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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지를 닦아줘야 장맛이 좋아진다는 박진경씨가 장독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보고 있다. |
고령군 쌍림면 안화2길에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전통 장담그기와 효소만들기에 푹 빠져사는 도시처녀 같은 시골처녀가 살고있다.
박진경씨(35)는 경북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소위 잘 나가는 디자인회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1년전 어머니의 권유로 귀농하여 시골처녀가 됐다. 박씨가 시골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여년간 전통 장류와 효소 등을 연구해온 어머니를 돕기위해서였다. 어머니가 만든 효소 및 전통 장류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지만 아무래도 판매나 각종 서류 및 인터넷활용 등은 취약했다. 또 자신이 어머니 뒤를 이어보겠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이제 갓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박씨지만 효소에 대해서는 박사급이다. 박씨는 “효소란 한마디로 인체대사에 관여하는 물질로 소화를 돕거나 상처치료에 좋으며 모든 대사과정에 관여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며 “우리 몸에는 효소가 있지만 부족하면 외부에서 섭취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와 어머니가 함께 하는 장담는 촌마을인 ‘담촌’의 대표식품은 전통 장류와 돌복숭아 효소·백야초효소다. 효소를 만드는 방법은 재료에 설탕을 재워 3년이상 발효·숙성시켜야 하며 재료의 수분함량에 따라 설탕의 양을 다르게 한다.
그녀는 “돌복숭아효소는 향이 강하므로 음료로 마시는 것이 좋고, 백야초효소는 산과 들에서 나는 여러가지 약초를 섞어 숙성시키므로 요리에 첨가하면 좋다”고 귀띔했다. 장류에 효소를 첨가하면 짜고 자극적인 맛을 부드럽게 하고 염도도 낮추어 풍미도 좋아지며 보존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고령군에 효소를 특화로 품목제조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어머니의 연구를 더욱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자신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마다 바깥 풍경에 감탄했지만, 지금은 계절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박씨는 농민사관학교에서 귀농대상교육에다 향토전통식품전수 및 장류활용 소스개발은 물론 창업교육까지 받았다. 또 고령사이버농업인 동영상교육·소셜마케팅 활용방법 등 귀농교육을 이수했다.
언뜻 어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얘기를 하는 동안 똘똘하고 야무지며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열심히 현재를 채우고 있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귀농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으며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대를 잇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농사도 직접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귀농설문조사에서 귀농적합도 1등을 받을 정도로 시골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아직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과 나누는 정도이지만 차츰 규모를 넓힐 계획”이라는 박씨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장하는 한편, 농가맛집 및 체험장을 만들어 마을단위사업으로 키울 생각”이라며 야무진 포부를 드러냈다.
글·사진= 강은주 시민기자 tracy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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