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해 잇단 추문으로 그 명성이 땅에 떨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기현 의원은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민원 관련 특별 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예종 무용원은 A부교수 주도 아래 원로 교수의 퇴임 공연을 위해 후원금을 강제로 걷고 티켓을 강매했다. 당시 무용원은 공연비용 처리를 위해 통장을 개설했고, 퇴임 교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졸업생들을 포함한 7명으로부터 100만원씩 총 1천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지난해 5월 특별조사를 실시해 퇴임공연을 주도한 부교수는 징계조치를 했고 나머지 2명에게는 학교명예 실추, 부적절한 처신,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주의 조치를 했다.
불법레슨·부정입학·퇴임공연 강제후원…
전국 예술대학 곳곳서 금전적 비리 잇따라
평가 잣대되는 교수 영향력 무시할 수 없어
일부 문제로 예술계 전체 얼룩지지 않도록
문제 생기면 감추지말고 과감히 싹 잘라야
한예종 교수의 부적절한 처신은 이뿐 아니다. 이에 앞서 음악원 교수 B씨는 과외교습을 할 수 없는 국립대 교수 신분으로 한예종 입시생에게 불법과외를 한 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부정 입학시키고, 악기를 비싸게 판매하는 등 1억8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비단 한예종 사례뿐 아니라 지난해 전국의 예술대학에서 이와 같은 고액의 입시과외부정과 교수의 불륜사건 등이 터져나와 대학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예술대학 강사는 “예술계는 스승과 금전으로 얽힌 사건사고가 유독 많다. 이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예술계는 일대일 교육이 이뤄지고, 실력에 대한 정확한 계량화가 불가능하며, 여타 분야에 비해서 교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자 입장에서는 교수의 말이 무리가 있을지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해 한예종에서 일어난 일들이 비단 한예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구지역 예술대학은 어떠할까.
환갑을 훌쩍 넘긴 대구의 모 성악가는 요즘도 지역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임으로써 언론의 미담코너에 종종 등장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가 무대에 출연하는 날이면 무대기술진과 객석은 바짝 긴장하곤 한다. 고령인데다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무대에서 수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간혹 무대활동이 어려운 분들이 나와 객석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극장에서 직접 요청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선생님이 극장장이나 주요 자리에 있는 제자나 후배에게 출연을 요청한 경우가 많다. 부탁을 받은 입장에서는 그간 나눈 인정을 고려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예술인이 지역 문화계를 위해 선의의 마음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가 상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구의 한 젊은 예술인은 수년전 지역 문화계를 위해 의욕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그는 예술계 원로와 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소원한 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계를 하나로 소통시키고 싶다는 바람에서 행사를 추진했다. 적지 않은 사재를 털어 관련 인물을 섭외하는 등 직접 발품을 팔아 행사를 준비했다.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난 후 그는 “다시는 이런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선의의 마음에서 출발한 행사였는데, 선생님들이 고압적인 자세에서 지시하고, 심지어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역 예술대학에서 고액의 불법레슨과 제자추행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기관장은 “중요한 것은 일부 선생님의 문제가 확대돼 예술계 전체를 혼탁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대학이나 학생측이 쉬쉬하고 감추려고만 하는데, 숨기고 감출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드러내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다수 정도를 걷는 선생님들을 위한 배려다. 또 예술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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