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하천 살리기 .3]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 대명천·진천천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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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2   |  발행일 2013-03-12 제10면   |  수정 2013-03-12
메마른 하천에 '생명의 물꼬'
[대구 도심 하천 살리기 .3]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 대명천·진천천
대구지역 최대 도심하천인 대명천. 이곳은 인공수로형 개울에서 벗어나 하루 유지용수 2만5천t이 흐르는 하천으로 탈바꿈된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대구 도심 하천 살리기 .3]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 대명천·진천천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의 진천천. 여름철이 아니면 물을 볼 수 없는 건천으로 변하는 진천천에 낙동강물을 끌어올려 일년 내내 물을 흐르도록 하는 사업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하천이라면 으레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끊임없이 물이 흐르기 마련이다. 이것이 곧 자연의 순리다. 그런데 대구지역 도심하천 상당수는 수십년간 순리에 역행해 왔다. 지금도 흉하게 바닥만 드러낸 채 갈증이 해소되기를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고 있다. 물고기가 숨 쉬고 노닐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도심하천에서 엄청난 수량을 접할 시점이 있다. 바로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우기 때다. 하지만 하천 주변 주택 및 농가 침수를 동반해 수마(水魔)로만 인식된다. 친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은 꼭 필요하고, 이왕이면 깨끗했으면 하는 게 도심하천 인근 주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하천의 품격과 주민의 하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마침 앞산에서 성서공단까지 이어진 대명천과 달서구, 달성군 접경지에 있는 진천천이 그 바람에 불을 댕길 채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소량이라도 사시사철 물이 흐르기만을 학수고대한다. 대구시는 현재 낙동강 원수를 하천유지 용수로 활용하겠다는 장밋빛 구상을 내놨다.

[대구 도심 하천 살리기 .3]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 대명천·진천천



낙동강물 하루 2만5천t 유입

◆낙동강물 흐르게

대명천이 위치한 대구시 달서구 장기동 장기교 앞.

오랫동안 물이 흐르지 않은 탓에 하천은 휑하니 바닥만 드러냈다. 군데군데 이름 모를 잡초가 무성했지만 바닥 전체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변에 공단이 운집한 탓인지 초라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모습은 장기교~공단교~월암교~대천교로 길게 이어졌다. 총 연장 13.5㎞인 대구지역 최대 도심하천인 대명천은 오랫동안 인공수로형 개울에 불과했다. 더욱이 대부분 복개돼 주차장과 도로가 하나씩 생기면서 그 위용을 점차 잃어갔다. 그렇게 시민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갈 무렵인 2011년 5월쯤 대명천은 지방하천으로 지정됐다. 최근엔 지지부진했던 대명천 하천기본계획 수립 용역도 완료됐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미복개 구간(달서구 장기동 무지개 공원~대천동 월성빗물펌프장 3.8㎞)만이라도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건천방지를 위한 이른바 ‘대명천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으로 활로를 찾은 셈이다. 내년 초 착공하며, 총 사업비는 117억원이다. 메마른 대명천을 흠뻑 적셔줄 이 사업은 기존 관로를 활용한다.

강정취수장에서 낙동강 원수를 취수해 두류정수장까지 연결된 지하 관로(9.6㎞) 중 성서IC에서 별도 지선 관로(1㎞)를 만든다. 이곳으로 끌어온 낙동강물을 대명천 정비사업의 시작점인 장기동 무지개공원 앞에 흘려보내는 것이 정비사업의 골자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대명천에는 하루 유지용수 2만5천t이 흐른다. 이 물은 인근 대구출판산업단지, 성서 4차단지를 굽이돌아 다시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낙동강물을 도심하천으로 보낸 뒤, 다시 본류로 되돌아가게 하는 순환시스템이 구현되는 것이다.

장기교~공단교 구간의 하천 폭이 지금보다 넓어진다. 인근 도로는 그대로 두고, 그 밑으로 물이 흐르게 된다. 대명천 한가운데는 폭 10m(수심 50㎝)의 수로가 생긴다. 낙동강 합류부와 인접한 대천교 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량이 부족한 대천교 상류지점에도 물이 풍족해진다. 앞산공원 쪽에서 내려오는 생활하수는 무지개공원 일대에서 모아, 대명천 바닥에 묻어 놓은 오수관거를 통해 대구환경시설공단 서부하수처리장에 보내진다. 이곳에서 정류된 생활하수는 곧바로 낙동강으로 흘러가게 된다. 오폐수가 대명천에 유입될 가능성은 앞으로 희박해진다.

