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對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캐빈 인 더 우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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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29   |  발행일 2012-06-29 제40면   |  수정 2012-06-29
[신작 對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캐빈 인 더 우즈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짜릿한 3D 고공액션에 감성적 드라마를 입히다

마크 웹 감독이 ‘스파이더맨’(2002)을 10년만에 리부트한다고 했을 때 모든 초점은 그에게 맞춰졌다. 이는 일말의 의구심이 아닌, 전작 ‘500일의 썸머’(2009)를 통해 그가 보여준 삶과 사랑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거대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다.

그런 점에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지금껏 본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감성적인 액션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풍부한 드라마적 요소 못지 않게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3D로 살려낸 만큼 마크 웹이 펼쳐낼 액션 비주얼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분명한 건 마크 웹 감독이 ‘스파이더맨’의 어드벤처와 스펙터클한 히어로의 세계를 그만의 스타일로 성공적으로 재창조해냈다는 점이다.

그는 “단지 이전보다 더 커진 스케일에 이끌려 영화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며 “기존의 방식이 아닌 스펙터클한 모험 속에서도 두근거림을 찾고자 노력했고, 새로운 방향으로 영화를 진행하는 일은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말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줄거리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크 웹 감독은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대신, 정면 돌파로 승부수를 걸었다. 어릴적 사라진 부모 대신 삼촌 내외와 살고 있는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던 중, 같은 학교 학생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용했던 비밀스러운 가방을 발견하고 부모님의 실종사건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 피터는 그동안 숨겨져 왔던 과거의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옛 동료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실험실을 찾아간 피터는 우연한 사고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고, 피터의 도움으로 연구를 완성한 코너스 박사는 자신의 숨겨진 자아인 악당 리자드를 탄생시킨다.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 앞에 피터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버릴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게 된다.

스파이더맨이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그가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엄청난 재력을 소유하고 도도한 매력을 풍기며 감히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다른 히어로들과 달랐다. ‘스파이더맨’의 원작자인 스탠 리의 모토가 “피터 파커는 늘 불행해야 한다”고 했을 만큼 소심하고 고지식하며 선량한 보통 사람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통해 피터는 새롭게 변신한다. 이전 시리즈의 답답하고 소심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는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으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의 재능을 발휘해 웹슈터를 발명하는 등 전작보다 훨씬 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크 웹 감독은 영웅이 되어야 하는 스파이더맨의 운명과 젊은이로서의 피터가 겪는 감정 변화에 주목했다. 그런 피터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하는 첫 번째 고리는 그웬이다. 이전 시리즈의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이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때론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엠마 스톤이 그리는 그웬은 스파이더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그녀는 과학 천재로 나오는 피터와 함께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적 파트너 관계이며, 확신이 분명한 당찬 캐릭터로 존재한다. 따라서 스파이더맨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의 정서적 관계 형성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비밀병기와도 같다. 마크 웹 감독은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과 악당 과의 대결이라는 뼈대 위에 그 어떤 영화보다도 탄탄한 드라마를 심어놓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3D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비주얼적인 부분이다. 사실 고공 액션이 주무기인 스파이더맨과 3D 영상의 만남은 모두가 꿈에 그리던 완벽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역시나 영화 속 스파이더맨이 펼치는 360도 회전의 화려한 고공 액션은 3D에 최적화됐다. 특히 스파이더맨이 즐비한 고층빌딩 사이를 다이내믹하게 날아다니는 장면은 1인칭 시점샷으로 촬영돼 마치 관객이 직접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타이틀인 ‘어메이징’이란 단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마크 웹 감독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고 나면 이 영화가 가지는 웅장한 스펙터클은 물론, 섬세한 감성의 힘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던 이유를 알 것이다.


[신작 對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캐빈 인 더 우즈


◇ 캐빈 인 더 우즈 : 익숙한 듯 너무나 독창적인 ‘상상 그 이상의 호러’

함부로 예측하거나 상상하지 마라.

‘캐빈 인 더 우즈’는 제 아무리 호러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관객이라도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력과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이틴 호러의 익숙한 장르적 관습에 시각적 묘미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CG와의 절묘한 조화, 여기에 B급 영화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을 충족시킬 그라인드 하우스의 매력까지, 그야말로 흥미로움과 독특함으로 가득하다. B급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샘 레이미는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아마도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거다”를 외쳤을지도 모를 일. 그만큼 다양한 장르와 클리셰가 섞이고 변주되지만 ‘캐빈 인 더 우즈’는 능숙한 주방장의 손놀림처럼 유연하고 매끈하게 각 장르의 특성과 개성을 잘 다듬고 살려낼 줄 안다. 뻔해 보이는 것으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수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이 바로 이 영화의 미덕이다.

대부분의 호러물이 그렇듯 ‘캐빈 인 더 우즈’의 이야기도 처음 단순하게 흘러간다. 주말을 맞아 데이나(크리스틴 코넬리)를 포함한 다섯명의 대학생이 여행을 떠난다. GPS에도 나오지 않는 숲속 외딴 곳에 위치한 오두막이 그 목적지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에 음습한 경고를 하는 주유소 노인도 만나지만 그들은 무시한다. 결국 오두막에 도착한 그들은 기이한 물건들로 가득 찬 지하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곳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음을 감지한다. 이곳은 허공을 가르던 독수리가 알 수 없는 그물장벽에 부딪혀 추락해 버리는 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공간이다.

하이틴 호러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시작한 ‘캐빈 인 더 우즈’는 지하로 향하는 비밀의 문을 발견한 이후부터 호러 장르의 익숙한 관습들을 마구 토해내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쳐간다. 한정된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공기(서스페리아)를 시작으로, 좀비들을 불러내고(이블데드), 일행과 떨어져 독단적인 행동을 하던 커플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스크림) 익숙한 슬래셔 무비를 따라가는가 싶더니,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지적 추리를 제공했던 ‘큐브’와 리얼리티가 주는 장르와 형식을 영리하게 접목시킨 ‘클로버필드’식 구성으로 누구도 섣불리 이 엉뚱하고 파격적인 전개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하긴 놀라운 반전과 결말의 보안을 위해 주연배우들의 오디션조차 페이크 시나리오로 진행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들의 이야기 뒤에 무언가 비밀스러운 것이 숨겨져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평범해 보이는 오두막과 좀비들의 뒤에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정부의 특수기관(?)이 생뚱맞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게다가 이들은 NASA의 우주센터 같은 공간에서 주인공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살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상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들에겐 그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게임과 같다. 영화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그들이 돈까지 걸며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이 영화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을 현혹시키며,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에 대한 흥미로움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작자 조스 웨던과 감독 드류 고다드는 적역인 셈이다.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이력만 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테니 말이다. 조스 웨던은 ‘어벤져스’의 각본 및 감독으로 전세계적인 흥행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이고, 드류 고다드는 ‘클로버필드’와 미국드라마 ‘로스트’의 각본을 맡았다. ‘캐빈 인 더 우즈’를 통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을 한껏 불어넣어 가장 익숙했던 장르를 가장 창의적이고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기존 장르를 파괴하고, 공식을 비틀어버리는 이 영화는 단언컨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마주하게 만들 것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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