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식당필패(食堂必敗)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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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11   |  발행일 2012-07-11 제30면   |  수정 2012-07-11
만만하게 보이지만 식당 창업 10중 9는 쪽박 그래도 하려면 목숨 걸고 해야
20120711

2010년 기준, 한국의 소규모 식당은 하루 평균 515개가 문을 열고, 474개가 문을 닫는다.

1년 단위로 계산하면 매년 18만8천개가 문을 열고, 17만3천개 정도가 문을 닫는다. 매년 창업 후 살아남는 음식점의 수는 1만5천개 정도인데, 이 숫자는 창업 숫자의 8%에도 못 미친다. 역시 한국에서의 식당 창업자는 최소 92%가 쪽박을 찬다.

식당만큼 만만하게 보이는 것도 없다.

언제나 사람이 북적대는 점심 아니면 저녁 때 방문을 하게되니 식당은 언제나 돈 벌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제2인생’을 식당에서 시작하려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가세, 설상가상 국면을 만들고 있다. 1955~63년 태어난 725만명(2009년 기준). 이 중 취업자 550만명선. 봉급을 받고 갑근세를 내던 취업자는 320만명 정도. 2011~2019년 매년 평균 35만명 정도가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년 35만명 중 10% 정도인 3만명이 식당을 열 경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설상가상, 토요일 전면 휴무로 월~목은 영업하고 금~일요일은 개점휴업 상태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결국 한 달에 16일 정도 문을 열고 매달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하는 상황. 그렇다고 식당 말고 다른 업종을 선택하라고 할 수도 없다.

불안하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마련.

그래서 과대포장되기 일쑤인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편승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요즘 뜨는 아이템이 뭐냐’고 질문한다. 이건 ‘투기부동산업자’의 마인드와 같다.

우선 식당을 하고 싶으나 막상 시작하면 모르는 것 투성이. 주방일, 인테리어 진행, 아이템 선정, 주방과 홀의 인력 교육과 관리, 매장의 전반적인 관리, 매입비용 산정, 재료비 산정, 식당 입지 선정, 그 외 각종 법률적인 문제, 창업과정의 각종 행정 절차, 세금 문제 등 의외로 챙겨야 될 일이 산더미 같다. 이때 고민을 말끔히 덜어주겠다는 ‘악성 수호천사’들이 나타나게 된다. 프랜차이즈 체인·가맹점을 하면 모든 힘든 일은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점주는 성실하게만 하면 성공’이라고 꼬드긴다. 이러면 대부분이 망한다. 내 손에 물 묻힐 각오하지 않고 창업하면 망하듯이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수도 없이 다녀보지 않으면 ‘필패’한다. 본점이 다 해줄 터이니 성실하게 운영만 하면 대박나는 사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이 없는 식당주는 앞날이 불안한 법. 그래서 돈이 된다는 말에 쉽게 현혹된다. 짬뽕이 유행이라고 하면 모두들 짬뽕 타령이다. 그러니 우리의 식당문화는 너무나 천박하다.

이제 상당수 손님은 한 집만 고집 안한다. 지조도 없다. 워낙 새로운 메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메뉴 하나 개발해 20~30년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젠 길어야 2년. 평생가는 브랜드 메뉴가 이젠 어렵단다. 부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 어느 날 증발하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하다 안되면 식당’을 고집할 건가.

맞벌이시대.

여성들은 더 이상 부엌에 안 매달린다. ‘외식지상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식당이 우리 명줄을 잡고 있고 그곳은 ‘제2의 부엌’이다. 병원 같은 식당, 의사 같은 식당주, 간호사 같은 찬모가 나와야 한다. 얼치기 식당주를 몰아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 나와야 된다. 머리만 걸지마라. 목숨을 걸어라. 아니면 절대 식당하지 마라!

이춘호 주말섹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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