째아들 정은재 교수가 맡고 있다.

-정보 공유를 통해 뜻밖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사례가 있나.

(황교안 고검장) "그것까지는 자세하게 말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제2군작전사령관을 통해서 천안함 사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밀양신공항유치단장을 맡고 있는 정태일 회장을 통해 밀양신공항유치와 관련해 일련의 전개과정을 알 수 있었다. 또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통해 그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뭐라고 하던가.

(황교안 고검장) "(웃음) 그 얘기는 오늘 주제가 아니다."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구정모 회장) "인식의 전환이다. 지역민이 지역을 마땅히 사랑해 줘야 한다."

-지역백화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구정모 회장) "물량공세에 경품이 문제다. 전국 체인망을 갖고 있는 대형백화점은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 정도다. 하지만 지역 백화점은 흉내도 못낸다. 그런데 꼼꼼하게 따져보면 전국 체인을 통틀어 아파트 한채다. 사람들은 이것에 현혹돼 있다. 대구백화점에서 아파트 한채를 어떻게 경품으로 내걸겠나. 말이 안 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거다. 이런 현실을 지역민이 냉철하게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

박언휘 박언휘내과 원장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나는 좀 뒤늦게 모임에 합류했다. 이런 모임을 우리 스스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타성에 젖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고검장께서 이런 모임을 주도해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강흥식 극동방송 대구지사장도 말을 이었다. "나는 충청도 사람인데, 대구에 살려고 석달전에 이사왔다. 이사 와서 대구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대구에는 희망이 보인다. 대구 사람들에게서 특유의 응집력을 봤다. 극동방송은 지역로컬방송으로, 내년초 개국을 앞두고 있다. 대구 정서에 맞는 방송을 통해 희망과 기쁨을 주고 싶다."

기자가 인터뷰를 한 날 아침, 주요 포털에는 공교롭게도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철원씨(M&M의 전 대표)의 '맷값 폭행'이 메인기사로 올려졌다. 우리사회는 통상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요구한다. 고위층 인사 스스로도 점잖은 언행을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람이 돈 많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누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강요할 수도, 강요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기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우리사회에 상식처럼 만연돼 있다. 만약 사회 고위층이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면,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 실천이 좀 더 용이하지 않을까. '맷값 폭행'은 대한민국 고위층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임을 지역사회 CEO들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구 경제계 오피니언 리더 27인 그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황교안 고검장이 솔선해 연탄띠를 만들어, 연탄을 한장씩 인계하고 있다. 6일 기독CEO클럽은 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지부에 100만원을 희사했으며, 연탄 300장을 경상감영공원 일대 쪽방에 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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