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 낙동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대구·경북 경제 문화의 새 중심지로 뜬다

  • 임호,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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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16 08:04  |  수정 2011-12-16 09:23  |  발행일 2011-12-16 제4면
■ 낙동강 살리기사업 막바지
수질개선·홍수예방은 물론 연구소·각종 관광시설 구축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관광·경제분야 시너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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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일몰과 물에 비친 하늘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겨울철 때아닌 더위, 계절을 가리지 않는 태풍과 집중호우, 그리고 가뭄. 이제 기후변화는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올해 태국은 국토의 70%가 물에 잠기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반면,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는 10억여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일상화된 기후변화로 100년 빈도의 재난대응책은 무의미해졌다. 200년 또는 300년 빈도의 강력한 방재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침수농경지를 옥토로 탈바꿈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당초 목표였던 수질개선과 홍수예방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이 물산업과 생태·문화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올해 장마기간(6월22일~7월16일) 전국 평균 강우량이 예년의 2.5배에 해당하는 642㎜를 기록했다. 기상관측 이래 두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시간당 30㎜ 이상 폭우 발생일수는 예년보다 3.5배 증가했지만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상습침수지역인 대구 화원유원지 일대와 경남 함안지역은 올해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듯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능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농경지 리모델링은 상습침수지역이었던 농경지 35.668㎢를 옥토로 탈바꿈시켰다. 여의도(8.4㎢)의 4.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물포럼과 관광산업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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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4대강 새물결맞이 행사가 열린 대구시 달성군 강정유원지 앞에서 합창단과 참석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지용기자

지난달 16일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5년 개최되는 제7차 세계물포럼을 유치했다. 물포럼은 프랑스 마르세유에 본부를 둔 세계물위원회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행사로, 200여개국에서 국제기구·각국 정부·민간기업의 주요인사와 물 관련 NGO 전문가 등 3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행사기간에는 관련 기업들이 첨단기술의 경연을 펼치는 ‘물 엑스포(Water EXPO)’도 동시에 열린다.

낙동강을 활용한 관광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강정고령보를 비롯해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에 설치된 6개 보에는 주말이면 1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낙동강 제방에 설치될 378㎞ 구간의 자전거길과 안동 구담습지, 구미 해평습지, 대구 달성습지 등 낙동강 주변 생태공간을 활용한 생태관광과 레포츠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안동시 풍산읍 낙암정에서 안동시 풍천면 구담리 구담교까지 낙동강을 따라 연결된 39.6㎞ 구간의 안동 유교문화길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낙암정, 풍산한지 공장, 풍산들길, 낙동강생태학습관, 낙강정, 오미리 보호수, 마애석불좌상, 마애선사유적지 등 문화재들로 빼곡하다. 여기에다 예안이씨 충효당과 종택, 침류정, 풍산장터, 정효각, 소산마을, 병산서원, 하회마을, 부용대, 화천서원도 자리잡고 있다.

이정호 대구대 교수(과학교육학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낙동강은 식수원을 제공하는 단순기능을 넘어 수질개선과 생태보전, 경관보전 등 환경용수로서의 기능까지 겸하게 됐다”며 “이와 함께 물산업과 문화·관광산업 등 신성장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장, 이야기촌, 나루터 들어서

낙동강 곳곳에 대형 보와 친수공간이 확대되자, 지자체마다 보를 중심으로 기업체와 연구소, 관광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찬반논란이 있긴 하지만 구미시는 구미보를 중심으로 1억2천540만㎡의 넓은 낙동강 둔치에 수상비행장과 오토캠핑장, 요트 계류장인 마리나시설, 수변시민공원 등을 건립하기로 했다. 상주시는 상주보와 낙단보 인근에 1조3천억원을 투입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자전거이야기촌, 낙동강 청소년수련시설 등 19개 관광시설과 공원을 조성한다.

칠곡군은 왜관전적기념관과 관호(백포)산성,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등 역사·문화자원과 칠곡보를 중심으로 호국평화공원을 조성하고, 관호산성을 개발한다. 이와 함께 1천400억원이 투입되는 담수미세조류 바이오에너지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고령군은 사문진나루터를 복원하고, 이 일대를 수상레포츠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낙동강 인근에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 관광과 산업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대구지역 인구를 유입할 구상이다.

◆막걸리 마을 등 강변문화 개발

경북도는 낙동강 프로젝트와 3대 문화권 사업을 연계한 그랜드 마스터플랜을 수립, 낙동강을 경북의 새로운 문화·경제권으로 조성키로 했다. 또 낙동강 인근 6개 시·군(안동·문경·상주·성주·고령·경주)에 1천400억원을 투입, 지역 전통명주와 막걸리를 테마로 한 술문화풍류체험마을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낙동강은 과거의 추억에서 세대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의 장(場)으로, 환경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고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이상원 위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올해 집중호우 등을 통해 홍수 저감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며 “하지만 준설로 위협받고 있는 수중생태계와 사라진 철새들의 터전을 어떻게 복원하고 보전해야 할지, 실핏줄처럼 연결된 낙동강 지천의 건강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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