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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지역 아파트단지 전경.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아파트가 대구·경북지역에 나타나고 있다. <영남일보 DB> |
대구·경북지역에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아파트가 나타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파트 매입을 꺼리는데다, 월세보다는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16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구시 달서구 본동 그린맨션 2차 10층 84.87㎡의 전세가격은 1억2천500만원으로, 같은 달 그린맨션 2차 6층의 같은 면적 매매가(1억2천만원)보다 500만원 많았다.
또 포항시 북구 장성동 롯데낙천대 아파트에서도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롯데낙천대 아파트 5층의 전용면적 84.99㎡가 지난 7월, 1억3천900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같은 달, 같은 단지의 4층에 있는 동일한 면적의 아파트는 1억4천만원에 전세계약됐다.
오래된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게 형성되고 같은 단지라도 수리 여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아파트의 노후도 및 수리 여부가 어느 정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맨션 2차는 1996년에, 롯데낙천대는 2004년에 건축됐다. 매매 및 전세 계약을 맺은 아파트의 수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리 여부에 상관없이 전세가와 매매가의 역전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기피하는 층인 1·2층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더욱 쉽다. 지난 7월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산호녹원맨션 2층 84.96㎡는 9천5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면적 9층은 1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구미시 구포동 성원아파트 1층 60㎡의 매매가격은 8천만원으로, 같은 면적 13층의 전세가격 8천300만원보다 낮았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광주 등지에서도 이 같은 역전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시영1차 8층의 49.86㎡의 7월 매매가는 5천500만원으로, 12층의 전세가(6천만원)보다 낮았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아파트가 나타나는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전국 평균은 61.7%다. 그러나 광주는 77.1%로 가장 높다. 경북이 74.3%, 대구가 72.7%로 나란히 2~3위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부동산업계 인사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파트를 사지 않고 있다. 부동산경기를 감안할 때 한동안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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