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갑’ 이동한다, 사월역에서 영남대역으로

  • 전영,최우석,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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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08 08:21  |  수정 2012-09-08 08:23  |  발행일 2012-09-08 제11면
19일 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역 연장개통
20120908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 사월역 인근에서 영남대 학생들이 길게 줄지어 셔틀버스를 타고 있다. 영남대 등 경산지역 13개 대학의 학생들은 사월역 앞에서 셔틀버스로 통학한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이 연장개통되면, 기존의 시종착역은 지나치는 역들 가운데 하나가 되고 새로운 시종착역이 생겨나게 된다. 이같은 시종착역의 변화는 토지를 비롯해 상권 등 부동산에서 곧바로 나타난다. 대구에서는 오는 19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연장구간 3개역이 개통된다. 기존의 시종착역이었던 대구시 수성구 사월역에서 정평역·임당역을 거쳐 경산시의 영남대역이 새로운 시종착역이 된다. 사월역과 영남대역에도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경산지역 13개 대학생의 환승역이라는 점에서 사월역과 영남대역 인근의 상권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종착역 이동에 상권 희비

사월역 상인들 ‘울상’

아파트단지 마케팅 전환

영남대역은 기대감 솔솔

땅값·임대료 오름세


◆대학생 1만여명 발길 끊기는 사월역

지하철이 생긴 이후, 새롭게 생겨난 말이 바로 ‘역세권’이다. 역세권은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상가 등 모든 부동산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통하는 말이 됐다. 역세권 아파트는 타 지역보다 프리미엄이 더 붙고, 상가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역세권 가운데서도 출발과 도착이 이뤄지는 시종착역은 주요 도심지나 환승역 못지않게 기본적인 유동인구 확보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학이라는 거대 이용인구와 결합하면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현 종착역인 사월역이 바로 그런 2가지 매력을 모두 가진 곳이다. 역과 인접한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가게나 제과점·커피전문점은 하루종일 대학생으로 붐빈다.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일반인도 이용하지만, 학생들의 지갑이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5년 10월 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하고 사월역이 경산지역 대학의 셔틀버스 환승장소가 되면서 이곳 상권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영남대만 해도 하루 평균 176편의 셔틀버스를 통해 7천여명의 학생이 통학하고 있다. 다른 대학 학생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사월역을 이용하는 학생은 1만5천여명에 이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영남대역 연장개통을 보름여 앞둔 지난 3일 오전 11시30분쯤 사월역 앞. 영남대를 비롯해 대구미래대·대구한의대 등 경산에 위치한 대학의 셔틀버스 출발지인 이곳에는 많은 학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손에는 저마다 인근 편의점이나 제과점·커피전문점에서 구입한 커피나 음료수 등이 들려 있었다. 특히 이들 상가는 셔틀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타는 학생들의 지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9일부터 영남대역이 개통되고 영남대가 사월역과 대학간에 하루 176회 운행하던 셔틀버스운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상권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대구한의대나 대구미래대 등도 셔틀버스 환승장소를 사월역에서 다른 역으로 옮기기로 함에 따라 이곳을 이용하는 유동인구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이 여전히 사월역을 고수하기로 했지만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사월역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옥찬희씨(여·51)의 표정이 밝지 못한 이유다. 옥씨는 “학생들이 등교하며 샌드위치나 커피 등을 많이 구입하는데 셔틀버스 운행이 중지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하루 평균 15만∼20만원 정도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걱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파스타 전문점 등의 사정도 비슷했다.

대학생이 빠져나간 자리를 인근 아파트 주민들로 대신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앞에서 소비를 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부분이 아니다. 추가로 아파트가 계속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면서 “상인도 가족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을 주 고객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증가 따라 대박상권 기대

사월역과 달리 새롭게 대구도시철도 2호선이 연장개통되는 시종착역인 영남대역 인근 상인들은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3일 오후 2시쯤 영남대역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영남대 앞 상가들은 학생이 넘쳐 흐를 정도였다. 개강 첫날이라는 점도 있지만 영남대역 개설에 따른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상점들이 학생에게 업소홍보에 나선 것도 요인이다.

영남대역 앞 상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3년째 분식집을 운영중이라는 정모씨(여·37)는 “영남대역이 생기면 교통이 편리해지기 때문에 인근 지역 시민들도 많이 찾을 것”이라며 “추가로 메뉴를 개발하는 등 기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7)는 “동창회나 개강파티·축제 등으로 모임이 잦은 편이지만 시내버스 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서둘러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버스보다 늦게까지 운영되는 지하철이 개통되면 학생들이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롭게 매장을 개업한 상인들도 있었다. 전우숙씨(여·40)는 2개월 전 이곳에 커피매장을 오픈했다. 전씨는 “커피전문점을 창업하기 위해 대구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고민하다가 영남대역이 개통되는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산지역 대학 인근 상가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데 반해 영남대앞은 13개 대학의 중심지로 주점 등이 발달해 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실제로 이곳에 거주하거나 저녁시간대 찾는 타대학 학생들의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다.

이같은 기대감에 비례해 토지가격이나 상가임대료 등 부동산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이 지역의 땅값은 3.3㎡당 100만∼150만원 정도 올랐다. 영남대 앞 한 상가는 2년전 7억5천만원에 매매됐으나 현재는 8억5천만원으로 1억원이나 올랐을 정도다. 호박 공인중개사무소 팀장 박정용씨(32)는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창업문의가 많아지고 임대료도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건물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고 상권 분위기를 전했다.

상가임대료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토마토공인중개사 손현욱 소장은 “영남대역 반경 200∼300m내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임대료가 6개월전과 비교해 10∼20% 정도 상승했다. 33㎡ 정도 되는 상가의 경우 월 300만원정도”라며 “특히 상권이 좋은 지점은 비싼 임대료를 주더라도 대학생에게 인기있는 유명 메이커의 프랜차이즈들이 입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남대역앞 1층 상가는 이들 프랜차이즈업종이 차지하고 있었다.

영남대 인근에 위치한 1천500여개의 원룸은 유입인구가 계속 늘어갈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개통으로 원거리 통학이 어려워 원룸에 거주하던 학생 가운데 일부가 본가로 옮겨갈 수 있는 데 반해 이곳에서 대학을 다닌 직장인이 가격이 비싼 대구시내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월세가 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요를 노려 원룸을 사려는 문의도 늘고 있다. 손 소장은 “원룸을 구입하려는 문의가 과거에는 한달에 1명 정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2∼3일에 한 명 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상권이 확대되고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재공인중개사 현종권 소장은 “대학가의 업종은 대부분 주점이나 PC방 등으로 다양성이 없다”면서 “대부분 비슷비슷한 업종을 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개업과 폐업의 부침이 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업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폐업하는 업소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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