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싸이 스타일…드라마·아이돌 위주 한류 판을 흔들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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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4   |  발행일 2012-09-24 제22면   |  수정 2012-09-24
B급의 반란
■ 전환점 맞은 한류

한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열풍을 주도하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이른바 ‘가볍고 저급한 것’으로 취급받던 B급 문화를 단번에 주류로 진입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국내의 B급 문화가 전세계 대중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K-POP으로 대표되던 한류 콘텐츠는 대표성과 보편성이란 측면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인터넷과 SNS 등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그 파급력 또한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의 진정한 가치는 이제 누가 먼저 세계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덕·싸이 스타일…드라마·아이돌 위주 한류 판을 흔들다

◆한류 다양성을 보여준 싸이의 ‘강남스타일’

싸이 열풍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급효과는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최근 유튜브 사이트에서 조회수 2억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인 아이튠즈의 미국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차트’에서 1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런 속도라면 1위 입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동양인 가수는 1963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가 유일하다. 이같은 분위기는 그야말로 강남스타일이 팝의 본고장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셈. CNN은 이런 ‘강남스타일’에 대해 “매우 중독성이 강하고 코믹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싸이는 단숨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해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했고, 미국의 각종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세계인이 주목하는 월드스타가 됐다. 그의 성공은 콘텐츠만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계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그룹이 오랜 시간을 들여 공략한 세계시장을 싸이는 오로지 개성있는 콘텐츠만으로 주류에 빠르게 진입했다”며 “그가 B급 정서를 추구하면서도 대중이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기덕·싸이 스타일…드라마·아이돌 위주 한류 판을 흔들다
김기덕

◆B급 문화, 주류에 진입하다

그렇다면 세계를 중독시킨 싸이 신드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의 인기 비결은 우선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당당한 자신감에 있다. 그는 키 크고 늘씬한 아이돌 가수 틈바구니 속에서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 스타일을 자신만의 특장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싸이(PSY)’란 이름이 ‘싸이코(Psyco)’의 앞 글자에서 따온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아이돌 가수만이 대세인 양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국내 가요계에 반기를 들고 싶었던 그의 의지로 읽혀진다. 따라서 강남을 희화화한 ‘강남스타일’은 이단아적인 그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소망하는 강남이지만,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현실과 욕망의 간극을 보기좋게 비틀어 버린 ‘강남스타일’의 노랫말은 대중의 공감을 샀다. 멜로디 역시, 들을수록 흥겹고 신이 난다.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을 주목한 것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신나는 리듬과 코믹한 춤 때문이다. 싸이의 이름은 몰라도, 이제 ‘강남스타일’과 말춤은 모두가 안다.

이처럼 B급 문화의 성공에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달라진 점도 한 몫을 했다. 빠르게 퍼져나가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인터넷·SNS·스마트폰 등)가 대중에게 먹히고, 눈길이 가는 흥미롭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그 확산 속도는 빠르고 파급력도 강하다는 점을 ‘강남스타일’은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가 인정한 감독이지만, 김기덕 역시 한국에선 철저한 비주류다. 그에게는 언제나 소통하기 힘든 작가주의 감독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그런 그의 작품을 대중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 결국 투자도, 제작도, 또 개봉하기도 어려운 현실과 늘 마주해야 했던 그는 창작의욕마저 잃을 만큼 심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그에게나, 한국영화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듯 하다. 우선 김기덕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스크린인 150곳에서 개봉된 ‘피에타’는 연일 이어지는 관객수 증가에 힘입어 20일 현재 스크린 수가 288개로 늘어났다. 43만명이 극장을 찾은 덕에 손익분기점(약 25만명)도 이미 훌쩍 넘겼다. 전찬일 BIFF 프로그래머는 “김기덕 감독의 이번 수상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관객수의 증가”라며 “과거와 달리, 해외 수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포석이 마련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을 뽑는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피에타’를 포함, 국내 출품작이 외국어영화상 최종후보 5편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내년 1월에 발표된다.



◆한류 전선 이상무

‘피에타’의 해외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화인컷에 따르면 수상 직후 ‘피에타’를 구매하기 위한 해외 바이어들의 뜨거운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전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빈 집’ 등에 이어, 다시 프랑스 판권을 구매한 Pretty Pictures 관계자는 “‘피에타’는 근래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최고다. 김 감독의 작품을 다시 프랑스에 소개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본 배급사들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킹 레코드사 일본 배급권을, 체코의 예술영화 배급사 에어로필름이 체코와 슬로바키아 배급권을, 캘리포니아필름이 브라질 배급권을 구매했다. 이밖에도 미국, 영국, 호주, 베네룩스, 옛 유고연방, 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의 바이어들과도 협상중이어서 추가 계약이 예상된다.

미국 유력매체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미국 주요 도시와 캐나다에서의 개봉을 확정짓는 등 국내를 넘어서 북미지역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국경을 초월한 웰메이드 영화다.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내내 울고 웃었다” 또는 “한국의 의복과 건축이 너무 아름다워 시선을 뗄 수 없었다”는 등 극찬을 보내며 한국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레드2’ 출연이 확정돼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촬영 중이다. 이는 ‘지.아이.조’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기회인 것으로 보인다. 또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한 배두나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경이롭다”는 극찬을 받았고, 아시아에서는 장근석이 최고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세계가 한국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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