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화 아이콘이 된 고령

  • 강승규
  • |
  • 입력 2012-10-17   |  발행일 2012-10-17 제30면   |  수정 2012-10-17 09:12
20121017

“둥뚜둥 뚱뚱∼”

지난달 27일 밤 고령군 고령읍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앞 우륵지에서 첫 선을 보였던 실경 뮤지컬 ‘대가야의 혼 가얏고’. 공연이 끝난 지 보름 넘었지만, 아직도 지역주민 사이에는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는 뮤지컬이 여전히 화젯거리로 오르내리고 있고, 내년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옮겼던 대다수의 지역주민은 작품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의 힘으로만 뮤지컬로 제작하기 때문에 작품성도 없고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불편한 시선이 주류였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2005년 가야의 혼 우륵을 여는 행사 ‘국제 금(琴)교류회 2005 고령’의 하나로 진행된 고령 최초 창작 뮤지컬 ‘가야의 혼 우륵’은 절반의 성공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뮤지컬은 1천500년 전 가야금을 만든 우륵의 활동과 대가야 가실왕의 염원 등을 주요 스토리로 담았고, 나재균씨(우륵)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시 역을 맡았던 심현주(우륵의 처), ‘태극기 휘날리며’와 ‘대장금’에 출연한 주다영 등 이름 있는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지만 지역주민에게 크게 호감을 사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륵과 가야금을 스토리로 엮어 만든 고령 실경 뮤지컬 ‘대가야의 혼 가얏고’는 달랐다. 일단 무대를 끼고 있는 배경이 대박이다. 은은한 달빛 아래 비치는 우륵지(연못)의 풍경은 고령지역 주민조차 놀라워했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그 풍경 속에서 펼쳐진 춤, 노래, 그리고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은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특수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성을 높였다. 특히 뮤지컬에 출연한 60명의 배우 가운데 절반인 30명이 지역민으로 구성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지역의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통해 지역 주민의 힘으로 문화자생력을 키운 셈이다.

이번 공연으로 인해 고령은 가야문화권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거듭나, 5개 시·도 15개 시·군이 우륵과 가야금을 모티브로 함께 화합하고 상생 및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가야문화권은 유교·신라문화권에 비해 다소 뒤처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고령은 3대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경북 문화산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떠올랐다. 천혜의 문화자원을 보유한 대가야의 본향 고령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가야금은 대가야의 정체성과 혼이 담겨있는 고령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다. 이제는 뮤지컬을 관광사업으로 연결해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강승규 2사회부기자 kang@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