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고민 깊어가는 박근혜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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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05   |  발행일 2012-11-05 제1면   |  수정 2012-11-05
[뉴스분석]
대구 - 부산 이해관계 엇갈려 대선 주요 변수로
부산 의원 ‘가덕도’ 요구에 朴 원칙론 속 딜레마
20121105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다-3탄 : 무역인과의 만남'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권의 현안인 신공항 프로젝트가 정치적으로 꼬이면서 미묘한 이슈로 변질되고 있다.

신공항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대구·부산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선의 민감한 변수가 되고 있다. 영남권이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아성이지만, 신공항 문제로 틈새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저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원외(院外) 당협위원장 등 12명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으로 초청해 긴급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흔들리는 부산지역의 민심을 탐문하는 자리였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박 후보에게 부산 선거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부활 및 부산유치’와 함께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24일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새누리당 중진인 정의화 부산시당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신공항 가덕도 공약을 요구했다.

신공항 입지문제는 영남권 내에서의 지역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새누리당이 공개적 언급을 자제해 왔다. 현재 부산 쪽 정치인들이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며 대선을 앞두고 빗장을 걸고 나온 셈이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4일 “박 후보는 신공항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필요성을 확고히 인정하며, 입지 선정은 집권 후 국제적 공인기관을 통해 모든 이해 지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곳으로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이상의 특별한 언급은 부산 의원들 간담회에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대구지역 의원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선거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의원들은 박 후보와의 간담회에 이어 2일 대구시청에서 김범일 대구시장과 구청장·군수들과 지역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대구시는 신공항 건설을 장기정책과제의 첫 번째 사항으로 제시했다.

주호영 대구시당 선대위원장은 이날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피력했다. 대구시도 신공항의 미묘한 성격상 ‘특별법과 정부 주도 국제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한 사업 추진’이란 입장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지난 4·11 총선에서 야권(민주당·통합진보당)은 문재인 현 대선후보(사상구)를 당선시키는 등 부산에서 40.2%의 득표율로 급신장했다.

여기다 야권의 유력후보인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부산출신이다. 정치적 지형상 부산은 보수를 고수해 왔지만, 고향출신 대선후보의 등장은 선거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신공항은 이 같은 감성을 부추길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가덕도를 공약하든 그렇지 않든 부산표의 상당부분은 날아갈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野 가덕도 공약땐 지역 갈라놓아…대통령 될 자격없어”

입지는 추후에 결정을
대선 이용 후보 압박

일부 정치인 태도 문제
지역갈등·정쟁 피해야

이러한 상황 때문에 신공항과 관련해서 여러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아예 가덕도로 손을 들어주고, 다른 것을 받자는 빅딜(big deal)설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답답한 심경의 표출이지만, 이는 야권 후보들이 가덕도 공약을 치고 나온다면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추석 직전 부산 귀향인사에서 가덕도 유치 어깨띠를 메고 나와 이같은 우려를 부추겼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현지에서 그냥 준 것을 받아 멘 것으로 문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문 후보 역시 신공항이 필요하며, 입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국제적 전문기관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선대위원장은 4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표에 현혹돼 과거 수도이전처럼 지역을 갈라놓으면 안된다. 그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야당이 가덕도를 공약하고 나온다면 그것은 대통령이나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신공항 문제는 모두 필요하다고 했으니 건설 자체를 공약하면 되는 것이고, 입지 등 나머지는 추후 결정하면 된다”며 “어려울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도 맞다. 그런 점을 박 후보에게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공항 가덕도 입지에 대해 대선공약을 한다 해도 기술적으로 어차피 되지도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덕도는 수심이 30m에 육박하고 또 입지가 섬이 아니라 바다이다. 김해 K1 군비행장과의 공역(公域) 문제, 태풍 등 기후조건이 걸려 있다”며 “토목 기술적으로 바다를 메워 건설할 수는 있다 해도, 실제 비용은 30조원이 들어갈지 50조원이 들어갈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남부권신공항 범 시·도민 추진위원회(위원장 강주열)는 4일 이와 관련해 “신공항은 지역 대결의 입장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 선거를 기화로 대선주자들을 압박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주열 위원장은 “지난해 신공항 무산의 배경에는 이것을 정치적 입장이나 정쟁의 도구로 본 영향이 컸다”며 “우리는 부산측과 어떤 갈등도 원하지 않으며, 부산 가덕도든 경남 밀양이든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차기 정부가 신공항의 그림을 객관적인 판단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추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3월 신공항 사업추진 백지화를 선언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입지를 놓고 부산은 가덕도 앞바다를 요구했고, 대구·경북·경남·울산은 경남 밀양을 적지로 밀었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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