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추사랑방 .198] 안타까운 아양루(峨洋樓)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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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7   |  발행일 2012-09-27 제26면   |  수정 2012-09-27
[동추사랑방 .198] 안타까운 아양루(峨洋樓)

무엇을 하기에도 좋은 가을날이다. 쾌적한 날씨에 이끌려 요즘은 금호강변을 더욱 자주 찾는다.

대구 동촌유원지 주변을 중심으로 한 금호강변길은 운동을 겸한 산책 코스로 즐겨 찾는 곳이다.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공항교를 거쳐 팔현습지까지 갔다 오기도 한다. 이 금호강변은 최근 정비사업이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갈수록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자전거로·보행로 옆으로 코스모스, 유채 등을 심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풀숲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수시로 말끔하게 정리해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아양교 옆 절벽 위에 있는 아양루 부근도 인공폭포와 공원조성이 완료되어 사람의 발걸음이 훨씬 잦아졌다.

금호강은 그 이름에 담긴 의미가 각별해 멋을 더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금호강의 백사장과 갈대가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빛바랜 옛날 사진을 보면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는 있다. 멋진 백사장에다 늪지대의 갈대숲이 내는 소리가 거문고 타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금호강(琴湖江)이라 불렸다 한다.

아양루(峨洋樓)란 이름도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는 금호강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타는데, 친구인 종자기만이 그 음악을 제대로 알아주었다.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연주하면 종자기는 “높고 높도다 그 뜻이 높은 산에 있구나(峨峨乎志在高山)”라고 감탄하고, 흐르는 강물을 떠올리고 연주하면 “넓고 넓도다 그 뜻이 흐르는 물에 있도다(洋洋乎志在流水)”라며 장단을 맞추었다. 백아는 이런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한다.

아양루의 아양(峨洋)은 바로 종자기의 이 말에서 따온 것이다. 거문고 소리가 들리던 금호강에 잘 어울리는 누각 이름이다.

아양루 덕분에 아양루 풍광은 동촌유원지 금호강 주변에서 어느 곳보다 멋진 경치를 선사하는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누각은 광복 후 당시 대구의 뜻있는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건립, 수준 높은 풍류문화를 일궜던 곳이다. 그 주인공들이 이 세상을 뜨면서 아양루는 그 기능을 잃고 방치되어오다가 2003년 중건됐다.

하지만 아양루는 지금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주위에 우거진 잡목 때문이다. 강물이 내려다 보이는 아양루에 오르면 강물 위에 떠있는 기분이 든다는데, 잡목에 둘러싸여 강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 강가에서 누각을 바라봐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온전히 볼 수가 없다. 이런 아양루를 볼 때마다 안타깝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필자만의 소감이 아니다.

관할 관청과 관계자가 관심을 가져 아양루가 동촌 금호강 풍경의 ‘화룡점정’이 되도록 하길 기대한다.

김봉규 체육부장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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