정교수 달서구청 하천계장은 “정비가 끝나면 악취와 건천으로만 인식돼 온 대명천에서도 붕어, 잉어 등의 어종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봉산 휘감아도는 ‘두류 여울길’

◆두류공원에 실개천 조성

대명천 정비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구의 대표 도심공원인 두류공원 일대의 모습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명천 정비사업을 위해 끌어온 낙동강물을 두류공원 내 금봉산 주변에도 흐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상상만 했던 일이 조만간 눈앞에 펼쳐질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낙동강물 공수작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강정취수장과 연결된 관로를 통해 두류정수장에 모인 낙동강물은 가압장치로 두류산 금봉산 정상부 물탱크로 보낸다. 이 물은 관로를 타고 성당못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성당못에 집결된 이 물은 두류공원 둘레(2.8㎞)에 세 곳으로 나눠 다시 가압분사된다. 실제 물이 흐르는 곳은 1.4㎞ 정도로 전해졌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5천t의 낙동강물이 금봉산 주변에서 실개천을 형성하게 된다.

대구시는 이 실개천을 ‘두류 여울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개천을 휘감아 도는 이 물은 다시 성당못에 모여 대명천으로 합류한다. 성당못 수질개선을 위해 바닥준설 및 성토작업도 병행된다.

대구시는 실개천의 무미건조함을 달래기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인근에 ‘문학이 흐르는 여울길’을 테마로 다양한 소규모 쉼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코오롱 야외음악당 인근과 두류수영장 뒤편에서는 각각 음악과 미술을 주제로 한 이색 문화공연장을 볼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다음 달 중 대구시건설본부가 착공에 들어간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대명천 정비사업과 연계해 두류공원 일대를 문화, 교양, 위락시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명품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사업취지”라고 설명했다.


봄엔 유채꽃 가을엔 코스모스

◆진천천에 생명수 흐른다

진천천 상류지점인 유천교에서 낙동강 합류지점인 구라2교 부근까지 하천변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었다. 한때 쓰레기 등 각종 오물로 뒤덮여 있던 진천천은 몰라보게 변모해 있었다. 파크골프장(18홀)을 비롯해 농구장, 징검다리가 한눈에 보인다. 야간 이용객을 위해 가로등 31개도 설치됐다. 이렇다 보니 한동안 버려진 하천의 대명사였던 진천천에 조금씩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부터 아침저녁으로 진천천 둔치에서 시민과 청소년이 산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봄에는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유채꽃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도 흐드러지게 핀다.

2008년부터 시작한 하천재해 예방차원의 정비공사가 지난해 5월 완료되면서부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총 연장 2.6㎞ 구간에 사업비만 250억원이 투입됐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순수하게 이 정비공사의 영향으로만 주변 아파트 지가가 평균 2천만원 정도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명색이 지방하천인데 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것도 일년 내내. 진천천에는 우기 때만 아니면 물을 볼 일이 없다. 자연히 귀를 즐겁게 하는 물소리도 들을 기회가 없다. 농업용 저수지였던 인근 도원지에서 하천이 시작되지만 주변지역에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물줄기가 군데군데 분산된 탓이다. 오수도 흐르지 않는다. 하천바닥에 매설된 오수차집관로를 통해 인근 하수처리장으로 모인다. 일년 내내 이곳은 가뭄이 든 듯 하천 바닥이 바짝 말라 있다.

그래서 주민이 나섰다. 지난해 정비사업이 끝난 뒤 대곡역 래미안, 유천포스코 더샾 등 인근 7개 아파트 입주민 5만여명이 진천천에 사시사철 물이 흐르게 해 달라며 건의했고, 이 사업은 결국 받아들여져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올해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내년부터 76억원을 투입, 착공에 들어간다.

확정된 진천천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계획에 따르면 낙동강 원수를 끌어온 뒤 펌핑작업으로 진천천 상류지점인 유천교에 흘려보낸다. 하루 6만5천t의 물이 진천천을 촉촉하게 적시게 된다. 이 물은 주택가를 관통한 뒤 다시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이러한 광경을 주민은 2016년쯤에는 직접 볼 수 있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민도 신이 나 현재는 자체정화활동에까지 나서고 있다. 주민이 매주 요일을 지정해 월 한 차례씩 하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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