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자식 같아 매달 닭요리 보내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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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17 07:42  |  수정 2011-10-17 07:42  |  발행일 2011-10-17 제7면
대구 대명동 11명 대안가정 ‘해맑은 아이들의 집’
후원 치킨집 덕에 매달 두차례 ‘행복한 꼬꼬데이’

지난 15일 오후 1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아동보호시설 ‘해맑은 아이들의 집’안. 11명의 남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기다렸다. 잠시 뒤 아이들 앞으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찜닭 몇 마리가 배달됐다.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치킨과 피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푸짐한 양념찜닭과 카레찜닭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가장 어린 성우(가명·2)도 입맛을 다시며 닭다리를 입에 물었다.

평범한 여느 가정집의 식사시간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친가족이 아니다.

이 곳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가정폭력, 경제적 빈곤 등으로 졸지에 가족이 해체된 아픔을 안고 있다. 부모가 있지만 돌봄은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들이 이곳에서 ‘대안가정’을 이뤄 함께 모여사는 것이다.

후원금으로 아이들 먹고 입히는 것은 부족하지 않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외식이나 별식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이곳에 지난달부터 특별한 선물이 배달되고 있다.

아이들의 사정을 우연히 알게 된 치킨집 사장과 찜닭집 사장이 각자 한달에 한번씩 치킨과 찜닭을 배달해주고 있는 것. 덕분에 아이들은 매월 첫째주, 셋째주 토요일에는 치킨과 찜닭을 실컷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날을 ‘꼬꼬데이’라고 부르고 있다.

‘꼬꼬데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외에 아이들에게 또다른 의미가 있다. 대안가정의 경우, 남자와 여자 아이들이 서로 다른 집에서 생활한다. 아이들 중에는 친남매간도 있는데 꼬꼬데이를 통해 주기적으로 아이들이 만나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아이들에게 찜닭을 배달하고 있는 ‘마가찜닭’ 김용기 사장(35)은 3·4세 형제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부모의 품을 떠난 아이들의 사정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친하게 지내는 치킨집 사장이 함께 좋은 일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처음에 아이들을 봤을 때 내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아이들이 내가 만든 찜닭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고, 내가 가진 기술로 이웃들을 도울 수 있어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는 ‘또래오래치킨’의 이정귀 사장(40)이 아이들에게 치킨을 배달한다. <사>대안가정운동본부 이수형 이사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아이들에게 별식을 선물해 준 두 분이 너무 감사하다.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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