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뭔가’ 를 보여줘야 할 때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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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24   |  발행일 2013-04-24 제24면   |  수정 2013-04-24

8경기 만에 감독 교체가 단행됐다.

당성증 대구FC 감독은 올시즌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고, 구단은 불과 3일 만에 새 사령탑을 내정했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의 첫 번째 감독 교체다.

지난해 11월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선임된 당성증 감독은 6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 감독이 자진사퇴한 배경에는 성적 부진에 따른 부담과 책임감이 컸다. 대구는 8경기를 치른 현재 3무5패로 단 1승도 신고하지 못한 채 리그 최하위인 14위에 머물고 있다.


8경기만에 감독 교체

당 감독 ‘믿음의 축구’

선수들은 따라오지 못해


프로야구 한화가 보여준

‘삭발 투혼’처럼

정신력부터 재무장해야

분위기 반전할 수 있어


특히 지난 20일 무승팀간의 대결로 주목받았던 FC서울과의 경기에서 0-4로 대패하자 결국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전 경기가 끝난 후 당 감독은 “모든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라며 침통한 속내를 털어 놓은 바 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대구의 부진이 당성증 감독 한사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당 감독은 소통을 중시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믿음의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당 감독의 온화한 지도력에 대해 결과적으로 선수들은 화답하지 못했다.

물론 사령탑 교체 자체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순 있겠지만, 선수들의 결연한 의지가 없다면 무의미한 극약 처방으로 끝날 수 있다.

평소 ‘당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감독을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골을 터트린 ‘에이스’ 송제헌과 수문장 박준혁이 각각 전북과 제주로 이적했고, 용병 레안드리뉴·지넬손·마테우스가 떠났지만 대구는 아사모아·아드리아노·산토스를 비롯한 용병과 신예 공격수 한승엽, 조현우 등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삼바돌풍’을 일으킨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분명 분위기 전환의 기회가 생기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투지와 의욕이다. 팀 연패를 끊기 위해 삭발투혼이라도 불사르겠다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같은 투혼으로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사례는 수두룩하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한화 이글스는 개막 이후 최다 연패를 기록하자‘삭발 투혼’을 발휘해 13연패에서 벗어났다. 투수 박찬호도 메이저리그 시절에 위기 때마다 삭발을 감행해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프로축구에서도 2011년 FC서울이 시즌 초반 1승3무3패로 최악의 페이스를 보이자 주장 박용호가 삭발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처럼 축구, 야구, 농구 등 단체 스포츠뿐만 아니라 유도, 탁구 등 개인 종목에서도 삭발로 정신력을 재무장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전문가들도 “스포츠는 경기력 외에도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특히 강인한 투지를 보여주는 삭발이 불씨가 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 선수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시민들에게 어떤 투혼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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