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본 대구 표심의 이율배반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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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27   |  발행일 2012-03-27 제3면   |  수정 2012-03-27
“낙하산 공천 비난하면서도 새누리 후보 지지”
총선-대선 연계 심리 작용한 듯…무소속 후보 연대 등 변수 많아 최종 표심 향방 주목

“당황스럽다.” 영남일보와 TBC의 의뢰를 받아 대구·경북지역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폴스미스 이근성 대표의 말이다. 일부 선거구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예상외로’ 강해 혼란스럽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여론조사가 진행된 선거구는 대구 중-남구와 북갑·서구, 경주다. 조사 결과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남구와 북갑, 서구, 경주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말이 많았던 선거구다. 대구의 3개 지역은 전략공천으로 결정됐고, 경주에서는 공천 번복의 우여곡절 끝에 현역 의원인 정수성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그동안 낙하산 공천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후보의 초반 우세는 조금 의아한 측면이 있다. 특히 중-남구와 북갑은 공천에서 떨어진 현역 의원의 출마로 격전지로 꼽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누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의 공천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또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 새누리당을 향한 반감(反感) 기류가 뚜렷한데 정작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정치적 섬’으로 불렸던 서구의 경우 2008년 18대 총선과 2010년 서구청장 선거에서 각각 친박연대,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새누리당의 정서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딴판이었다. 김상훈 후보가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표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키는 북갑에서 나왔다. 북갑 주민들은 새누리당 여성 후보인 권은희 후보보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보고 지지를 결정했다. 권 후보의 지지 이유 가운데 ‘박근혜 위원장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가 무려 71.2%로 조사됐다. 4·11총선을 연말 대선과 연계해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박근혜 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공방을 벌이면서 대구의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선거전 초반이라 대구·경북의 표심을 단정지을 수 없다.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다른 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 당장 대구의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를 결성해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숨어있는 표심’이 튀어나오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도 숨어 있는 표심을 주시한다. 새누리당을 노려보고 있는 표심을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직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은 데다 무소속 후보 단일화 등 변수가 많다”며 “새누리당 후보의 강세가 끝까지 유지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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