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그림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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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04   |  발행일 2012-12-04 제22면   |  수정 2012-12-04
고단한 삶을 위한 희망찬가
화가 이영철 ‘그린 꽃…’展
수성아트피아서 오늘 개막
11∼22일엔 동원화랑 전시
20121204
이영철 작 ‘꽃밥’

흔히 화가와 그 화가가 그린 작품은 닮는다고 한다. 화가의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배어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화랑 대표는 “화가와 닮지 않은 그림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처음 보면 그림을 잘 그린 것 같아서 반짝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이 그림에 대한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말은 상당 부분 맞는 듯하다. 가끔은 유난히 작품과 닮은 화가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그림과 화가가 저렇게 닮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이영철 화가도 이런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늘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입을 벌려 활짝 웃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도 마치 눈이 웃는 것 같아 흥겨움을 준다. 늘 웃고 다니다 보니 웃음이 이미 얼굴 가득히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도 이와 비슷하다. 보는 사람들에게 무언지 모를 기분 좋은 느낌과 설렘을 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영철의 작품을 보면 마치 동화 속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작가가 꽃·나무·달 등을 그리지만, 그가 만들어낸 이들 소재는 순수한 꿈이 살아있는 동화 속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았던 꽃이 활짝 핀 들판,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던 큰 키의 나무, 여름밤 대청마루에 누워서 보았던 별과 달 등이 떠오른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 나 스스로 경험했던 방황과 번민, 그리움이 이런 그림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 자주 찾았던 무덤에서 보았던 나무와 꽃, 바람이 그에게 자극제가 됐다. 또 아버지 및 형과의 가슴아픈 이별이 그에게 아픔과 그리움을 던져줬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밤하늘의 별과 둥근달을 그렸다.

그렇다보니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그에게 그 언제보다 행복한 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기쁜 마음으로 그린 그림은 자연히 밝고 환한 익살과 해학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미술평론가 김옥렬씨(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익살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흥겨움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익살과 해학은 억압되거나 고단한 삶의 무게를 웃음으로 바꿔준다”며 “이영철의 그림은 희망의 찬가고, 꿈꾸는 동화다. 그의 기억에 새겨진 유년시절, 살가웠던 일상과 자연에 대한 회상은 너무나 아름다운 동화가 되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순수한 동심을 찾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철이 만들어낸 동심의 세계에 함께 빠져볼 수 있는 전시는 4일부터 9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그동안 주로 50호 미만의 소품들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는 100호 이상의 대작을 이번 전시에서 다양하게 소개한다.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는 타이틀 아래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수성아트피아와 동원화랑이 공동기획했다. 수성아트피아 전시에 이어,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는 동원화랑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053)668-1566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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