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65주년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서 측근이 전해준 인혁당 관련 메모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평가 발언’이 논란이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인혁당 사건에 대해 “그 부분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인혁당 평가는 5·16, 유신체제에 대한 역사인식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시절 당시 대법원이 8명에게 사형을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판결냈고,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이 인혁당 사건 피해자 8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유신시절의 대법원 판결도 역사 판단의 근거로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역사관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11일에도 박 후보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후보는 국회 본회의장 입장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과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박범진 전 한성디지털대 총장이 2010년 출간한 학술총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에서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증언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박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문제삼고 있다. ‘부관참시’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인혁당 사건을 거론하며 눈물을 쏟았다. 유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하는 짓을 보면 ‘위안부의 강제동원 흔적이 없다. 고노담화를 취소하겠다’는 그 작자들(일본 극우파)보다 더한 것 같다”며 “김종인인가 하는 사람하고 인혁당 유가족을 만나려고… 부관참시하면서 유가족을 만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도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헌정질서를 무시하는 초사법적인 발언”이라며 “박 후보의 역사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후보로서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오만한 역사인식과 초사법적인 헌정질서 파괴행위 규탄한다’ 제목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박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박 후보가 영화 ‘피에타’를 보면서 유신에 대한 생각을 고치고 세상을 깊이 봤으면 좋겠다”며 역사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조윤선 대변인은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 파장을 우려한 듯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1975년 유죄판결을 했고,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선고를 내렸다. 새누리당은 재심판결이 대법원의 최종적인 견해라는 것을 존중한다”며 “박 후보 역시 사법부의 재심 판단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